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 엄마 (한지혜 소설)

물 그림 엄마 (한지혜 소설)

$13.00
Description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이들에게.”
악착같은 삶의 현장을 향한 정직한 응시
비극 속에서 새로 쓰는 가장 가까운 이름
199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안녕, 레나』,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를 써 낸 한지혜의 세 번째 소설집 『물 그림 엄마』가 출간되었다. 다정한 글 안에 한곳을 오래 응시해 온 이 특유의 묵직하고 예리한 시선을 감춰 둔 작가 한지혜는 지난해 20년 간 써 온 글을 묶어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물 그림 엄마』 역시 진득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엄마와 딸’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본다.

■ 죽음을 통해 다시 보는 ‘엄마’라는 이름

『물 그림 엄마』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는 ‘죽음’과 ‘엄마’다. 소설 속 화자들은 수없이 죽음과 맞닥뜨린다. 그 자신이 죽음에 가까이 있거나 타인의 죽음을 목도하거나 죽은 이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죽음이 새로이 그 삶을 돌아보게 하는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엄마’다. 죽음을 앞둔 엄마의 삶이 딸의 시선에서 그려지면서 엄마는 재인식되고, 그로써 재탄생한다. 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를 거짓 없이 들여다보는 소설들은 작가의 말대로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환생」, 「토마토를 끓이는 밤」, 「으라차차 할머니」, 「물 그림 엄마」는 모두 엄마 혹은 할머니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딸은 엄마가 죽음을 맞는 순간의 목격자이자 그의 인생의 서술자다. 이때 딸이 보는 엄마는 모성애가 가득한 엄마가 아니라, 어쩌다 엄마가 되어 버린, 출산과 육아가 힘에 겨웠던 엄마이고, 자식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했던 엄마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순간조차도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틋하지만은 않다. 늘 함께했지만 가끔은 있느니보다 못했던 존재,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안녕’ 인사를 건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한지혜는 따뜻하기보다는 덥고 끈적거리며 가끔은 가슴 시리게 서늘한 관계의 온도를 기록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비참하고 지긋지긋한 삶의 한복판이다. 여러 번 되살아나서 이제는 그의 죽음을 보는 자식들의 시선에 권태가 끼어 버린 노모의 병실, 가난을 못 이겨 투항하듯 쫓겨 들어간 엄마의 임대 아파트,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노인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단칸방. 한지혜는 이 초라하고 너덜너덜한 현실에 한 겹의 환상을 덧씌운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가난하고 외로운 현실은 한 편의 소동극이 되고(「토마토를 끓이는 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노인의 삶은 소설 속 소설을 통해 아름답고 강한 여성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으라차차 할머니」) 머뭇거리지 않고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는 날것의 현실을 드러내고, 천연덕스러운 서술은 비극적이지만 유쾌한 새로운 여성 서사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지혜는 예민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엄마’로 호명되던 여성을 복잡한 욕망을 가진 고유한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그의 모녀 서사는 여성혐오와 여성들 간의 연대를 다뤄 왔던 지난 수년 간의 여성 서사와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출발한, 가장 가까운 여성의 이야기다.
저자

한지혜

서울에서태어나자랐다.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안녕,레나』『미필적고의에대한보고서』,산문집『참괜찮은눈이온다』를썼다.

목차

환생7
함께춤을추어요35
토마토를끓이는밤65
으라차차할머니101
누가정혜를죽였나135
무영에가다175
물그림엄마205
작가의말241
작품해설
엄마되는상상력,여성의자기서사이해하기_선우은실(문학평론가)244
추천의글262

출판사 서평

■수록작품소개
「환생」
시한부를선고받은엄마와함께자식들은여수여행을떠난다.엄마의죽음으로인한슬픔,동시에그지난한과정에낀권태와짜증이뒤섞인여행에서엄마는대뜸환생을하고싶다고말한다.자식들은엄마의말에도,몇번이나반복되는죽음의고비에도지쳐간다.

「함께춤을추어요」
‘나’는심리학박사이자TV상담프로그램출연자인신주영박사의열혈안티다.남편의외도와육아스트레스로고통받는나는인생에단한번도어려움이없었을것같은웬박사가TV에나와몇마디말로사람들에게위로를준다는것을믿을수없다.방송국은유명안티인나에게신주영박사와TV프로그램에출연할것을제안하고,박사의딸진이를만난나는박사에게진이를한번만더만나게해달라고전화를건다.

「토마토를끓이는밤」
남편의실직후‘나’는남편과함께임대아파트에사는엄마의집에쫓기듯들어간다.이상하게도같은아파트에사는노인들은엄마의집에제집처럼드나들고,엄마는이를방관한다.알고보니엄마는노인들의생사를확인해그자식에게알려주며수수료를받고있었다.이를알게된남편은엄마를도우며노인의자식들로부터돈을뜯어내려하는데…….

「으라차차할머니」
‘나’는꼽추다.가난한집에서생계에밀려방치된나를거둬준것은역시꼽추인할머니다.할머니가누구인지는알수없다.진짜외할머니인지,나를받아준산파인지,지나가다엄마의눈에띈거지노인인지.나이가들어임종을앞둔할머니의곁을지키던나는할머니의일기장을발견한다.장애를안고살아온할머니의삶은비루했지만,일기장속그는인생의역경을딛고일어선아름답고강한여성이다.무엇이진실인지,어디까지상상이고환상인지는알수없다.

「누가정혜를죽였나」
등단은했으나소설한권내지못한소설가정혜는육아스트레스와슬럼프로글한줄쓰지못하고있다.어느날그는SNS에서만난동명의영화감독정혜로부터‘누가정혜를죽였나’라는제목으로각자소설과영화를만들어보자는제안을받는다.

「무영에가다」
아르바이트를하며근근히먹고사는‘나’에게와이가말을걸어온다.자신의자살을도와주면돈을주겠다는것.‘무영에가자’는와이의말은나를불러내는신호다.여러번자살시도를하고그때마다나의도움으로살아나던와이는어느날실제로죽음을맞는다.그리고나는와이를안다는누군가의연락을받는다.

「물그림엄마」
극장청소부로살다가극장에서죽은엄마가귀신이되어‘나’를따라다니기시작한다.아이를가진채로사랑했던남자로부터버림받고홀로자식을키웠던엄마.그는나의신혼여행에까지따라와라스베이거스의영화관에가자고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