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는 아니지만 (구병모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고의는 아니지만 (구병모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시간이 흘러 더 빛나는 ‘오늘의 작가 총서'
환상적 상상력으로 가닿은 리얼리즘의 심연
구병모 잔혹극의 서막을 여는 첫 소설집
구병모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동시 출간되는 ‘오늘의 작가총서’는 한국문학 분야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작가들의 의미 있는 작품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재발견’ 시리즈다. 출간된 작품은 구병모의 『고의는 아니지만』을 비롯해 정영문의 『꿈』 이장욱의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배삼식의 『3월의 눈』, 김경욱의 『동화처럼』 등 모두 5종이다.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이들은 저마다 강렬한 색깔로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이다. 더욱이 장편소설, 소설집, 희곡집 등 형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스릴러, 환상, 리얼리즘, 로맨스 등 내용 또한 다채로워 깊이와 재미를 다 갖춘 한국문학 작품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이라 할 만하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어 출간한 첫 소설집이다. 개정판에는 2011년 출간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단편소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이 포함되어 있다. 2010년에 쓰인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 온갖 비학문적인 일을 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광고물 디자이너인 화자는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것 같은 불편함에 어려움을 겪던 중 마침 자신이 광고지를 만들고 있던 병원인 ‘21세기 학문외과’를 찾게 된다. 신체 부위의 명칭을 병원 간판에 직접 표기할 수 없다는 당시 의료법에 따라 ‘항문’을 ‘학문’으로 쓰게 된 병원. 그런데 학문이라 쓰인 것을 항문이라 읽는 것은 병원 간판을 읽는 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하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의 삶이 속해 있는 학문이라는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자들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이 ‘21세기 학문외과’라는 아이러니한 유머 속에 냉소의 그늘을 드리운다.

그 외 작품들 역시 작가의 섬세한 교정 작업을 거쳐 독자들 앞에 선다. 비유가 금지된 도시의 사연을 담은 「마치…… 같은 이야기」, 만취한 채 정신을 잃은 뒤 깨어 보니 땅 속 주물에 갇혀 있었던 어느 남자의 황당한 일화를 다룬 「타자의 탄생」, 한마디 말 때문에 살해당하는 유치원 교사를 그린 「고의는 아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는 새떼가 등장하는 「조장기」, 아이의 칭얼거림을 참지 못해 아이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여자의 내면을 다룬 「어떤 자장가」, 감정을 느끼는 세포가 꿰매어진 소년을 만날 수 있는 「재봉틀 여인」, 성욕을 느끼는 순간 몸속에서 곤충이 튀어나오는 남자를 그린 「곤충도감」 등 소설집은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갈등을 ‘구병모식’으로 그려 나간다. 깊은 통찰과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 한가운데에서 환상성을 끌어내는 구병모 작가는 사회와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함, 보통의 일상이 은폐한 공포를 잔혹한 상상력과 치밀한 표현으로 엮어 나간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작가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 깃들어 있는 문제의식과 표현 방식, 즉 구병모라는 한 세계의 기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각별한 ‘첫 소설집’이다. 출간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는 『고의는 아니지만』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만큼 현재적이다. 현재적이라는 표현에는 그때 그 문제가 지금도 여전히 문제라는 의미의 수동적이고 단순한 현재성이 담겨 있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비교하며 지금을 반영하고 과거를 비춘다는 점에서 매일 새로워지는 현재성이자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현재성이기도 하다. 초판 추천사를 쓴 오은 시인이 10년 만에 재출간되는 이 책의 추천사를 다시 쓴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읽어도 날카롭기만 하다.”는 오은 시인의 말처럼 지난 시간은 소설을 조금도 뒤로 보내지 않았다. 구병모 작가에 대한 오랜 신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명한 황광수 평론가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번 개정판의 의미다.
저자

구병모

2008년장편소설『위저드베이커리』로제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2015년소설집『그것이나만은아니기를』로오늘의작가상과황순원신진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아가미』『파과』『한스푼의시간』『네이웃의식탁』『상아의문으로』,중편소설『심장에수놓은이야기』『바늘과가죽의시』,소설집『단하나의문장』등이있다.

목차

마치……같은이야기(2010)7
어떤자장가(2010)43
재봉틀여인(2009)73
고의는아니지만(2011)104
타자의탄생(2011)136
곤충도감(2009)171
조장기(鳥裝記)(2011)212
어림반푼어치학문의힘(2010)243

개정판작가의말274
작품해설_일상적무감각과치사량의독설…황광수(문학평론가)276
추천의말_구멍이경이가되는현장…오은(시인)295

출판사 서평

■줄거리소개
마치……같은이야기|떠난지5년만에S시로돌아온시인은도시초입에자리한술집‘마치’에들른다.술집주인은비유가사라진S시에대해전하며그곳에돌아가지말라고한다.그의말에따르면언제부턴가‘미무르’라는괴상한생물의이름이별명이된S시의시장이웃음거리가되지않기위해비유를금지한것이도시에비유가사라진이유라는것이다.이야기를들은시인은술집주인의만류에도불구하고S시에들어가시장을만나게되는데…

타자의탄생|6년째공무원고시를준비하고있는한남자,지난밤만취하여필름이끊긴남자는정신을차려자신이땅속에박혀있는주물에갇혀있음을알게된다.아무리생각해도간밤에자신에게무슨일이있었는지기억나지않는남자는어렵사리받은도움으로아내와통화를시도해보지만휴대폰은꺼져있다.구조전문가와경찰이와도상황은변하지않는다.누가그에게이런짓을했을까?

고의는아니지만|유치원교사F는다섯명의아이들을차별하지않고골고루돌보기위해애쓴다.하지만의도와달리아이들이구분되는상황이생긴다.고의가아닌데다도리어개개인의사정을두루살피며최선을다했으나돌아오는거라곤언제나각자다른위치에서다른톤으로쏟아져나오는불만과항의뿐이다.어느날스트레스가극에달한F는다섯명의아이들에게치명적인말실수를하고마는데.

조장기|새떼가돌연히사람을공격해죽을때까지뜯어먹는원인불명의사건이이어지는가운데등록금을벌기위해휴학을하고간신히보육도우미일을구하게된이십대초반의여자.새떼의공격은절망의에너지와관련이있다는설이돌고새들에게죽지않기위해서는긍정의에너지가필요하다는요지의‘긍정운동’이유행되어일면수용하던여자는,하지만,날이갈수록보육도우미를넘어가사도우미와간병인의역할까지‘어쩔수없이’하게되고….

어떤자장가|석사논문대필로생활비를버는여자.남편도돈을벌지만생활이녹록지않고자신의박사논문을쓰고싶지만24시간엄마가필요한아이때문에쉽지가않다.아이는밤이되어도잘생각을안한다.여자는아이의말을받아주며억지로재우려고하지만끝내말을안듣는다.여자는아이를위험에빠뜨린다.이후아이와여자는어떻게될까?

재봉틀여인|담임선생에게실컷두들겨맞은소년은운다고더두들겨맞고는우연히재봉틀로뭐든지꿰매준다는가게에들어가감각을불러일으키는모든세포들을꿰맨다.그후어떠한감정적·지각적반응도일어나지않게된채청년이된그는교통사고로한여자를만나게되고그녀로인해모든게달라진다.

곤충도감|열네살의‘나’를강간한‘그’는감옥살이를하며새로이성범죄전과자들에게주어지는기이한벌을받게된다.성호르몬이분비되는순간그호르몬을먹고몸속의곤충이급성장하여숙주의몸을갈기갈기찢고나오게되는것.그리고열여덟살이된내앞에그가다시나타났다.

어림반푼어치학문의힘|광고물을만드는일을하고있는‘나’는‘21세기학문외과’광고물을디자인하던중앓고있던꼬리문제로항문외과를찾게된다.항문외과라쓸수없어학문외과라표기했지만누구나학문을항문으로읽는것처럼대학에서자리잡기위해온갖잡다한일을마당쇠처럼하고있지만미래가불투명한남편이속한세계역시학문이라쓰고항문이라읽어야만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