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레이션 - 민음의 시 333 (양장)

제너레이션 - 민음의 시 333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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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미령

저자:김미령
2005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파도의새로운양상』『우리가동시에여기있다는소문』이있다.

목차

1부
제너레이션13
오십방울16
당신의기억이나에게옮아와서18
미니어처20
귀지파는소리를듣는밤23
초행26
원가족28
안개공단30
보훈병원32
홈비디오34
마른땅에관하여37
복개천40
민담유령42

2부
밈49
국수50
한밤의내칫솔은컴컴한우주를날아다니고52
종려의갈라진잎사이로56
백양58
누가날부른다기에60
이야기가된시간62
잠복기64
끝을끝이라말해주지않아서66
풍경이기억하는나68
내게오려던말70
유충72
염소의미간74
제너레이션76

3부
우리들의왕81
기억이지나간흔적84
제너레이션86
신도리코92
해설사94
읍96
흰탑은흰그림자를98
여독100
기울어진나무가서있는들판102
국도변104
유라시아106
꿈을이야기해주면잊어버리지만꿈속에끌어들이면같은꿈을꾼다108

4부
고전적인구름과들판의심도113
통속의세계116
파리끈끈이가있던풍경118
제너레이션120
내국인122
내가그때알던물124
내가그때알던빛126
목련주공128
왼쪽어깨너머의날씨130
아직다가오지않은기억들132
아는사람134
등으로기억하는136

작품해설-김동진(문학평론가)139
추천의글-이수명(시인·문학평론가)156

출판사 서평

시간의마디
당신없는당신자리에당신의기억이나없는자리에내기억이앉아있고그기억은우리에게거주하지못하고어디를맴도는지
-「당신의기억이나에게옮아와서」에서

우리가세대를명명하는방식과과거를기억하는방식에는공통점이있다.모든것이지나고나서야말할수있게된다는점이다.이전세대가저물고,새로운세대가한창무르익고나서야새세대에대한명명이가능해지듯기억또한그렇다.한시절이지나고나서야우리는그때에대해,그때우리에대해말할수있게된다.이처럼『제너레이션』에서의기억은사건의안쪽이아닌바깥에서이루어진다.그곳에서기억은한사람이살아생전경험할수없을먼시간과자유롭게연결된다.
서로다른세대,시절,순간들이연결되는곳에시간의경계가만들어진다.『제너레이션』속시간의경계들은마치제각각형태와모양이다른‘마디’같다.식물이새로운가지를뻗을때생겨나는접점,비워진듯느슨하게이어진뼈와뼈사이의작은공간같은.이와같은시간의틈새를기억들이분주히오간다.바로그곳이김미령의시가시작되는장소,사건이일어나는‘현재’다.다른시간이뒤죽박죽끼어드는『제너레이션』의현재는미래보다모호하고과거보다혼란스럽다.그러나알수없는미묘한자유로움으로넘실댄다.그매혹적인물결위를우리는마음껏표류한다.우리의의지를벗어난기억이제멋대로나아가는방향대로,아슬아슬한즐거움과기대감을안고.

네개의제너레이션
그러니까이건이제부터새로시작되는이야기지만낯익은이야기이고
그도모르게그에게전해지던유구한슬픔이자
언제나닿고싶었지만끝내이르지못한그자신안의흐릿한풍경인지도모른다고
-「제너레이션」에서

네개의부로구성된『제너레이션』에는각부마다한편씩동명의시가실려있다.이네편의「제너레이션」은마치지도위에표시해둔힌트처럼이시집속풍경들을느슨히이어준다.첫번째「제너레이션」은이제막죽어멈춘삶이이야기가되어가는신비로운장면을그린다.‘그’의탄생부터죽음까지일별한기억들은마침내그를떠나“제갈길”로흩어진다.두번째「제너레이션」의화자는과거의모습을모두잃어버린옛동네에서희미하게번뜩이며고요히생동하는과거의풍경을마주하고,세번째에이르면지금의21세기보다훨씬더생생하고매혹적인20세기풍경이펼쳐진다.마지막네번째「제너레이션」의화자는지금살아있는우리중누구도절대경험하지못할머나먼과거를목격하고,마치그시대를살아본듯이야기한다.
거듭과거로거슬러오르며펼쳐지는이네개의‘제너레이션’이보여주는것은기억이스스로주체가되어움직이고,누군가에게닿아제기억처럼스미는신비로운여정그자체다.우리에게는문득솟아오르는생각,누구에게도배운적없는낯선감정,시시때때로우리를멈춰세우는생경한기분으로느껴지는것들.이를테면우리가모르는새우리에게전해진“유구한슬픔”의기원이다.

책속에서

숲길을가다가야외수영장이나왔다.
계획에없던일이었다.
수영장엔물이없었고갈라진바닥에풀이나있었고
때마침지금이겨울인것도때마침내가나인것도
애초에계획에없던일
이제막알게된일
-「홈비디오」에서

그날보름달이뜨고어디선가호랑이울음이들렸지.
온갖짐승들이나무에올라앉아야광눈을뜨고사람들을내려다보았네.
지난해에도지지난해에도너희들이한일을모두알고있다고
오래전잡아먹은영혼까지낱낱이기억하고있다고
괴로운일은다잊고다같이춤추고노래부르면
기쁨에겨워황금빛털이곤두선다네.
-「민담유령」에서

서쪽의햇빛이실내를깊이비추었을때책장위먼지들이뒤꿈치를들었고
오래기다리던우편물은모르는곳으로가고있었고
훗날내가이런상황을다시맞이하리란걸예감하며나는이순간을자세히기억해두기로했다.
-「국수」에서

소녀는온종일마을을헤매고다녔고밤늦도록놀이터에혼자앉아있곤했는데
아무도부르러오지않는그녀를지금내가여기서부른다면잠깐돌아볼까.

20세기를오래전에지나온것도같은데
그전과후가쪼개진대륙처럼무한히멀어져나는태평양한가운데무인도처럼남겨졌거든.
-「제너레이션」에서

예전에이근처에서채집한나비가아직집에있어.
그런데진짜나비는거기있고
지금내가갖고있는건그때의두근거림
그리고약간의죄책감
그것말고는거기서아무것도데려오지못했거든.
-「제너레이션」에서

지금은날잊어도좋아.네가미래를못알아봐도미래가널기억할거야.내가과거를잊어버려도과거가날기억하고있을거야.
-「아는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