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 세기 (김종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검은 양 세기 (김종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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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잠 없이 꿈의 경계를 건너 도착한
환영의 더 깊은 안쪽
김종연 시집 『검은 양 세기』가 민음의 시 329번으로 출간되었다. 『검은 양 세기』는 2011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11년 만에 첫 시집 『월드』를 출간한 김종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김종연 시인은 『월드』 수록작 「영원향」으로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김종연 시인은 지금 현실을 새롭게 독해하는 “치열하고 지속적인 통점”의 감각으로 ‘없음’에서 ‘있음’의 가능성을 끝없이 추동하는 “불멸 의식”을 보여 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생물로부터 생명을, 의식의 바깥에서 의식을 향해 가는 김종연의 여정은 첫 시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첫 시집 『월드』가 인간이라는 토대를 떠난 언어가 비인간의 내면에 이식되어 하나의 온전한 마음으로 진화해 가는 일대기를 그렸다면, 『검은 양 세기』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의식의 바깥에서 의식을 바라보며 그 양극단의 존재론적 연결과 전환을 이루어 내는 시집이다.
김종연 시에서 존재론적 전환은 프레임 위에서 일어난다. 프레임은 인간이 만들고 사용하는 모든 틀이다. 캔버스, 책, 몸, 집과 같은 틀은 생각, 감정, 영혼, 관계처럼 형체가 없는 것을 포괄해 그 의미를 물성으로 보여 주는 도구다. 특히 김종연의 시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인 ‘꿈’처럼 형체가 없는 것을 통해 더 깊은 무의식을 만나려는 시적 시도를 펼친다. 그 모든 틀 위에서 김종연 시인은 ‘없음’이 ‘있음’이 되는 순간들을 본다. ‘없음’은 알 수 없는 미래처럼 밀려들어 오는 것이다. 프레임 너머 ‘없음’을 감지하는 순간 ‘없음’은 ‘있음’이 된다. 그곳에서 ‘미래’는 앞으로 나아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로 도래하는 것이 되고, ‘나’는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부터 발견되는 것이 된다. 그렇게 『검은 양 세기』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믿음을 품고 기다리게 된다. 영원한 미래가 아닌 “적합한 미래”를, 파편적 감각 속에서 맥락이 되는 ‘나’를.
저자

김종연

저자:김종연
1991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1년《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2014년대산대학문학상(시)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월드』가있다.박인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검은회화12
리부트월드13
리버스림버스16
미자나빔23
속삭이는시31
입석34
비바리움36
알람37
구유에담긴시38
죽45
열린해변47
검은해변49
홀50
토리노의새64
환영의안쪽―에게66
이마고데이74
빵집이사라진자리76
추구체78
102985
원과영88
같다89
난지도91
봄날95
사모바르―에게98
원영영원100
더블105
떠오르는공106
애프터눈110
검은빛에서114
기억과상실의모형116
노르웨이영화118
아포스티유125
귀리와콩감자와호박127
세번째새집128
시드볼트133
채석장138
여름에서142
에스키스143
인스톨레이션151
리버스데이154
디졸브161
가정회화집163
∀168
검은회화170
검은바탕에흰글씨―C로부터174
검은빛177
검은양세기178
검은양털깎기―RecodingFilm182
검은회화183
쓰인순서186

작품해설정명교(문학평론가)189
추천의글김선오(시인)224

출판사 서평

잠없이꿈의경계를건너도착한
환영의더깊은안쪽

김종연시집『검은양세기』가민음의시329번으로출간되었다.『검은양세기』는2011년《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해11년만에첫시집『월드』를출간한김종연시인의두번째시집이다.김종연시인은『월드』수록작「영원향」으로박인환문학상을수상했다.수상당시김종연시인은지금현실을새롭게독해하는“치열하고지속적인통점”의감각으로‘없음’에서‘있음’의가능성을끝없이추동하는“불멸의식”을보여주었다는호평을받았다.
무생물로부터생명을,의식의바깥에서의식을향해가는김종연의여정은첫시집에서부터시작되었다.첫시집『월드』가인간이라는토대를떠난언어가비인간의내면에이식되어하나의온전한마음으로진화해가는일대기를그렸다면,『검은양세기』는인간의바깥에서인간을,의식의바깥에서의식을바라보며그양극단의존재론적연결과전환을이루어내는시집이다.
김종연시에서존재론적전환은프레임위에서일어난다.프레임은인간이만들고사용하는모든틀이다.캔버스,책,몸,집과같은틀은생각,감정,영혼,관계처럼형체가없는것을포괄해그의미를물성으로보여주는도구다.특히김종연의시는무의식과의식의경계인‘꿈’처럼형체가없는것을통해더깊은무의식을만나려는시적시도를펼친다.그모든틀위에서김종연시인은‘없음’이‘있음’이되는순간들을본다.‘없음’은알수없는미래처럼밀려들어오는것이다.프레임너머‘없음’을감지하는순간‘없음’은‘있음’이된다.그곳에서‘미래’는앞으로나아가만나는것이아니라여기로도래하는것이되고,‘나’는내안에서생겨나는것이아니라밖으로부터발견되는것이된다.그렇게『검은양세기』에서우리는그어느때보다강력한믿음을품고기다리게된다.영원한미래가아닌“적합한미래”를,파편적감각속에서맥락이되는‘나’를.

프레임을직시하기
집에사는식물은목이마르면사람을부른다
창밖에고요히흔들리고있는
―「비바리움」

『검은양세기』에서프레임은‘벽’이아니라‘창’이다.『검은양세기』의존재들은표면을통해서로를알아챈다.유리수조를의미하는‘비바리움’속식물의시선이사람을향할때,그시선으로부터인간과식물을나눈유리와식물의내면이동시에드러나는것처럼.내부를가득채우고있지만밖으로절대새어나오지않는것들,사람안에든“따뜻하고쓸쓸한것”,슬픔이품은“알록달록한속”또한‘사람’과‘슬픔’이라는표면을통해서볼수있다.
풍경과창을동시에보려면창으로부터물러서야하듯,김종연의시는표면으로부터몇걸음물러선곳에서시작된다.표면과표면너머,그모든것을제대로보기위해물러선자리에서『검은양세기』의존재들이모습을드러내기시작한다.경계를넘어오는대신경계안에머물며,경계의표면을통해.그러므로그너머를아는유일한방법은표면을직시하는것이다.김종연의시는집요하게표면을본다.과거나미래,다른어떤방향으로달아나우회하기를우리에게허락지않는다.오직우리앞에있는존재가모습을드러내는그방식그대로보도록이끈다.보이는것을더보도록,아는것을더알도록우리를현재에붙든다.

프레임을초과하기
바깥으로모든바깥의바깥으로동시에열리는문
문밖에서있는네게나를보여주려고
이시는너를읽기위해쓰이고있다고
―「에스키스」에서

『검은양세기』에서기억은대체로망가진프레임이다.점차희미해지는기억은망각과오류로가득하다.기억의텅빈구멍으로느닷없이착각과환상이생겨나고,더먼과거의기억뿐아니라현재까지도스며든다.그러나그토록훼손되어도프레임은사라지지않는다.오히려훼손을통해제기능을한다.이망가진프레임들은쉽게지워지거나뒤집히고서로겹치거나넘어서며의식의바깥을향하는통로를만든다.
그러므로김종연의시에서프레임은그릇이나몸처럼명확한물성으로제시되지않는다.시집가장앞에적힌“動中動”(‘움직임가운데움직임이있다.’)이외피로삼는‘움직임’처럼,김종연의시는물성없는것들의물성을붙든다.이물성은곧시의제목으로도드러난다.아무것도아닌것들을덧씌워세계를재건하는「리부트월드」,빛에의해끊기며‘뒤집히는가장자리’「리버스림버스」,‘그림속의그림’처럼윤회하는생「미자나빔」,캔버스를초과하는‘거대한밑그림’「에스키스」처럼.붙드는동시에사라지는것들,나타났다흩어지는형체들가운데서우리들은“내내흔들리고있는윤곽”이되어무의식깊은곳,환영의더깊은안쪽에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