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극장 - 매일과 영원 9 (양장)

단어 극장 - 매일과 영원 9 (양장)

$16.00
Description
“나는 단어를 그리워하는 것이, 단어가 이미 품고 있는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는 일보다 좋다. 단어의 바깥에서 영원히 그리워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단어와 단어를 쌓아서 벽을 만들고, 그 벽이 다르게 보이게 만들 현실을 무차별적으로, 환상적으로, 내내 그리워하고 싶다.”

단어를 들고 블록처럼 쌓거나 단어를 쫓아 술래처럼 달려가는
가지런한 순방향의 책 읽기를 전복시키는 양방향의 책 읽기
단어를 사랑해서 할 수 있는 멋진 딴짓, 김유림의 놀이 방식
저자

김유림

저자:김유림
1991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6년《현대시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양방향』『세개이상의모형』『별세계』,소설집『갱들의어머니』가있다.일인출판사‘말문’을운영한다.

목차


1부연재

검은초콜릿11
허허한공원21
목적지29
바캉스라는것36
난간에기대어44
그의이름은친구54
커다란건물65
돌을들어75
결말82
말음악90

2부연재이후

모습은보이지않고99
발톱105
말―말하기는말하는사람에게모순을일으키지않는다113
기도―데이비드린치,홍상수,시몬베유121
아득한사람?얼굴?131
쉬는방법138
내가말하는조금이란정말조금이다145
그림149
시간―VirtualReality라는이름의블랙홀155
소리―이옥경의「소리나누기」,그이후172
말185
쓰는방법―다시쓰기에대하여192
후프―기괴한글쓰기195
말202
집―오타르이오셀리아니의집206
집214
재활용219
풍경,언덕너머로어서사라졌으면225

작가의말231

출판사 서평

단어를오리고붙이는시인의즐거운공작시간

김유림은고백한다.“내가왜이런방식으로글을쓰게되었냐면……”그가들려주는경험은무척생생해서곧장떠올릴수있다.마치그가우리의내면에스크린을세워두고자신의필름을상영한것처럼.김유림은어릴적자신이‘쌓기좋아하는아이’였다고말한다.특히비디오테이프를가지고노는것을좋아했는데이말은그가비디오를즐겨봤다는뜻이아니다.비디오테이프를플레이어에넣고작동시켜비디오가품은이야기를감상하는것이아니라손에잡힌비디오테이프의무게와형태,그것으로할수있는놀이의가능성을좋아했다는뜻이다.그는비디오테이프를손에들고그것을쌓거나눕혀구조물을만든다.성벽이나도로,작은집과그집의주방.그리고시간이흘러그감각은김유림이글을쓰는방식이된다.이것이『단어극장』에서상영되는김유림의서사다.

여전히김유림은무언가를손에들고구조물을만든다.비디오테이프대신단어와문장을들고,작은집이나높은성처럼생긴글을완성하려고한다.그런김유림의태도는공작시간을즐기는아이의마음과다르지않다.어떤목소리가말할것이다.“자,이제집을지어보세요.”아이는무아지경으로주변의재료들을들고여러각도로살필것이다.서로다른재료를자르거나붙이고,그것들을세우거나서로기대어보기도할것이다.그아이의얼굴에만면한원초적즐거움,호기심,상상력과열의.김유림의단어공작시간을상상하면떠오르는장면과단어들이다.

목적지를다시설정합니다

우리는일반적으로한방향으로글을읽는다.발췌독을한다고해도시작으로점찍은부분에서마지막부분까지문장이흘러가는방향으로시선을이동시키며,어느정도글의목적이이해되면멈춘다.그러나『단어극장』에서김유림은한방향의읽기만이읽기의즐거움이아님을,문장을따라가는도중멈춰서고주저앉으며딴짓을하는시간도읽기의또다른즐거움임을보여준다.그는제안한다.눈길이붙들린곳에한번머물러보세요.글을읽다가어떤부분에이르러멈춰서기,시간끌기,앞으로나아가기를거부하기.목적지로가는길한가운데주저앉아바로그곳을끊임없이바라보는것이다.혹은몇발자국앞으로움직였다가,곧되돌아가고,다시앞으로나아가려다가,또다시뒤를돌아본다.시선을붙들린곳에놓인단어와문장에대한그리움을느끼기.김유림은끝없이그리워할수있는사람이다.그리워하다보면그에게는결말이아닌목적지로가는길에놓인그단어가,그문장이새로운목적지가된다.주인공이된다.

김유림은새로운목적지를주인공으로삼고그곳에서만할수있는이야기를새롭게시작한다.흐르는글사이어디쯤,시선을붙드는단어와문장이있다.그곳에정지한채로머물다보면단어가확장되고문장이커지면묘사와장면이스스로일어나기시작한다.이것이김유림의즐거운딴짓,김유림식쓰기의탄생이다.김유림은『단어극장』에온관객들에게개발할수있는다른감각을보여준다.정지한채로진동하는,중단한채로확장되는읽기와쓰기의감각안으로우리를초대한다.

영원을담은매일의쓰기,문학론에세이시리즈‘매일과영원’

하루하루지나가는일상과,시간을넘어오래기록될문학을나란히놓아봅니다.매일묵묵히쓰는어떤것,그것은시이고소설이고일기입니다.우리의하루하루는무심히지나가지만그속에서집요하게문학을발견해내는작가들에의해우리시대의문학은쓰이고있으며,그것들은시간을이기고영원에가깝게살것입니다.‘매일과영원’에담기는글들은하루를붙잡아두는일기이자작가가쓰는그들자신의문학론입니다.내밀하고친밀한방식으로쓰인이에세이가,일기장을닮은책이,독자의일상에스미기를바랍니다.

작가의말

이책을읽는사람들이한장한장넘기며,음,겹쳐지네,겹쳐지네,그러면서조금씩나아가네,라고느꼈으면좋겠다.거기서미묘한슬픔과기쁨을느꼈으면좋겠다.어제본하늘과오늘본하늘이조금다른건분명한것처럼.여기에도차이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