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숨통

$16.00
Description
《엄마는 페미니스트》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대표 소설집

급격히 밀려든 미국 문화와 세계화의 거센 물줄기
그 속에서 몰이해와 소통의 순간을 겪으며
공존에 다다르려는 나이리지아 사람들의 위태하고도 흥미로운 여정
▶ 아디치에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다. 이 인물들은 페이지에서 튀어나와 당신의 머리와 심장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USA 투데이》


아프리카 현대 문학을 이끄는 대표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숨통』이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되었다. 아디치에는 『자주색 히비스커스』로 등단하자마자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두 번째 장편소설 『절반의 태양』(2006)으로 오렌지 소설상을 받고 “천재 상”이라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다. 『숨통』은 2002년부터 6년간 《프로스펙트》, 《그란타》등 세계 유수의 잡지에 발표했던 열두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으로, 모든 것이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전통을 지키려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전작들을 통해 고국 나이지리아가 겪은 역사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던 작가는 이번에는 열아홉 살에 도미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이 아닌 ‘타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더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화라는 커다란 흐름에 놓인 약소 국가의 한 개인이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낸 『숨통』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작가의 날카롭고 섬세한 관찰력과 진중하면서도 곳곳에 배어 있는 유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도서’ 목록에 올랐다.
선정 및 수상내역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저자

치마만다은고지아디치에

1977년나이지리아에서태어났다.이스턴코네티컷주립대학교에서언론정보학과정치학을전공하고존스홉킨스대학교와예일대학교에서각각문예창작과아프리카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나이지리아의엄격한상류가정출신소녀의정신적독립이야기를담은첫장편소설『보라색히비스커스』(2003)로영연방작가상과허스턴라이트기념상을수상하며문단에데뷔했다.나이지리아현대사를조명하면서그곳의삶을감...

목차


1번감방9
모조품34
사적인행위61
유령78
지난주월요일에101
점핑멍키힐129
숨통155
미국대사관172
전율189
중매인221
내일은너무멀다246
고집센역사가260

감사의말285
옮긴이의말286

출판사 서평

■세계화의흐름에맞서‘자기만의삶’을꾸려나가려는이들의이야기

『숨통』에는저마다다른삶의내력을지닌다양한나이지리아인들이등장한다.나이지리아라는나라자체는낯설게느껴질지몰라도,이야기속등장인물들의모습과그들의고민은우리에게크게낯설지않다.나이지리아에살면서도미국의영향에서자유롭지못하거나미국에살지만나이지리아인이라는꼬리표를뗄수없는,양쪽세계에걸쳐살아가는나이지리아인들의모습에구미문화권출신도아니고영어를모국어로도하지않는이른바주변인으로서오늘날세계화시대를살아가는우리의모습이겹치기때문이다.각이야기들은미국혹은나이지리아어딘가에서펼쳐지지만,그들이어디사느냐하는공간적문제는부차적인문제일뿐이며주인공을한국사람이라고가정해도별무리가없을정도로보편적이다.작품은국가,가족,개인의신념등과같이자신의정체성을이루는요소들을위협해오는것으로부터자기만의고유성을지키고싶어하며,보호하는것에서한발더나아가적극적으로자신의정체성을완성하길원하는인간의열망을매우세밀하게그려낸다.

내가그런말을한다면그애에겐마침내여기와서나를미국으로끌고갈구실이생길것이고,그러면나는모든것이너무편리해서재미없는삶을살아야만하게될것이다.우리가“기회”라부르는것으로더럽혀진삶.내게는맞지않는삶.(중략)“그런생활이좋으세요,아빠?”은키루카는요즘나랑통화할때은근히귀에거슬리는미국식악센트로이렇게묻는데맛을들였다.그건좋고나쁘고의문제가아니야.그냥내삶일뿐이지.나는딸에게그렇게말한다.중요한건그것뿐이다.-「유령」에서

작품들속에는‘좋은것이좋은것’이라는신념아래적당히타협하며살아가는이들과‘삶의양식이의식을지배하는것’을경계하며미국이라는거대한힘에자신의삶이휩쓸릴까조심스러워하는이들이함께등장한다.하지만작가는무엇이좋고나쁜가에관해서직접적으로판단하지않는다.다만거대하고막강한세력앞에서무차별적인변화를강요받는주변인들의모습을있는그대로보여주며모든것이단일한기준에의해통합되고수렴되어가는것이과연옳은가하는문제를제기한다.‘미국’은작품속에등장하는주인공들의의지와는상관없이그들의삶에막대한영향을미친다.미국으로망명간남편때문에정부요원의손에아들을잃기도하고,원하지않는결혼이민을와서사랑하지도않는,배나오고입냄새가나며이보어도못쓰게하는의사남자와살며괴로운나날을보내기도한다.그럼에도그들은수동적으로당하기만하기보다는최대한저항하며그들이할수있는최선의선택을한다.

「미국대사관」에등장하는주인공여자가죽은아들을팔아넘겨미국망명비자를받느니이땅에남겠다며대사관을박차고나오는장면이나,「고집센역사가」에서노인느왐그바가기독교식장례를위해자기몸에성유를발랐다간남은힘을다해후려쳐주겠다고으름장을놓는장면등은‘대세’가무엇이든각개인은자신만의삶의양식을선택할권리가있다는자명한진실을상기시켜준다.

■편견너머‘진실’에한걸음더다가서게해주는소설

에드워드는생각에잠긴듯이한참파이프를씹더니,이런유의동성애이야기는아프리카의진짜모습을반영하는것이아니라고말했다.“어느아프리카요?”우준와가불쑥말했다.(중략)“지금이2000년일지는모르지만가족들에게자기가동성애자라고고백하는여자이야기가대체얼마나아프리카적이라는거요?”에드워드가물었다.그러자세네갈인이알아들을수없는프랑스어를속사포처럼쏟아내기시작하더니약1분동안의일장연설을마친뒤에이렇게말했다.“내가세네갈인이에요!내가세네갈인이라고요!”-「점핑멍키힐」에서

당신은그와가까워졌음을알았다.당신의아버지가실은교사가아니라건설회사의말단운전사라고그에게말했을때.그리고당신은아버지가털털거리는푸조504를운전했던어느날의이야기를그에게들려주었다.(중략)당신이이이야기를마치자,그는입술을오므리면서당신의손을잡고는당신심정을이해한다고말했다.당신은그의손을뿌리쳤다.세상이자기같은사람들로가득차있다고,혹은차있어야한다고생각하는그에게갑자기화가났기때문이다.당신은그에게,이해해야할것은하나도없다고,그냥사는게원래그런거라고말했다.-「숨통」에서

『숨통』은또한타자,특히주변부를바라볼때범하기쉬운오류를보여준다.작품속에는소위아프리카애호가,아프리카전문가라는인물들이등장하는데,이들은아프리카에대해보통사람들보다더많이알며더많은애정을가지고있다고대놓고혹은은연중에과시하는사람들이다.하지만특정대상에관심을갖고그것에대해많은정보를터득한다고해서그대상에대한‘이해’가절로생기는것은아니다.특히나중심부에서서서주변부에서살아가는누군가를편견없이온전하게이해한다는것은그불가능성을겸허히인정하고시각의축을중심부에서주변부로이동하려는혼신의노력을기울이지않는한거의불가능한일이다.

에드워드교수가“이런유의동성애이야기는아프리카의진짜모습을반영하는것이아니라”고판단하는것(「점핑멍키힐」)이나외제차를살짝박은아버지가길바닥에엎드려“저와제가족을판다해도선생님차의타이어하나살수없을”거라며비는모습이꼭‘똥’같아보였다는나이지리아여자의이야기를듣고미국인남자친구가“당신심정을이해한다”고말하는것(「숨통」)은자기가아는일부사실만으로그대상을‘안다’고생각하는‘만용’과같다.작가는‘아프리카’를떠올렸을때흔히생각지못하지만아프리카인들의삶에서실제로벌어지는동성애,결혼이민과같은일들을진솔하게그려냄으로써우리로하여금편견의더께를걷어내고‘진짜아프리카’의모습에한걸음더다가갈수있도록한다.

작가는“소설에는가슴으로느껴지는진실이반드시드러나야한다”며이것은“실제보다더실제같은일상성안에서상황을설명하기보다는그대로보여줄때느껴지는진실”을말한다고밝힌바있다.작가자신의경험을투영하여세계화의거대한흐름이개인의삶에드리운행복과불행의면면을사실적으로담아낸소설집『숨통』에도작가의이러한신념이관철되어있다.낯선세계속에서갖가지난관들을헤치며자신의영역을위태롭게확보해나가는이들에관한이지극히현실적이고진솔한이야기가,점점복잡해져만가는세상에서자신이누구인지잊은채분주히살아가는우리에게스스로의삶을돌아볼계기를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