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터넷 친구 (양장본 Hardcover)

나의 인터넷 친구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친구야, 나는 너에게 들어가고 싶었다.”

윈도우를 사이에 둔 너와 나의 무한한 되비침
비처럼 쏟아지는 마음의 코드들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여한솔의 첫 시집 『나의 인터넷 친구』가 민음의 시 331번으로 출간되었다. “상투를 벗어난 새로운 발상과 시적 호기심을 끌고 나가는 감각이 신선”하다는 등단 당시의 평가는 이 시집에서 한층 완성도를 갖추고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나의 인터넷 친구』는 신문물의 상징이었던 인터넷을 유년기의 향수로 기억하는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SNS도, AI도 없이 검색 엔진이 전부이던 시절의 인터넷은 타인과 실시간으로 닿아 있는 느낌보다는 광활한 사이버 공간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운 자유를 선사하는 곳이었다. 윈도우를 통해 사이버 세상에 접속하듯이, 여한솔의 화자는 유리·카메라 렌즈·창문과 같은 투명한 막 너머에서 낯선 대상을 마주하고 그에게 사로잡힌다.
‘나’의 마음은 낯선 ‘너’를 탐구하고 싶은 욕망으로, 또 그만큼 ‘너’에게 탐구당하고 싶은 로망으로 가득하다. ‘너에게 들어가고 싶다’는 이상한 고백은 사실 네가 되어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랑해’ 코드를 통해 여한솔의 세계 안으로 초대된 독자는 다마고치의 주인이 되기도 하고 실험실의 표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리바꿈은 관찰당하는 동시에 관찰하는 존재가 되는 경험이자, 투명한 경계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해 보는 경험이다. 코드화가 끝나고 『나의 인터넷 친구』 패치가 장착되면, 우리는 견고한 자아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침투 가능한 상태로 변할 것이다. 사랑이란 경계를 허무는 일이므로.
저자

여한솔

저자:여한솔
1994년대전에서태어났다.단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21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야간산행」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마음의문13
박사의사랑15
이면들17
겨울의자그마한불구경18
비디오상영회22
소녀밴드24
희수의낮26
생활사전29
성경의고백32
화창한방식의싱크홀34
아주작은기복을가진36
네덜란드수업38
안드로이드기술관40
얇은유리로덮어둔편지42
수영장에서45
위태로운낭독회48
너에게1이있을때나에겐0이있었고50
[경기기록]51

2부
초라한감각55
사랑도없이특급호텔56
도시차양60
돌과해부학65
나의인터넷친구68
요가강습71
무명화가와무제의플래시74
끝여름의보물찾기79
섬망해체82
물에대한삽화86
공통적개인사87
여름안의동양88
야간산행92

3부
일요일에샐러드먹기97
도시적상상력98
명상실창문으로구름이지나간다100
해피데이101
라이프스타일102
라스트타워104
개인학습106
나쁜실험110
리조트112
가상의비115

4부
실재의거실121
웨딩밴드는새로운앨범으로돌아올것이다122
친애하는블로거에게125
탱자가닿는자리128
진화론130
미드나잇볼케이노132
귀여운물리의목격136
핑크타운138
진화론140
영원히식물원언제까지나동물원142
러브러브다마고치144

작품해설선우은실(문학평론가)147

출판사 서평

네가되려는마음

카메라로서로를담을땐,카메라안에카메라안에카메라……우리는서로의컷이되었다.
(……)
그런거모르지
친구야,나는너에게들어가고싶었다
―「비디오상영회」

인간은불투명하다.불투명하기에속을알수없고,그렇게창출된내면은인간의고유함이되었다.그러나여한솔시의화자들은마치파인애플속을파내듯이상대의내면을샅샅이파악하려한다.카메라나망원경등의렌즈를경유하여쏟아지는관찰의시선은‘너’의마음을모두가확인할수있는표본으로만든다.이때의시선은주체고유의권력과는다르다.내면의물질화는‘너’뿐만아니라‘나’에게도동일하게적용되기때문이다.‘나’를찍는‘너’를찍는‘나’의모습을상영하는것.나아가마음을표본으로만들어연구하는것.스스로다마고치가되는것.이는대상을향한궁금증에더해,그의시선으로보는‘나’는어떤존재인지에대한궁금증또한포함하는것이다.이제마음을물질로만들어야하는이유는선명해진다.네가되어나를보고싶지만그럴수없기에,너의마음과나의마음은모두세상밖으로나와야한다.네가되려는마음은그러므로나의것만은아니다.너또한나에게‘네가되려는마음’을품었으면하는것,이것이여한솔의시가보여주는마음의역동이다.

셀수있는마음

이것을나누어줄것입니다
사랑해?라고말할수있는코드를만들었으니까요
(……)
어떤정원이나인터넷은길을잃기쉽지만
배롱나무이파리처럼내려앉는사랑이란단어는셀수있어요
거기에누군가있습니다
나는그냥믿고있는것입니다
―「나의인터넷친구」

‘사랑해’라는코드는원한다면누구에게나보낼수있다.그러나누가이마음을수신했는지발신자는알길이없다.그래서다만믿는다.사랑이란단어가내려앉는곳에누군가가있어서,내가보낸마음이유실되지않았을거라고.여한솔이보내는마음의코드는초대장과같아서실시간응답과는거리가멀다.즐겨찾기를통한다른사이트로의이동에도‘철컥’하고문고리여닫는소리가들리는여한솔의인터넷세상은,이진법으로이루어진사이버세계에서는상상하기어려운아날로그감성을보여준다.셀수없는명사인사랑이하트의개수로치환되는세상이지만,여기서중요한건하트의개수가아니라그마음이온전히전달되는일이다.『나의인터넷친구』가주는아날로그함은이러한시차에서비롯한다.길을잃기도하고,마음을전한뒤오랜기다림을견디기도하는장소로서의인터넷은MZ세대의노스텔지어를자극할것이다.인스타그램하트백개보다싸이월드일촌한명의방명록을더소중하게기억하는이라면더더욱.

작품해설
자연이이미거기에있듯우리의사랑도어디에나있고누구나그것을곁에두고있다는사실의새삼스러운환기는,우리가그와같은방식으로사랑하고사랑당하는존재로있음을‘그냥믿는것’으로확인된다.우리가자신을남과같이사랑하고,남을자신과같이사랑한다는것은이런것은아닐까.진열된것의마음을읽기,그것의사랑-당함가까이에가는식으로.
─선우은실(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