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건네는달콤한거짓말,
타인을잠식하는새하얀거짓말에대하여
“토베얀손의문장은결코서두르지않는다.늘생생하며정확하고예술적이다.대단히아름답고만족스러운작품이다.”-어슐러K.르귄(소설가)
“토베얀손의소설중최고의작품!시선을사로잡고독창적이며절묘하다!”-《뉴요커》
50여개국,다양한언어로번역되어기록적베스트셀러자리에오른‘무민시리즈’의작가이자오래도록전세계인들의사랑을받아온‘무민’캐릭터의창조자,핀란드를대표하는화가,일러스트레이터,소설가인토베얀손의본격장편소설『정직한사기꾼』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
안나에멜린이상냥하다는말을듣는까닭은,지금껏그녀가악의를보여야하는상황에내몰린적없었기때문이었는지도모른다.곱게만자란안나에멜린의선의는어딘가겁나는구석을지녔지만,아무도눈치채지못했다.
“커피를좀준비했어요.커피드시지요?”
“아니요.”카트리가상냥하게대답했다.
“커피잘안마셔요.”안나는당황했다.
마음이상했다기보다놀랐다.커피를내놓으면누구나마신다.그게예의니까.초대한사람을생각해서말이다.
“차는요?”안나는말했다.
“아니요,괜찮습니다.”카트리클링이대답했다.
안나는뭔지모를불안을느끼며창가에서있었다.지금커피한잔을마시는것도좋겠지.하지만갑자기의욕을잃었다.아주미약하지만분명하게깨달은것은,자신이커피를좋아하지않으며좋아한적도없다는사실이었다.-본문에서
1970년‘무민시리즈’를마무리하고성인독자를겨냥한본격소설을집필하기시작한토베얀손은1972년『여름의책』을발표한이래여러편의장편을남긴다.그중『정직한사기꾼』(1982)은독자는물론,비평적측면에서도커다란성공을거둔얀손의대표작이다.이제짙은겨울로접어든어느항구마을,이웃집수저가몇개나되는지서로알만큼손바닥만한이시골동네에낯선행색의남매가살고있다.카트리와마츠클링남매는금발벽안의사람들사이에서눈에띄는새까만머리카락,심지어누나카트리는늑대같이매서운,서늘한금빛눈동자를지니고있다.이방인에게호의적일리없는시골마을에서이들두사람은호기심과두려움,심지어혐오의대상이다.그러나부모없이홀로동생을키워야하는카트리에게마을사람들의냉대는결코장애물이되지못한다.카트리는냉혹하리만치머리가비상하고꾀바르며,특히이해타산을따지는데에능수능란하다.그녀는스스로에게말한다,믿을수있는것은오직숫자(돈)밖에없다고.카트리는자신의재능을활용해서법이나셈에도무지재능없는시골사람들을도우며살아가지만,이웃들은언제나그런그녀를무서워한다.하지만카트리는신경쓰지않는다.자기선박을만들고소유하고싶어하는사랑스러운남동생마츠에게배를선물하려면악착같이버티고,힘껏돈을모으는수밖에없으니까.그러던중마을에서제일가는부자이자은둔자,국제적으로명성높은삽화가안나에멜린을알게된다.그녀는나무숲에꽁꽁싸인대저택에서혼자살며,통조림하나조차심부름꾼에게배달을부탁할정도로세상과왕래가없다.마을사람들은안쓰러워하면서도잔인할정도로순수하고물정모르는안나를은연중등쳐먹기에급급하다.이러한안나의사정을정확히간파한카트리는은근슬쩍그녀에게접근해서한몫챙기기로결심한다.마침내카트리는순진무구한안나의살림부터사업까지도맡아처리해주면서신임을얻는데에성공하지만상황은전혀뜻밖의방향으로전개되어간다.급기야간단한인사치레조차위선으로여기며빈말이라면질색하는카트리와상대방을배려한다면서마음에도없는선의를베푸는안나의만남은,북구의매서운겨울눈보라처럼,두사람의삶에돌이킬수없는사나운파문을일으킨다.
안나는미소지었고,평소처럼혼란스러워하지도않은채말했다.“클링양,알아요?당신은정말독특한사람이에요.전이렇게무시무시하게-정말두렵다는뜻으로하는말인데-정직한사람은처음봐요.이건중요한이야기라고생각하니까,잘들어보세요.당신은젊고인생을잘모를수도있겠지만,제말을믿어요.대부분의사람들은실제의자기모습,자신의생각과다른역할을하려고하지요.”안나는잠시생각하더니덧붙였다.“저는사람들이아는것보다훨씬많은걸보아요.좋은뜻으로하는말이니까,오해하지는마세요.제가지금까지살아오는동안,사람들은언제나제게친절하게만대했어요.하지만그래도,클링양,당신은언제나당신자신이고,그건어떤느낌이냐면.”안나는머뭇거리다가말을이었다.“달라요.당신을믿게돼요.”-본문에서
‘아,안나에멜린,당신은자기양심에만관심있고,그것만을돌보는군요.귀엽고깜찍한거짓말쟁이예요.아이들은당신을사랑한다고,여기에와서당신그리고토끼들과함께살려고돈을모은다며편지를쓰죠.그럼당신은정말다정하게환영이라고말하지만,그건거짓말이에요!그냥마음편하려고건넨약속들은결코아무것도보증하거나변제할수없지요.숨어도소용없어요.단지거절하지못해서,따지고보면모든사람들이선하다고자신을속이면서,헛된약속이나돈으로멀리밀쳐놓는까닭은,결국스스로편해지려는것뿐이잖아요.하지만장기적으로는더욱꼬이고말죠.페어플레이에대해서는아무것도모르는군요!당신은대적하기어려운상대예요.진실은쇠못으로박아야하는데,푹신한매트리스에는못을박을수없으니까요!’-본문에서
토베얀손은인간이란늘고독하고,행복속엔언제나불안혹은공포가도사리고있다고생각했다.『정직한사기꾼』은‘무민시리즈’에서차마다이야기할수없었던작가의주제의식을가장온전히반영하고있으며,‘본격소설가’토베얀손을만나볼수있는소중한기회이기도하다.더불어우리주변의인간관계,그복잡미묘한면면을,위선과위악을,진심과가식을진중히돌아보게한다.
토베는뻔한이야기로지루하게하지않으며,비본질적인것들에관심을두지도않는다.이것이바로토베의강점이다.여기서좋다는것은아름답다는뜻이기도하다.이책은읽기에거슬린다.주인공이선한목적을가지고있음을알아도,그의수상한계산은어딘가불편하고불순한느낌을준다.하지만『정직한사기꾼』에는감정을정화시키는,어떤의미에서고대극적요소도있다.등장인물이죽지는않지만,주위에서여러가지가죽어간다.인생의거짓뿐아니라꼭필요한꿈들까지도.-수산네링엘
‘소설가’토베얀손에대하여
조각가아버지와그래픽디자이너어머니사이에서태어나어린시절부터창작활동에몰두해온토베얀손은일찍이드로잉집을엮어내고잡지의삽화를그리는등타고난재능과감각을유감없이발휘한다.핀란드와스웨덴,프랑스의유명교육기관에서수학하며예술가적기량을갈고닦은토베얀손은차츰일러스트레이터로서두각을나타낸다.하지만‘먹물기계’라고불릴만큼격무에시달리며정신적공허를느끼던얀손은단지스스로를위해,마음의허기를달래기위해‘무민’이야기를하나둘집필하기시작한다.처음에는‘무민시리즈’의반응을전혀예상하지못했지만이내핀란드,유럽과전세계로알려지면서엄청난대성공을거둔다.마침내동화에수여되는‘노벨문학상’이라일컬어지는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을수상하고,이후다채로운공로를인정받으며여러훈장과예술상을거머쥔다.
토베얀손의창작욕은영면에드는순간까지쭉이어졌으며,순수미술은물론무대미술,연극과시,소설등갖가지예술분야를자유로이넘나들었다.특히소설은,토베얀손이‘무민시리즈’만큼이나커다란성취를보인영역이었고,오늘날에도세계각지에서널리읽히며꾸준히사랑받고있다.그중『여름의책』은북유럽지역에선가히‘국민소설’이라불릴만큼세대를불문하고애독되는‘소설가’토베얀손의대표작이며,국내독자들에게도사랑을받았다.여름한철,찬란한시절을마음껏누리고자핀란드의고요한섬으로찾아든세사람,즉할머니와아버지그리고손녀소피아의소소하지만다정한이야기는수많은사람들의가슴한편에자리한유년시절의추억,할머니의따스한손길,결코되돌아갈수없는푸른계절의풍경을환기시키며큰반향을일으켰다.이제인생의여름으로나아가는손녀와삶의지난한열기를뒤로하고가만다가오는겨울을묵묵히응시하는할머니의유대는『여름의책』의기나긴메아리로남았다.또‘이야기꾼’토베얀손의재능을여실히보여준단편소설집『두손가벼운여행』역시절대빼놓을수없다.인생이라는기나긴여행속에서마주치고,엇갈리고,헤어지는수많은인연에대해묵직한질문을던지는이소설집은토베얀손의재치와재능을완벽히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