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살아가면서서로의거리를가늠하고
물러서는만큼다가가는두여성의사랑이야기
“나이가몇이든,어떠한인생을살아왔든이작품은틀림없이당신을매료시킬것이다.”-앨리스미스(소설가)
“『페어플레이』는사랑에관한이야기다.두여성의사랑은매우다정하고,때때로괴짜같지만여전히독립적이다.이책을읽는다는것은하나의특권이다!”-에스더프로이드(소설가)
50여개국,다양한언어로번역되어기록적베스트셀러자리에오른‘무민시리즈’의작가이자오래도록전세계인들의사랑을받아온‘무민’캐릭터의창조자,핀란드를대표하는화가,일러스트레이터,소설가인토베얀손의자전적장편소설『페어플레이』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
“신기하지.사실우리는별로아는게없어.묻지도않았고,정말중요한일들에대해서알아보려고하지도않았어.시간이없었지.대체뭘하느라고그렇게바빴지?”
마리가말했다.“아마일하느라그랬겠지.그리고사랑에빠지느라고.그건엄청나게시간이드는일이니까.그래도물어볼수는있었을텐데.”
“이제자자.”욘나가말했다.“배는괜찮을거야.그리고이젠어떻게해보기에는너무늦었어.”-본문에서
『페어플레이』(1989)는토베얀손의만년을대표하는작품이자마지막장편소설이다.얀손은한평생아동문학,회화,에세이,소설등다양한방법을통해다채로운이야기를들려줬으나『페어플레이』만큼내밀하고사적인작품은없었다.저자스스로‘자전적’이라고밝힌적은없지만,작품속에연인이자예술적반려자툴리키피에틸레와의삶이오롯이녹아있음을부인하지도않았다.결국『페어플레이』의주제는,사랑과예술이다.토베얀손의인생에서절대빼놓을수없는두가지힘이자,최후의순간까지기록하고자했던소중한영감의원천이다.
『페어플레이』는토베얀손의삶에서가장중요했던두가지,창작과사랑을그렸다고알려져있다.물론이책은창작과사랑으로가득하다.하지만또한여백으로,기다림과거리둠의기간으로충만하다.이것들은창작과사랑에있어서덜드러나지도,덜소중하지도않은요소들이다.예술가의역작에서보이지않는부분-방향을모색하며흘려보내는불확실한나날.좀처럼낭만적으로창작할수없는시기.“자신만의외로움”의시간,멈추어서서혼자빗소리에귀를기울일수있는,두아틀리에사이에자리한다락의기간이며,창작과사랑,삶에대해서이야기하다보면너무나쉽게놓쳐버릴수있는기간이다.-한나루츠
각각의독립된에피소드로구성된『페어플레이』의주인공은마리와욘나다.한집에살면서도오직다락방을통해왕래할수있는자기만의공간,즉각자의아틀리에에서생활하는두사람은예술가(마리는글을쓰고,욘나는그림을그린다.)다.둘은얼핏닮은듯보이지만,마치서로상극인MBTI성격유형들처럼,일거수일투족달라도너무다르다.마리는곧잘달뜬감정에휘말리고욘나는매사냉담할정도로침착하다.또마리는무엇이든쉽게원하고금세식어버리는반면,욘나는하나하나주도면밀하게따져보고섬세하게확인한다.그만큼마리는열정적이고다정하고사랑스럽지만,욘나는무신경하고무뚝뚝하고가끔사납다.이토록너무나다른(영화한편을보고,식사를차리고,여행을하거나낚시를할때마다둘은늘티격태격한다.),마치물과기름처럼당최섞일수없는두사람이지만,그들은억지로자신들의관계를흔들지않는다.저마다의아틀리에에서서로의영역을살피고,그거리와차이를충분히아끼고길러낸다.
“내버리기는쉽지않지.나도알아.하지만너는단어를,한페이지전부를,길지만말도안되는이야기들을다삭제해야해.그러고나면속이시원하지.그림,어떤그림이벽에걸릴권리를박탈하는것도마찬가지야.이그림들은대부분너무오래그자리에걸려있어서눈에띄지도않지.가장좋은것들을가지고있으면서도더이상못보는거야.그리고그림들은잘못걸려있으면서로를죽인다고,봐.여기내그림이걸려있고저기에는마리의그림이걸려있는데,서로방해가돼.거리가있어야해.꼭필요하지.”-본문에서
둘은서로“오늘은일이잘돼?”라고묻는일이없었다.20,30년전에는물었는지도모르지만,점점묻지않게되었다.존중되어야하는공백이있다.-그림도보이지않고단어도찾을수없는,그냥내버려두어야하는,때로는아주길어지기도하는기간들.-본문에서
마리가말했다.“너여기는잘라야겠다.아무도무슨의미인지모를거야.너무어두워.”
욘나는프로젝터를멈추고천장의등을켜더니말했다.“여기는아주까매도상관없어.마리가거기있었으니까.안그래?”
“그래,내가거기있었지.”마리가대답했다.-본문에서
『페어플레이』는토베얀손의삶을사로잡은두가지,예술과사랑(반려자툴리키)에대한과장없이담담한,아릿할정도로진솔한예찬이다.마리와욘나는분주하게창작하고거침없이사랑하고전세계를유람하고,가끔예술관과취향을두고다투거나제삼자의개입에질투하기도하지만,쉼없이,매번새로이서로를이해해나간다.그러면서얀손은우리모두가피할수없는유한성,이를테면생에서죽음으로,만남에서작별로나아가는과정을결코놓치지않는다.위대한예술가가관조해낸인생의편린들이찬란한은하수처럼우리곁에그윽이머문다.
‘소설가’토베얀손에대하여
조각가아버지와그래픽디자이너어머니사이에서태어나어린시절부터창작활동에몰두해온토베얀손은일찍이드로잉집을엮어내고잡지의삽화를그리는등타고난재능과감각을유감없이발휘한다.핀란드와스웨덴,프랑스의유명교육기관에서수학하며예술가적기량을갈고닦은토베얀손은차츰일러스트레이터로서두각을나타낸다.하지만‘먹물기계’라고불릴만큼격무에시달리며정신적공허를느끼던얀손은단지스스로를위해,마음의허기를달래기위해‘무민’이야기를하나둘집필하기시작한다.처음에는‘무민시리즈’의반응을전혀예상하지못했지만이내핀란드,유럽과전세계로알려지면서엄청난대성공을거둔다.마침내동화에수여되는‘노벨문학상’이라일컬어지는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을수상하고,이후다채로운공로를인정받으며여러훈장과예술상을거머쥔다.
토베얀손의창작욕은영면에드는순간까지쭉이어졌으며,순수미술은물론무대미술,연극과시,소설등갖가지예술분야를자유로이넘나들었다.특히소설은,토베얀손이‘무민시리즈’만큼이나커다란성취를보인영역이었고,오늘날에도세계각지에서널리읽히며꾸준히사랑받고있다.그중『여름의책』은북유럽지역에선가히‘국민소설’이라불릴만큼세대를불문하고애독되는‘소설가’토베얀손의대표작이며,국내독자들에게도사랑을받았다.여름한철,찬란한시절을마음껏누리고자핀란드의고요한섬으로찾아든세사람,즉할머니와아버지그리고손녀소피아의소소하지만다정한이야기는수많은사람들의가슴한편에자리한유년시절의추억,할머니의따스한손길,결코되돌아갈수없는푸른계절의풍경을환기시키며큰반향을일으켰다.이제인생의여름으로나아가는손녀와삶의지난한열기를뒤로하고가만다가오는겨울을묵묵히응시하는할머니의유대는『여름의책』의기나긴메아리로남았다.또‘이야기꾼’토베얀손의재능을여실히보여준단편소설집『두손가벼운여행』역시절대빼놓을수없다.인생이라는기나긴여행속에서마주치고,엇갈리고,헤어지는수많은인연에대해묵직한질문을던지는이소설집은토베얀손의재치와재능을완벽히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