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수술집도록 (양장본 Hardcover)

개안수술집도록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함기석 시집 『개안수술집도록』이 민음의 시 336번으로 출간되었다.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해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한 함기석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함기석은 수학적 개념, 추상적 기표, 기하학적 이미지를 비롯해 탈언어적 언어와 전위적 형식으로 초현실적 시 세계를 만들고 갱신해 온 독보적인 시인이다. 2020년 여섯 번째 시집 『디자인하우스 센텐스』를 통해 움직이는 좌표 위에 지은 무한 공간 속에서 추상적 기호로서의 ‘죽음’을 펼쳐 보여 주었던 함기석 시인은 시집 『음시』 『모든 꽃은 예언이다』에 이르며 현실의 구체적인 사건으로서의 ‘죽음’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무한 속에 유한을, 추상적 시공간 속에 물질적 실재의 사건인 ‘죽음’을 새기려는 시도이다. 그 새로운 시적 실험은 이번 시집 『개안수술집도록』에서 정점에 이른다.
‘죽음’은 시간과 장소, 주체를 특정하는 물질적 사건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실제로 경험하는 상실이나 동시에 목격한 사회적 참사처럼 말이다. 시인은 『개안수술집도록』을 통해 이 무수한 ‘죽음’들을 무한 공간에 기록하려 한다. 하나의 죽음을 한 편의 시로, 한 편의 시라는 부동의 좌표점으로. 시인은 무수한 점들을 선으로 이으며 질문한다. 소멸해 사라질 물질인 ‘우리’가, ‘우리’와 함께 사라질 무형의 정념들이 시를 통해 무한에 기입될 수 있는지. 즉, 죽음 안에서 죽음을 돌이킬 수 있는지.
저자

함기석

1992년《작가세계》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국어선생은달팽이』『착란의돌』『뽈랑공원』『오렌지기하학』『힐베르트고양이제로』『디자인하우스센텐스』『음시』『모든꽃은예언이다』,시론집『고독한대화』,비평집『21세기한국시의지형도』등을출간했다.박인환문학상,이형기문학상,이상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병동k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31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41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51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61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717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818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919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020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121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222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32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42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52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62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727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828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929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4030

병동o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3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3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3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43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537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638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739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840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941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042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14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24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34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44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547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648

병동r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751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852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195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05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15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25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357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458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559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660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761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862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2963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064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165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266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367

병동e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0:잉(~ing)의동시성세계탐구프로젝트71

병동a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0:비평유령크롬과청동늑대103

작품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
이학전공자의시적공학137

추천의글-조재룡(문학평론가)150

출판사 서평

■병동korea
이곳에서나는뇌집도의고악몽해부의고시간부검의다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2」에서

함기석시인의‘무한공간’이수평과수직,양과음,영과무한을향해끝없이열린좌표라면,『개안수술집도록』은‘한국’이라는수식에‘죽음’을입력값으로넣어도출한결과그래프같다.그래프방향에따라구분된다섯개의부이름은‘병동k’,‘병동o’,‘병동r’,‘병동e’,‘병동a’,즉병동‘korea’를의미한다.병동에는제목이모두같은시‘개안수술집도록’53편이부검대위의사체처럼놓여있다.하나의시마다하나의죽음이있고,그죽음의이전과이후를보여주는사건들이기록되어있다.그러나시의제목은‘부검보고서’가아닌‘개안수술집도록(開眼手術執刀錄)’말그대로‘눈을열기위한수술의기록’이다.즉죽음은아직완료되지않았다.그렇다면이사체는,우리는눈을뜰수있을까?눈을뜬후에는무엇을보게될까?시인은어떤연역도가설도없이오직눈앞에놓인단서를따라가는귀납의방식으로,죽음의근원과소생의근거를추적하며이실험을완수한다.


■병리적징후의바이털사인
빨간사과로부터점점멀어지는빨간사과라는이름의법의학물체,부패할수록점점선명해지는냄새환해질수록점점어두워지는사건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32」에서

『개안수술집도록』의시53편은오직숫자로구분되어있다.‘병동k’의시가‘집도제23’부터‘제40’까지차례대로플러스를향한다면,‘병동o’와‘병동r’은‘제(-)1’부터‘제(-)33’까지마이너스로나아간다.일정한리듬으로0에수렴하며플러스와마이너스를오가는정상적인바이털사인과달리『개안수술집도록』의그래프는양극단의직선으로병리적징후를뚜렷이보인다.
플러스를향하는‘병동k’에서는사건이시작된다.사건의범주는개인과사회를넘나든다.동침한와이프는칼이되어남편의잠을생선회처럼저미고,영국외신기자는명동지하도에서살해당하며,일제강점기독립운동을한혈맹단원은미국과소련의발톱을응시한다.마이너스를시작하는‘병동o’의첫시‘제(-)1’은이곳이“결코일어나지않는사건이반드시일어나는부조리병원”이라고선언한다.‘없는방’에서‘없는사건’이일어나고,어간을잃은어미‘한다’가‘없는행위’를한다.이어더깊은마이너스로향하는‘병동r’은사건이후의사건현장,‘자아’로부터멀어지는‘비아(非我)’의기록이다.이처럼플러스와마이너스로분절된선을그린병동‘k’,‘o’,‘r’을지나‘병동e’와‘a’에이르면,기준점0에도달한다.즉죽음이다.

■동시성세계탐구프로젝트
행간기차를탈선시킬것.글자간간격도없앨것.시간의손목과목을동시에잘라극사실적으로배열할것.(……)무한개장소고무한개구멍이다.
-「개안수술집도록-집도제0:잉(~ing)의동시성세계탐구프로젝트step.01」에서

‘병동e’와‘병동a’는각각한편의장시로‘0’이라는죽음의상태를보여준다.‘병동e’는좌표에서시간축을제거한공간이다.이곳에서는‘동시성세계탐구프로젝트’가이루어지는데,이실험은20개의단계로,A부터Z까지총26개장소에서동시다발적으로발생한사건을‘동시에’기록한다.이프로젝트는쓰기의기본적인‘형식’을무너뜨린다.물리적행위로서쓰기는‘왼쪽에서오른쪽으로’라는방향이정해져있고그방향에따라우선순위를요구한다면,함기석시인은쓰기의형식을무너뜨리며동시다발적사건들을동시에기입한다.그러나이러한“극사실적”인쓰기는겹치고겹친글자들로인해결국아무내용도전할수없는‘검정’이된다.‘병동a’는이검정속에서이루어지는‘시’에대한탐구다.시인은‘비평유령크롬’과‘청동늑대’를소환해시를읽고쓰는행위에대한탐구를이어간다.유령‘크롬’이살아생전읽은시를떠올리면,무한의눈을가진‘청동늑대’가그시를읽는다.한편의시는그렇게유한에서무한으로옮겨와흩어지지않는좌표점이된다.죽음이라는무한공간에새겨진낯선물질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