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실패 : 김미현 비평 선집

더 나은 실패 : 김미현 비평 선집

$22.00
Description
故김미현 평론가 1주기 추모 비평 선집
동시대 문학과 뜨겁게 호흡해 온
문학평론가 김미현의
다시 읽고 싶은 열 편의 글

김미현은 작품의 생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가들의 평론가’이자 드물게 독자가 있는 평론가였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그의 글은 뜨거운 열정, 논리적인 전개, 박력 있고 문학적인 표현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균형 속에서 김미현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낳았다. 지난해 9월, 아직 이른 나이인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미현 평론가를 향한 그리움이 여전히 짙은 이유다.
故김미현의 1주기를 추모하는 비평 선집 『더 나은 실패』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서 시작되어 2020년대 포스트휴머니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비평적 여정은 여성의 언어와 몸과 정체성에 뒤엉킨 환상들을 찢어내며 새로운 길을 터왔다. 그러면서도 그 비평적 여정은 유난히 경쾌하다. 이 특유의 경쾌함은 삶과 문학 모두에서 긍정과 부정을 단순히 나누지 않고 ‘부정 자체의 긍정’을 응시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강지희 평론가가 선별한 10편의 글은 김미현식의 ‘살게 하는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표 글이다. 더불어 그의 마지막 에세이 2편 및 인터뷰 등의 글을 함께 수록한 이 책은 김미현 문학의 생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다.
저자

민음사

저자:김미현
1965년서울에서태어났다.이화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95년《경향신문》신춘문예평론부분으로등단하여평론활동을시작했다.이화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했으며,계간《세계의문학》편집위원으로활동하며페미니즘기반의현장비평을확장해왔다는평가를받는다.저서로『한국여성소설과페미니즘』,『판도라상자속의문학』,『여성문학을넘어서』,『젠더프리즘』,『번역트러블』,『그림자의빛』등이있다.소천비평문학상,현대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김환태평론문학상등을수상했다.2023년병환으로세상을떠났다.

엮음:강지희
1986년서울에서태어났다.이화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계간《문학동네》편집위원이며한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으로등단하여평론활동을시작했다.평론집『파토스의그림자』를출간했다.

목차


서문강지희5
이브,잔치는끝났다-젠더혹은음모19
다시쓰는소설,덧칠하는언어-패러디소설에나타난여성의식56
섹스와의섹스,슬픈누드-1990년대소설속의성83
불한당들의문학사-1990년대의악마주의소설114
이브의몸,부재의변증법145
수상한소설들-한국소설의이기적유전자174
페미니즘이포스트페미니즘에게207
주체의궁핍과‘손’의윤리235
정의에서돌봄으로,돌봄에서자기돌봄으로271
포스트휴먼으로서의여성과테크노페미니즘-윤이형과김초엽소설을중심으로306
에필로그341
더빛나는그림자343
나‘들’의문학‘들’346
암리타가있는키친의풍경358

출판사 서평

한국여성문학사의축약본

「이브,잔치는끝났다」는한국여성문학사의축약본이다.식민지시기김명순,김일엽,나혜석에서시작된제1기의여성문학,1960~1970년대활발하게활동했던박경리,손소희,강신재,한무숙,한말숙등이끌어갔던제2기의여성문학,1980년대중반이후불거져나온여성문제와함께호흡했던제3기의여성문학전체를점검한다.집약적인정보로이루어진이글의매력은마지막결말부에놓인1990년대여성문학에대한냉혹한반성과통찰에있다.주목과잔치에현혹되는대신,‘여성문학은얼마나변하지았았는가’경계하며다시묻는데서김미현평론세계는시작된다.「다시쓰는소설,덧칠하는언어」는여성패러디소설을통해여성적인언어의존재가능성을탐색한다.여성만을위한언어가불가능함을폭로하는아이러니의언어와해체적언어를횡단하며여성정체성은새롭게탈구축될가능성을갖는다.‘거울’이아닌‘반사경의언어’가완성된다.

1990년대문학에대한매력적인진단

「섹스와의섹스,슬픈누드」와「불한당들의문학사」는1990년대문학에대한매력적인진단을확인할수있는핵심적인평론이다.「섹스와의섹스,슬픈누드」는1990년대소설속의성(性)이어떻게다루어졌는가에주목하며,신세대문학을편견으로부터구출하는구제비평의대표적인사례다.1990년대를주조한진정성의기원이뜨겁고불온한정열의정신성이아닌,무감정한차갑고가벼운섹스의육체성에있다는주장은지금보아도신선하고파격적이다.이글과나란히「불한당들의문학사」가읽힌다.김영하,백민석,배수아의서사에서다채로운성적실천과섹슈얼리티는사회전반의권력에대한일종의반란이자,교감이나정념이표백된채심미적주체성을도모하는방안이된다.두글에서주목하는비정상적인성과악은‘미학적부정성’의형태를띤1990년대문화정치적저항을정확히짚어낸다.

페미니즘이포스트페미니즘에게

「이브의몸,부재의변증법」에서는오염되고박탈되고변이가일어나기에괴물로취급되어온여성의몸의재현양상에대해프랑스의정신분석학적페미니즘부터에코페미니즘에이르기까지종횡무진하며이론을응용해설명한다.「페미니즘이포스트페미니즘에게」는가변적인구성물로서의젠더정체성을대표하기에김미현의평론에서중요하게위치했던안티고네의형상을가장선명하게확인할수있는글이다.1990년대에서2000년대로넘어가며기존의페미니즘이포스트페미니즘으로형질변화가일어나고있음을날카롭게포착한글이기도하다.

한국소설의이기적인유전자

「수상한소설들-한국소설의이기적유전자」는기존의한국문학비평이잘들여다보지않은,보수적인대중성을지닌작품들의세부를분석함으로써관성이나추상화된악을문제삼는다.한국소설의‘이기적유전자’로꼽힌대상텍스트들은바로이문열의『호모엑세쿠탄스』,김훈의『남한산성』,박민규의『핑퐁』이다.제각기다른세대를대변하는남성작가의작품들을통해“한국문학에서언제나살아남는이기적유전자는바로강력한아버지에대한환상”이라는통찰에이르는과정을보는것은짜릿한경험이되어준다.

포스트맨(Post-Man)시대의윤리

「주체의궁핍과‘손’의윤리」는‘견고한주체성과당위적윤리를어떻게벗어날것인가’라는의미심장한질문을던진다.이글은소설에서‘연대’‘용서’‘치유’와같은이상적인윤리로향하는당위적결론을손쉽게확인하는대신,이상적인윤리의수행이현실에서얼마나불가능할수있는지그지난한과정을보여준다.‘포스트맨(Post-Man)시대의윤리’를말하는이평론은2000년대이웃에대한절대적환대의윤리에대한통렬한비판을담고있기도하다.「정의에서돌봄으로,돌봄에서자기돌봄으로」는팬데믹시대를통과하며다각도로펼쳐진돌봄담론에대한적극적개입이다.이글은돌봄에헌신과희생등의이상적의미를부여하는대신,돌봄윤리내부에서도긴장과균열이있음을먼저포착한다.두편의글을이어읽으면,외부의규준에따르던이상적윤리에서자신을책임지기위해스스로선택하는긍정적윤리로거듭나는과정이읽힌다.

테크노페미니즘으로의탐색

「포스트휴먼으로서의여성과테크노페미니즘」은한국SF가중흥기를맞이한2020년대에더널리읽히고인용될선구적인평론이다.이글은윤이형과김초엽소설을중심으로포스트휴먼으로서의여성이‘지구-되기’,‘모성-되기’,‘기계-되기’의층위에서어떻게젠더정체성을찾아가는지살펴본다.이를통해완벽하고절대적인이상향으로서의지구에대한향수나복귀자체가환상에불과함을인정하고,모성또한자연적이고본질화될수없는상황적이고물질적인문제임을강조하며,진정성의아포리아를보여준다.여성과과학기술이비관/낙관,긍정/부정,지배/억압등의이분법적이고고정된관계를유지하기보다흔들리며새로운정치적미래를탐색해나가는‘테크노페미니즘’은기존페미니즘을산뜻하게깨뜨린다.

작가의말에서

문학에서성공은무의미합니다.그렇다고실패만을반복하지도않습니다.그래서사뮈엘베케트의“다시시도하기,다시실패하기,다시더잘실패하기”라는말을좋아합니다.‘더나은실패’는문학에서엄청나게위로가되는명제입니다.(…)허먼멜빌의소설『필경사바틀비』의주인공바틀비가필경사가되기전에했던일은우체국에서‘배달불능편지deadletter’를처리하는것이었습니다.배달불능편지란수취인이불명(不明)이어서배달할수없는편지를의미합니다.

하지만이때일어나는문학적반전은배달이가능한편지가오히려해석이완료된‘죽은dead’문학이고,배달이불가능한편지는아직읽히지않았기에‘죽지않은un-deae’문학이란사실입니다.그래서배달불능편지는전달하는데는실패했지만,다른누구에게전달될수도있는것,그래서새롭게읽힐수있는가능성을환기시킨다는점에서‘더나은실패’에해당하는문학이라고할수있습니다.(…)오늘보다더낫게실패하겠습니다.‘오늘’의그림자까지담아내는‘내일’의그림자문학을지향하겠습니다.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는의미가아니라어둠이보인다는의미에서의‘그림자의빛’을놓치지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