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한 스위치 (양장) - 민음의 시 340

아주 간단한 스위치 (양장) - 민음의 시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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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지호

저자:홍지호
1990년강원도화천에서태어났다.2015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사람이기도를울게하는순서』가있다.

목차

1부
내것이아닌13
돌아가고16
돌아가자20
전설24
생일28
거리와자리30
습지33
세상에38
현상42
멀리서총성이들리고44
자리46
아침새로부터48
새벽에는부딪히는소리51

2부
세계보다작을것57
회상60
위로62
진토닉64
회상―autumn의입장에서66
단상―가을의입장에서69
도레미파솔라시도72
잔향74
라이브76
손없는날77
캠핑80
도시라솔파미레도82
제주에서의통화84
산책하자87
매일매일92

3부
연희동놀이터97
밤새99
러닝머신100
결말을알고102
진동104
병106
계고장109
월식112
내가죄를짓지않는것이114
화이어115
침산리놀이터118
떼똑120
고개와큰개121
너머의고개126

작품해설-소유정(문학평론가)129
마주침의순간에나는소리를기억한다면말

출판사 서평

■양방향의응시

잔청(殘聽)은있었기때문에잔청이며
사라졌기때문에잔청……

자백하게하는거

두려웠잖아요

더듬거리다가다시만나

맹세하게하는거
―「돌아가고」에서

이시는‘잔청’이라는단어에서소리가사라졌다는사실뿐아니라소리가있었다는사실을찾아낸다.홍지호는너무도당연해서잊고있던진실을우리에게되돌려준다.아름답게흘러가던고적운역시“사라졌다고생각했는데/돌아간것이었어요”.이처럼홍지호의시는시적화자가처해있는하나의관점에서시작한뒤,그에완전히반대되는측면도함께제시하며양방향의응시를보여준다.내눈앞에서사라진것들은온전히세상에서사라지지않고,어딘가에서도래하고있다.아침이되어새들이날아온것이아니라새들의날갯짓으로부터아침이올수도있다는상상력역시이에해당한다.(「아침새로부터」)이시집에서는많은것들이사라진다.고적운도,함께들었던음악도,향초의향도,누군가의소원을싣고위태롭게서있던돌탑의돌도,한때가깝던이들도자꾸사라진다.시인은‘돌아간다’는새로운방향성을통해,상실을등지고앞으로나아가거나상실의순간에매몰되지않는제3의방식을발명해낸다.그것은사라진것이다시드러나고있을저너머반대편을그려보는일이다.

■간단한스위치로전하는간단하지않은마음

이뤄질거야
그이목구비
딸깍하고망설이는
순간들의연합을

고백할거야
매우복잡한설비여

덕분에
우리는매우간단한서로의스위치가되었어

돌아가게되었어
―「돌아가자」에서

“고백할거야/매우복잡한설비여//덕분에/우리는매우간단한서로의스위치가되었어”에서드러나듯,시집의제목‘아주간단한스위치’는역설을품고있다.스위치는전원을켜고끄는단순한장치처럼보이지만,홍지호의시에서그것은감각의방향을전환하고사라진것과남아있는것사이를오가게하는복잡한장치다.“눈은내리려다가/마주치면/사랑”(「계고장」)이되는것처럼,마주침의순간딸깍하고켜지는이스위치는세계를이전과다른방식으로감각하게한다.시집은그찰나의점멸들로이루어져있다.‘소리없이속으로기도했는데혼잣말에도대답해주는새들에게’바치는자서처럼,홍지호의시는내가발신한것이어딘가에서반드시수신된다는믿음위에서있다.그것은보이지않는나의반대편을응시하는행위의근간이된다.우리가이시집을통해얻을수있는것또한바로이단단한믿음이다.『아주간단한스위치』는잃어버린것들과언제든접속할수있는시적체험을독자들에게선물한다.

■작품해설에서

홍지호의시는하나의소노그래피(sonography)다.시인은소리를통해세계를감지하고,‘듣기’를통해번역되는감각을시로써기록하며재현한다.그렇기에이시집을읽을때에는시인이만든사운드스케이프의음향적흔적을살피는일이무엇보다중요하다.그것은소리로남은자국이거나혹은소리가사라진뒤에도잔존하는흔적과같다.소리가더이상현재적으로들리지않음에도불구하고,그것이남긴진동과기억,정동의잔여는세계를다시감각하게만든다.이시집에서스위치는감각의방향을바꾸고,세계를다른방식으로들리게끔하는전환적기점에가깝다.‘아주간단한’감각의번역으로이루어진언어를매만지며점멸을준비한다.눈을감고,들리는세계의스위치를켜보는일.“들리는것도같다”는기분좋은예감이든다면,멀리서돌아오는소리의끝자락을쥐어볼수도있을것이다.
─소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