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소설집 | 반양장)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소설집 | 반양장)

$14.00
Description
“정말 멍청해.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정말?“

폭염, 혹한, 백화, 해빙…
기후변화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
을 상상하는 10편의 단편소설
김기창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오늘날 전 인류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는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이상 기후에서 촉발된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를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린다. 기록적인 폭염, 급증하는 태풍, 이상 고온 현상,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 반 년 가까이 지속되며 숲 면적의 14퍼센트를 태운 호주 산불… 몇 년 사이 이상 기후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하고 잦아지는 양상으로 우리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얼음 나라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자 지금 당장의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막막하고 절실한 질문에서 소설은 시작되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의 출간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변화가 드러나는 곳은 출판 분야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전담 팀을 꾸리는 언론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국내 지자체들도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우리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기후변화는 이제 선택적 앎이 아니라 의무적 앎이 되었다. 그러나 선택적 앎이든 의무적 앎이든, 앎의 차원은 여전히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요컨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김기창 작가는 정체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무엇인가 선택해야 할 때, 우리를 선택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일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에 수록된 10편의 이야기는 인식하는 앎이 아닌 감각하는 앎을 제공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내면에는 파문이 인다. 이대로 지속되면 파멸이라는 것을 알지만, 심지어 아주 잘 알지만, 아는 데에 그쳤던 ‘잔잔한’ 마음에 꼭 필요했던 파문이다. 호수에 던져진 돌과도 같은 이 소설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태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필환경 시대가 만들어 낸 필독서이자 같은 방향으로 한 발작 나아가기 위한 지침서. 인간 문명에 대한 절망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인간이 지닌 사랑의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

김기창

한양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했다.2014년〈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모나코』,『방콕』이있다.

목차

서문

하이피어프로젝트
갈매기그리고유령과함께한하루
개와고양이에관한진실
굴과탑
1순위의세계
지구에커튼을쳐줄게
소년만알고있다
약속의땅
접는나날
천국의초저녁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기후안전도시,돔시티세계관
소설집에수록된10편의작품중3편은‘돔시티세계관'을공유한다.돔시티는기후변화로인한고통에서벗어나기위해고안된‘기후안전도시’다.물론모든사람이이도시의시민이될수있는건아니다.예컨대돔시티행정부는산아제한같은인구조절정책을강력하게펼쳐추방대상을골라내는데몰두한다.인종,민족,종교,재산,교육수준,전과유무등상황에따라모든것이결격사유가될수있다.사형제도는오래전에사라졌지만추방을비롯해돔시티진입에수반되는엄격한내부절차가그빈자리를메운다.돔시티안으로들어가기위해땅굴을파는사람들,밖으로추방된사람들,경계에서이익을취하는사람들…돔시티를둘러싸고벌어지는사건사고는기후변화로인한변화의양상을계층이라는프레임으로보여준다.이는기후변화가환경의문제만이아니라계급의문제이자불평등의문제임을역설한다.

■모르는날씨에대한감각
『기후변화시대의사랑』에는이례적이라고할수있을만큼날씨에대한묘사가자주등장한다.그리고그묘사들은한결같이낯선형태를취하고있다.“소피는나뭇잎으로머리를가린채몸의감각을잃지않으려노력했고,피부가익어가는소리를듣지않으려귀를막았다.”는표현은폭염의한가운데로우리를데려다놓는다.“커튼을치고자지않으면따가운아침햇살에피부가그을릴듯”하다거나“낮동안부글부글끓은옥상바닥에서흘러내린열기는창문밖으로나가지못한채방을가득메우고있”다는문장역시순식간에우리를한번도경험하지못한고통의중심으로이동시킨다.생생한묘사로독자의피부위에내려앉은이고통은기후변화문제가계급과불평등을넘어생존그자체의문제임을환기한다.

■기후변화시대의윤리
이책의소설에나오는인물들은선택의기로에서있다.에너지문제를해결하는방법에의견차이를보이는연인,돔시티밖으로추방된연인을따라가지못해남은생을죄책감과회한에사로잡혀보내는남자,한없이굴을파고하염없이탑을쌓는연인.특히생존을위한선택의기로에서절박하고비참하게순간을버텨내는북극곰가족이야기인「약속의땅」은디데이를기록하는방식으로전개된다.숫자가바뀔때마다줄어드는숫자는우리에게질문한다.다가오고있는것이북극곰의죽음일까인류의죽음일까,혹은지구의죽음일까.‘여섯번째대멸종’이나‘거주불능지대’같은표현은거대한좌초를앞에둔우리에게어떤인간이될것인지묻는다.무엇을포기할수있는가.그것을어디까지포기할수있는가.우리는좋아하는것을지키기위해더많은것을두려워해야한다.『기후변화시대의사랑』은잃어버린것들의목록위에두려운것들의목록을쌓는다.어떤과학책도주지못한무서운감정을이소설이준다.어떤과학책도하지못한일을이소설이할수있는이유다.

■작품줄거리
『하이피버프로젝트』
평균기온54도.체감온도73도.짙은미세먼지를품은공기가열기를안은채한곳에머무르며사람들의숨통을조여온다.‘돔시티(Domecity)’는이런상황을타개하기위해허겁지겁세워진대책이다.각각의돔시티는조건이상이하다.공통점이있다면추방자들을수없이양산한다는점이다.빼기의정치학과빼기의경제학이맞물린배타적생존전략.그러자추방자들은돔시티안으로들어가기위해땅굴을하기시작하고,추방자인소피는굴속에거주하며콘돔을끌어모은다.

『갈매기그리고유령과함께한하루』
돔시티안에살고있는남자요셉.그는여자친구가추방되었을때아무것도하지않은것에대한죄책감을안고살아간다.마일스는요셉의회사동료다.그는요셉에게추방된애인이있다는사실을몰랐다.요셉역시마일스의사정을몰랐다.가깝건멀건누구나추방자들과얽혀있었다.겉으로드러나지않을뿐이었다.요셉의애인이추방된이유는태양광패널생산공장폭파혐의였고,요셉은그회사연구소의직원이었다.긴조사끝에요셉은무혐의로풀려난다.요셉은자신의죄를스스로물어야했다.나는동조자였을까?방관자였을까?그저나밖에모르는겁쟁이에불과했던걸까?

『개와고양이에관한진실』
고든과금보는돔시티벽을순찰중이다.고든은순찰민병대원이된지한달밖에안된신참이다.올해초에결혼했고새끼래브라도리트리버를키운다.금보의아내는돔시티중심가에서이탈리안비건레스토랑을운영한다.고든은돔시티벽주변을연옥이라부른다.급격한기후변화로돔시티밖은지옥처럼뜨겁거나차가웠기때문이다.고든은반항하는인간으로분류되어돔시티밖으로쫓겨난사람들중일부를돔시티안으로몰래들여보내곤했다.가진것의절반을통행료로받았다.유연이라는추방된여성이자신이나올때데리고나오지못한개를돔시티밖으로데려오려고하며이들사이에갈등이시작된다.

『굴과탑』
윤은서른다섯살.휴대폰무선충전수신기를만드는회사에다녔다.장판에묻은김치국물자국을지우려다장판을뚫고시멘트를뚫고이참에땅을파기로한다.하련은스물여섯살.온라인의류쇼핑몰의디자이너로일한다.그녀는옥상에서탑을쌓는다.두사람은회사도가지않고굴을파거나탑을쌓는다.이들이사는곳은재개발예정지역.주민신고로두사람은경찰서에서만난다.그만하라는경찰과계속하려는이들의대치.20년이지난후구덩이가메워진자리에는건축바람이분다.비유와상징으로개발과성장의폐부를찌른다.

『1순위의세계』
우석과희연은15년전환경단체에서만났다.이후신규원자력발전소건설중단과관련한일을하며두사람은울산으로이사한다.울산태화강십리대숲의아름다움처럼두사람도행복한생활을이어간다.그러나행복은오래가지않는다.두사람사이작은틈은점점벌어지고,기존의에너지정책을바꾸는방법에대한입장차이를끝내좁히지못한다.희연이서울로떠난뒤울산에혼자남은우석은각종비판에맞서가며캠페인을지속한다.두사람의운명은어떻게될까.에너지정책의향방은?

『지구에커튼을쳐줄게』
용희는해안가에위치한도시의시청민원실에서일하는9급공무원이다.청춘을모두반납하며5년동안시험에만매달린끝에얻어낸자리이지만막상달라진건없다.민원실에는연일이어지는폭염의피해를호소하는사람들의분노와기막힌사연으로가득하지만용희가할수있는일은없다.어느날용희는민원실을찾아와자신을물끄러미바라보다사라지는한남자를좋아하게되고,그가사는집을찾아간다.한편그의집이무허가증축된건물들사이옥탑인용희의집은들끓는태양을피할수없다.

『소년만알고있다』
바다를사랑하는소년은산호초밭을누비며광대물고기라불리는흰동가리를찾아다닌다.그러나흰동가리가보이지않자소년은두려워진다.그리고깨닫는다.자신도모르는사이이곳에사는모든것들이조금씩,그러나확실하게사라지고있다는것을.물고기들은줄어들었고산호초는영혼을빼앗겼다.그러던어느날파도가좋다는소문을듣고서퍼들이몰려온다.이내조용하던마을에는의문사한서퍼들의시체로미스테리해진다.그들의죽음에는소년만이알고있는진실이도사린다.진실은무엇일까.그들은왜죽었을까.

『약속의땅』
해빙의두께와면적은점점줄어들고개빙구역은점점넓어진다.만년빙도해일같이밀려드는햇빛앞에서부식된방파제처럼깎여나간다.아푸트는생존의위기에내몰린북극곰이다.북극곰을대체할것으로알려진회색곰그롤라와의대치하는것뿐만아니라인간과의대치역시아푸트에게는삶의장애물이다.변화하는환경속에서이들은생존을지속할수있을까.디데이숫자는줄어만간다.

『접는나날』
아버지는운영하던중식당을접었고(혹은접혔고)주인공근호는아버지의중식당을물려받기위해다니던대학을접었다.어느날청바지접기에서시작된근호의접기취미는티셔츠를접고후드티를접는데까지나아간다.그러다자신이최초로접은것이청바지가아니라연애였음을떠올린다.방안을둘러보자어서접히기를기다리고있는침대,책상,책장,의자,스탠드,노트북,선풍기,쓰레기통,액자등이눈에들어온다.원룸안에있는모든것들을다접은근호는자신도접을수있을것같은생각이든다.세상은접는나날의연속이다.

『천국의초저녁』
신혼여행장소를두고의견을좁히지못하는부부.남자는몰디브여행을원하지만여자는무섭다고말하며가고싶지않아한다.아내를설득하기위해지금몰디브를가야할수많은이유들을제시하지만아내는좀처럼마음을돌리지못하고,리조트로만들어진섬,‘천국의초저녁'이라불리는몰디브여행에대한이들의갈등은어느새우리마음속의갈등으로변해간다.갈것인가,말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