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정영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꿈 (정영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우스꽝스러운 세계를 견디는 농담의 미학, 관조의 철학
마침내 정영문이라는 문학
불안과 권태, 그리고 유머라는 세 가지 질료로 낯설고 견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 온 소설가 정영문의 소설집 『꿈』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재출간되었다. 『꿈』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엮어 2003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으로, 1996년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한 이래 26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정영문 세계관의 초기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디딤돌 같은 책이다.
정영문의 문학은 가장 근본적인 곳으로부터 출발한다. 생이라는 출발점, 죽음이라는 종착지, 그 사이를 메우는 숱한 시간들을 말할 때 정영문은 각각 권태와 불안, 유머라는 재료를 택했다. 원한 적이 없지만 이미 시작되어 지난하게 계속되는 생은 권태롭고, 모든 생의 종착지는 죽음일 수밖에 없다는 데서 불안이 촉발된다. 그리고 권태와 불안 위에 세워진 기나긴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유일한 물약이 있다면, 바로 유머다. 정영문의 문장은 생의 본질을 닮아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중얼거리며 권태롭게 이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휩싸여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불안한 의문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소설 곳곳에, 우리를 무조건적인 절망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힘 빠진 웃음이 있다. 정영문의 소설이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짓을 함으로써 이 우스꽝스러운 세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강보원 평론가의 말은, 정영문이 꿰뚫고 있는 삶의 본질과 그 덧없음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꿈』을 통해 그의 고유한 문학이 시작되던 초기의 고민들을 다시 들여다보자. 이 책이 각자의 삶의 무게와 질서를 일순간 무너트리거나 뒤바꿀 운명의 열쇠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정영문

1965년경남함양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했다.1996년《작가세계》에장편소설『겨우존재하는인간』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검은이야기사슬』『나를두둔하는악마에대한불온한이야기』『더없이어렴풋한일요일』『꿈』『목신의어떤오후』『오리무중에이르다』가,장편소설로『겨우존재하는인간』『핏기없는독백』『달에홀린광대』『하품』『중얼거리다』『강물에떠내려가는7인의사무라이』『바셀린붓다』『어떤작위의세계』등이있다.동인문학상,한무숙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물오리사냥7
파괴적인충동47
아늑한궁지93
궁지155
죽은사람의의복199
습기231
꿈267

작품해설│강보원(문학평론가)296
탐정,텔레비전,농담,그리고꿈

출판사 서평

■생의무게가소멸된세계
『꿈』의화자들은죽음의곁을맴돈다.「물오리사냥」의‘나’는“다른실종자를찾던중에실종된”실종자를찾기위해시간을보내고,「습기」에서는가족구성원의자살을둘러싼여러인물들의증언이이어지며,「꿈」에서의‘나’는외지인들이셋이나죽음을맞은사건을조사하기위해어느마을을방문한다.이처럼의문의살인ㆍ실종사건의해결을맡은인물,가까운이의죽음으로조사관에게심문을당하는인물이라면죽음의원인을파헤치거나사건을해결하는데관심을두어야마땅하겠지만그들의진술은자꾸만옆길로새버린다.사건의진실따위는어떠하든상관없다는듯이,이상한일도조금만다르게바라보면이상할것도없다는듯이.그들은사건자체보다는죽은이가입었던옷이나,들오리와물오리의차이점같은사소한것들에궁금증을갖는데,그마저도필요이상의열의를보이지는않는다.그들에게는오직시간을잘죽이는일만이중요해보인다.정영문의소설에서는과한열심도,깊은슬픔도,눈물나는절망도없이삶이지속된다.삶을구성하는사건과시간들에‘상식적으로’부여된무게는이렇듯손쉽게역전되고소멸된다.

■황당함이선사하는힘빠진웃음
무겁기만했던생의무게가소멸된공동의시간에남는것은‘황당함’이다.이책의표제작「꿈」에서,연달아일어난살인사건을조사하기위해파견된‘나’에게마을의의사는이렇게말한다.“몇달사이에동일한장소에서세명이연달아죽은것이그렇게이상할건없죠.”그러나그셋모두외지인이라는점은이상하지않느냐고‘나’가되묻자의사는다시답한다.“그들모두가외지인들이라는사실을빼면이상할것도없죠.”정영문식유머는이렇게작동한다.언뜻중요해보이는일들에부여된거짓된무게를해체하고,이상할것도중요한것도없는세계에덩그러니남겨졌다는황당함을선사하고,그황당함으로부터힘빠진웃음을유발하는것.정영문의인물들은문제될것이없는문제에대해생각하고,그생각에대해끊임없이중얼거리며텅빈시간의흐름에몸을내맡긴채그저흘러간다.어떤꾸밈도거짓도없이그저중얼거리는인물들은,문학이내보일수있는삶의가장진실한얼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