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도시 -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41 (양장)

천사들의 도시 -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41 (양장)

$15.00
Description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알리지 않았니?”

고통을 쉽게 발설하지 않는 이들의
다문 입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 주는 침묵의 귀
‘타자의 작가’ 조해진 첫 소설집
저자

조해진

1976년서울출생.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여자에게길을묻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장편소설『한없이멋진꿈에』,『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환한숨』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

목차

천사들의도시7
그리고,일주일37
인터뷰71
지워진그림자103
등뒤에133
기념사진163
여자에게길을묻다195

수록작품발표지면269
작품해설_신형철(문학평론가)270
개정판작가의말284
초판작가의말287

출판사 서평

■불안과슬픔,분노와고독의굴레에서
『천사들의도시』에서조해진은인간을채우는구성물질중보이지않지만힘이센집념들을파고드는데몰두하는것처럼보인다.작가는인간인우리가버려지고병들고홀로되는일에얼마나나약한지알고있다.더하여,우리가외부로부터받은불안과슬픔을마음속깊이끌어안고그것을헤집는데얼마나몰두하며살아가는지,고독에서놓여나지못하는지에대해서도알고있다.조해진의인물들이겪는고독의시간은그들각자의고통으로말미암아생겨난다.상처를끌어안게된삶을아는작가는,동시에우리가할퀴어진몸으로웅크리고도얼마나강인한지또한알고있다.상처를붙들고사는삶도삶이라는사실을알고있다.조해진의외롭고분노에찬인물들은슬픔의자리에붙박여나아가지못하는것처럼보이지만,자세히보면그들은언제나움직이고있다.

눈으로사랑하게된사람을좇고(「천사들의도시」),텅빈가구점에서도파티를하기위해상을차리고노래를부르며(「인터뷰」),사람들의눈을피해빌딩을오르내린다(「지워진그림자」).캄캄한방안에서춤을추고울고웃는다.(「기념사진」)동행할거라고생각하지못했던여자와버스에오르고길을나선다.(「여자에게길을묻다」)삶이가져다주는고통과우리안의존재론적불안의굴레를끊을길은없을지도모른다.다만『천사들의도시』에사는인물들의궤적을좇다보면우리가할수있는일은그저굴레를잘쓰고내일로가는일일지도모르겠다는희미한힌트를얻게될것이다.자신이믿었던세상이무너져내려도“이번주말엔꼭(……)코트를세탁소에맡겨야겠다는다짐을새로이”(「그리고,일주일」)하는한사람처럼.

■고통에질식하지않도록하는것들
일하던은행에서돈을횡령한남자(「지워진그림자」)는가스레인지하나,냄비하나,라면한개를살만큼의동전을가지고거리에서산다.매일똑같은자책과굴욕의나날이다.그러던어느날,말라가는선인장화분을만난뒤로그의시간은조금더빠르게흘러간다.“연초록에서짙은초록으로”변해가는선인장을보면사람답지않은삶,사람들의눈을피하는삶에도든든한마음이차오른다.누명을쓰고복역을했지만진범이잡히고도삶이회복되지않던남자(「기념사진」)는자신이누군가에게필요한순간을안다.“3년전,살인사건이일어난집앞을지나가다가우연히CCTV카메라에찍혔던그날처럼,그때남자에게절실하게누군가가필요했던것처럼”그는지금시력을잃은,그래서꿈도잃은여자에게도누군가가필요하다는사실을안다.남자는그런여자에게따뜻한“쇠고기죽”으로속을덥혀주고,머리를감겨준다.

조해진은구체적이고개인적인고통에고립된사람들을누구보다민감하게발견하는작가다.그렇기에고통에고립된사람들에게한방울의물,한줄기의빛이얼마나달고밝은지누구보다먼저발견하는이역시조해진일것이다.조해진의첫번째소설집인『천사들의도시』는작가가쓴‘개정판작가의말’처럼,이후에그가쓴다른소설집이나장편소설에비해“차고어둡다”.『천사들의도시』에서조해진이그리는인간은대부분소중한것을잃었기에차고어두운존재로,숨쉬기어려운마음상태로살아가지만,결국에는고통에질식하지않는방법을알고있는것같다.인간은소중한것을잃었을때망가지고무너지지만,언제나소중한것을만들어낼수있는존재이기때문이다.사막처럼물기없고,망망대해처럼닿을것없는고통의시기에도조해진의인물들은누군가를발견한다.조해진의소설세계를비출작고미약한빛이『천사들의도시』로부터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부끄러웠고숨기고도싶었지만,결국애틋함이남았다.15년의격차를두고이소설집을처음접하는독자분들에게도그애틋함이전달되기를소망한다.

(……)

15년전과달리나는더이상신인작가도아니고청년도아니지만소설에대한간절함은똑같다고생각한다.

간절해서계속쓴다.

계속쓸수있어서살고있다.

추천사

『천사들의도시』가처음출간되었을때,나는오래사랑할작가를찾았다는확신에벅찬상태였다.조해진소설가는이후그확신을더깊고흔들림없는것으로만들어주었다.작가의첫책을다시읽으니,15년의진실한궤적위를함께걷는듯하다.도외시하기쉬운그림자와통증을다룬소설집이시간이흘러서도여전히이토록유효한것에슬퍼지기도하지만,이야기들과사람들이대화하며서로를멀리데려가기도한다는것을믿는다.
-정세랑(소설가)

“남자가아는것은지금여자에겐누군가필요하다는사실,그것뿐이었다.”(……)이문장을적을때이작가는솔직하고필사적이었을것이라고믿는다.(……)이작가가아는것도그것뿐일테니까.지금‘그들’에겐누군가필요하다는사실,그들의말을들어주고그들의이야기를세상에대신전해줄그누군가가필요하다는사실말이다.그‘누군가’가되기위해애쓴시간동안이일곱편의작품이만들어졌을것이다.그가바로그들이니까,그가타자이니까.(……)진정한작가들은,이렇게조금씩,‘나는타자다’의상태를향해나아간다.이책은조해진의과거이고우리의미래다.
-신형철(문학평론가)/작품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