종종 - 민음의 시 328 (양장)

종종 - 민음의 시 328 (양장)

$13.00
저자

임경섭

저자:임경섭
2008년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죄책감』『우리는살지도않고죽지도않는다』가,산문집『이월되지않는엄마』가있다.

목차


1부
너는나의지어지지않는집13
꽃밭에는꽃들이15
우는마음18
오늘이시네20
듣고싶은말22
가늠자24
눈동자26
텐션28
김녕,바다31
장마33
꿈이되는꿈35

2부
장마41
기록적겨울44
종46
아무쪼록48
모쪼록50
연착─이발로공항51
연착─반타공항53
하나개54
불가사리56
저물녘59
눈썹바위60
저물무렵62

3부
자애로운자애의꿈67
질투는나의69
늦은뒤72
전화가울리기시작했다74
사춤76
발원78
북숲이야기80
비교적슬픔82
언제나겨울84
챌린지86
전망87

4부
너는나에게나는나에게91
코틸라드에게93
너는나의지어지지않는집296
페달이돌아간다298
김녕,바다,노을100
당신이모르는이야기102
해가지고있었다104
해가지고있다106
남숲이야기108
유년에게111
여름안에서114
기념일116

작품해설-소유정(문학평론가)119

출판사 서평

네게서잊힌동안나는

우는종을생각하고있었다
울지않는종은종이아닐거라생각하고있었다
종종우는종은종종종이되는것이라생각하고있었다
-「종」에서

『종종』의화자는때때로골똘한얼굴이된다.누가울려주지않으면영영정물처럼고요함을유지하는종의모습과닮았다.그는그고요함탓에“울지않는종은종이아닐”것이라며존재를부인당하거나다른이들의기억에서사라지기일쑤다.고독안에들어앉은종은우리가모르는사이아파트단지안고물상주인의목소리나어느날밤거리를물들이는,찹쌀떡수레의녹슨바퀴가내는삐걱임등세상의많은소리와한데뒤엉키며삶의감각을생생하게유지하고자한다.다른많은소음들에기꺼이자리를내주었지만그스스로는잠잠히,동시에꾸준히존재증명을해나가고있던셈이다.생생한삶의현장을끈질기게응시하고때때로그것들과공명하며시간을견뎌내온종을마침내누군가가두드릴때,그리하여그소리가온동네에낮고묵직하게울려퍼질때,우리는그동안잊고있던그혹은그것을어느때보다강렬히인지하게된다.종은그순간을위해종이아닌채로오랜시간을부지런히기다리고있다.

기다리며줍는시

청탁받고시를쓰다가완성하지못하고지웠다.시와함께쓰라고한짧은산문때문이었다.원하는대로시가나오지않아산문을먼저끼적이고있었는데,‘이게시네.’라는생각이들었다.앞에실린「우는마음」은그때끼적이던산문이었다.

(……)

오늘안에서너무많은모양이만화경처럼겹쳐지기시작했다.나는춘천으로가는길위에서아내가던져준화두를시로쓰다가결국완성하지못하고지웠다.
-「오늘이시네」에서

기억의영토바깥에는정리되지않은많은것들이뒤섞여있다.말들은떠돌고,물건들이날아다니며,쓰던글은영엉뚱한곳으로향하고,이별한대상의얼굴이전보다생생해진다.화자는문득,그렇게잔뜩어지럽혀진공간에서우연히조화를이룬아름다움한조각을발견한다.그것을글로옮겨적다가종소리가울리듯“이게시네.”하고깨닫는순간,무질서는곧시가되고관망자이던화자는곧시인이된다.그렇게시가될무질서의조각들을차곡차곡모으다보니길게만느껴지던기다림도이내기꺼워진다.우리가기억이라부를만한드문순간들사이를모두기다림이라한다면,우리는이제멍하니시간이흘러가기만을바라는것이아니라그시간을시로치환할수있다.『종종』에모인시,즉시간의조각들을따라읽으며자기안에이미완성돼있을“만화경”에눈을가져다대보아도좋겠다.

책속에서

수영을멈춘은영이몸을돌려물밖을내다보자
물밖의천장이며천장의철제구조물이며구조물에매달린조명이며
창문으로들어오는햇살이며햇살옆으로지나가는사람들이며
사람들의그림자며목소리며하는것들이
온통일렁이고있었다
-「너는나의지어지지않는집」에서

지금난흐리멍덩한너의눈동자를보고있단다
지금넌나의눈동자가존재한다는사실자체를모르고있지만
난너의눈동자를한순간도놓치지않고
보고있단다

나만너의눈동자를보고있는것이아니기때문이란다
지금나만너의눈동자를보고있는게아니란걸
너만모르고있기때문이란다
계속모르고있기때문이란다
-「눈동자」에서

자려고누운나는잠이들지는않고
자꾸눈물이나메모장을연다

자꾸눈물이나는나는
우는마음에대해쓰고싶어메모장을열었지만
우는마음이무언지아무래도알수가없다

우는마음이란뭘까
잠깐이나마멈추는방법에대해고민하다가
멈출수있는방법이란게따로없다는걸
깨닫는마음
-「우는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