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안은별,이상우
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사랑하는개』,『우리의사람들』,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등이있다.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
읽기전에7바로손을흔드는대신,생각하는친구들서울의박솔뫼11,23,31,49,56,62,84,125,147,192도쿄의안은별14,27,44,77,109,121,149,181베를린의이상우19,34,53,71,105,138,162친구의일기권도은39│김준언66│로빈91│케이타115김연재133│송곳142│이한울158│황지연177부록:바로손을흔드는대신,주고받은메일들201
시차와상상으로완성된새로운대화법의제안[릿터]에세작가의글이연재되었던2021~2022년은전세계적으로코로나19가퍼지고,전쟁이발발한때다.삶과신념이통째로흔들리고일상의많은것이변화를겪어야했다.오랫동안만나지못한채주고받는짧은안부와대화로는담지못하는마음과장면들이해소되지못하고쌓여만갔다.그때세작가는각자의일상을쓰고,그것을서로공유하는것만을원칙으로삼은채글을쓰기시작했다.서로다른도시에서마주한수많은기쁨과슬픔에대하여바로손을흔들고말을건네는대신순간적으로밀려드는생각들을모두기록하고서로나누었다.그렇게1년동안모인글들사이에는수많은우연적겹침이발생하였다.안은별이일본지하철을타고이동하는기쁨에대해기록하면,이상우는자전거나마차를타고베를린시내를거니는감각에대해쓴다.박솔뫼는꿈속에서길을헤매다상냥한이에게약도를건네받는다.도시마다삶마다존재하는시차로부터벌어지는수많은우연은커다란상상을위한공간이된다.글을통해친구를떠올리고상상하다마침내서로얼굴을마주하는날이온다면,우리는서로를더욱다정한눈으로바라볼수있을것이다.우연이선사하는기쁨을무한히확장시킨다면새로운대화법이선사하는우연한마주침의기쁨을발견한세작가는이형식을보다확장해보기로했다.각자의삶속에서스쳐지났던이들을책속에초대하여그들의이야기와함께엮여보기를택한것이다.그결과드라마작가권도은,음악가케이타,바리스타김연재,사진가송곳등친구들8인의글들이박솔뫼,안은별,이상우세작가의글들사이를거닐게되었다.이들이글들사이에서발생시키는더욱많은스침과겹침들은곧『바로손을흔드는대신』을광장과같은공간으로변모시킨다.우리가실제광장에서누군가를마주쳤을때바로인사를건네고피상적인대화를나누다각자갈길을가는것과달리,『바로손을흔드는대신』이라는이상한광장에서는상대의시선,태도,문체,일상등이오롯이담긴이야기를천천히읽어내게된다.세작가가개발해낸새로운대화법은이렇게다른친구들에게까지확장되었다.이러한시도는책바깥의우리에게도새로운대화방식이가능하리라는희망과여운을준다.만약오랜친구의반짝이는면에대해직접대화해본적이없다면,또는물리적으로는멀리있지만늘마음으로응원하는친구가있다면,책을덮은뒤그들에게도세작가가선보인새로운대화법을제안해볼수있겠다.친구를지키는방법좋지않은방향으로급변하는세상속에서우리는모두너무바쁘다.바쁜삶속에서잃어가는많은것들중에는‘친구’가있을것이다.소설가이상우는자신의소설이해외에번역출간이된다면,그책에늘자신을반가이맞아주던단골식당주인‘나가유미씨’에대한감사를적고싶었다고하나,그사이코로나19로인한불황을버티지못한것인지식당이사라져버리고만다.이상우는이책에“너무늦기전에,적어도내가지금보다더많이잊어버리기전에짧게나마써둔다.”는결심으로,“나가유미씨와그의가족이행복했으면또그들이건강했으면좋겠다.”고쓴다.그가나가유미씨에대해기록하는마음은,『바로손을흔드는대신』을통해가깝거나먼친구들에게낯선방식의대화를걸어보는마음과다르지않다.세상의속도를좇아가기힘들어정작소중한것들을모두뒤에둔채앞으로걸어가고있는이가있다면,박솔뫼·안은별·이상우가마음과삶을나누는방식을시도해보자.어쩌면우리는잃어버린친구를홀로추억하는하루를보내는대신,소중한친구들과느리지만영원한대화를나누는든든한하루를보낼수있을것이다.책속에서여기에서저기로간다는것,혹은갔다가돌아온다는것은반복되는루틴이라고해도매번새로운단한번의사건이다.우리는저마다의갈길을가는다른사람들이나,거대한인프라와치밀한약속들의체계와사람들이합을맞춰춤을추는탈것들이그러한것처럼,서로가전혀그얼굴을마주한적없는장소와사건들을이으며시간과공간을,사회라는픽션을만들어낸다.매일거의똑같이,그러나완전히같지는않게덧붙이면서.---「도쿄의안은별:시간과공간을생산하는중」중에서이렇게또손을흔드는장면을본적이있는데나는초등학교1학년이고다니던학교는100년도넘은광주시내의오래된학교이다.그때나는같은반친구들과나란히운동장에서있었다.시내에서일을마치고우연히운동장을둘러보던아빠는나에게크게손을흔들었다.나는순간이렇게운동장에서있는데나도같이손을흔들어도되는지모르겠고집이아니라학교에서아빠를마주치는것에왠지멍해서그자리에멈춰서서가만히쳐다만보았다.아빠는계속손을크게흔들었다.손을계속흔들던아빠가먼저자리에서일어났는지내가선생님과아이들과함께교실로돌아갔는지까지는기억이나지않는다.집에서아빠는왜대답을안했느냐고못알아본거냐고물었고나는아마인사를해도되는지몰라서못했다고말했던것같다.---「서울의박솔뫼:손흔들기」중에서어느장소에서살아갈허락을받는일.허락을받으며살아가는일에대해서베를린에오고나서부터더생각하고느끼고있는것같다.이런상황에놓이면의식적으로든무의식적으로든그사실들이온순간에감지된다.단지체류허가증의문제를떠나,나와는비교할수없는경우들로이사라짐,증명의감각을매일매순간온몸으로부딪치는사람들이있을것이다.남들에게는보이지않게기울어진경사를기어서라도올라가고있는사람들이있을것이다.그렇게올라가는사람들이만들어내는거대한산이있을것이다.당장은투명하지만돌이켰을때돌이켜보는시선의반사됨으로영원히빛나고있을산이있을것이다.---「베를린의이상우:RaulLovisoni&FrancescoMessina「PratiBagnatiDelMonteAnalogo」」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