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릉에서 (반양장)

영릉에서 (반양장)

$17.00
Description
나도 모르게 벌어지는 움직임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다른 곳을 동시에 바라보는 소설가 박솔뫼의 신작 소설집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문학에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구축해 온 소설가 박솔뫼의 신작 소설집 『영릉에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는 2022년에 출간된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이후 3년 만의 신작 소설집으로, 고유한 리듬감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박솔뫼의 단편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소설집 『영릉에서』에는 이곳과 저곳의 장소들과 이때와 그때의 시간들을 자유로이 거닐며 우리의 현재를 새삼스럽고 낯선 것으로 만드는 여덟 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한 편의 단편소설 안에 적극적으로 들여놓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언뜻 관련이 없이 보이는 것들끼리의 연결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한다. 고민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박솔뫼의 소설 세계로 입장하기 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움직이는 방식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학교나 회사에 갈 때, 양치를 하거나 잠을 잘 때, 과일이나 빵을 먹을 때 우리의 팔과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그 움직임이 이끄는 뜻밖의 때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박솔뫼의 소설이 선사하는 모험의 의외성과 이동의 자유로움은 소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선물일 것이다.
저자

박솔뫼

2009년『을』로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으로『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우리의사람들』『믿음의개는시간을저버리지않으며』등이,장편소설로『백행을쓰고싶다』『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등이있다.
문지문학상,김승옥문학상,김현문학패,동리목월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원준이와정목이영릉에서7
리처드브라우티건스파게티37
천사가우리에게나타날때67
극동의여자친구들99
만나게되면알게될거야135
아오모리에서169
스칸디나비아클럽에서199
투오브어스227

작가의말257

출판사 서평

■어디든지갈수있다
『영릉에서』에수록된소설들은이곳저곳에서펼쳐진다.여주에위치한영릉,사과가맛있는일본의도시아오모리,건어물이유명한서울중부시장,리처드브라우티건이묵었던도쿄의게이오플라자호텔,크리스마스에걸어본명동성당,부산에갈때마다들르게되는옷가게.이토록다양한공간에서벌어지는소설집의작가답게,박솔뫼는“책에는이곳저곳이나오는데어디를가보면좋을까.”라는말로‘작가의말’을시작한다.책을펼치기전,이문장은앞으로씩씩하게걸어나가서로다른곳에서있는인물들모두에게기꺼운인사를건넬수있도록그준비를돕는다.책을다읽고난뒤,이문장을다시마주하게되면우리는우리의걸음이앞으로만나가게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우리는『영릉에서』와함께어디로든,어떻게든움직일수있다.

■내가움직이는방식으로부터
세계는말할수없이복잡하지만우리는소설을경유하여세계를단숨에재편할수도있다.소설집『영릉에서』에는‘움직임’연작으로묶어읽을수있는단편소설세편이수록되었다.「극동의여자친구들」「스칸디나비아클럽에서」「투오브어스」의화자들은중부시장을드나들다시장내건물에위치한‘움직임연구소’간판을마주치고는그리로향한다.움직임연구소의워크숍에서인물들은자신이움직이는방식에대해설명한뒤말한내용을사람들앞에서선보이며팔과다리가작동하는모양에관해새삼스레인식한다.그렇게자신의움직임을인지하자공원에서보드를타는사람들을바라보면서도그들의동작을운동이나놀이라칭하는대신‘움직임’이라일컫게되고,그러자“너무세상모든것이움직임같”다는생각에이르게된다.이말은곧,움직임을의식적으로알아차리려고드는순간,“세상모든것”이인지영역안으로들어온다고바꾸어이야기해볼수도있다.각각다른곳에서벌어지는중부시장안팎사람들의움직임,시장내움직임연구소워크숍에서의움직임,지금은부지로만남아있는미극동공병단에존재하였을움직임들은내가움직이는방식으로부터하나의자연스러운흐름안에놓인다.

■넘실대는기미들
움직임은보다면밀한차원까지확장될수있다.나의팔과다리가작동하는방식을움직임이라할수있다면,눈과코에서흐르는눈물과콧물도움직임이라할수있을테고,눈으로식별이어려운빛,시선,시간,변해가는마음,이야기의흐름역시움직임이다.「원준이와정목이영릉에서」에서는계곡으로난길을걷는정목이의뒤를자꾸만무언가가따르고있음이암시되는데,이움직임의정체에대해골몰하면서우리는그것을한낮의빛이라고도,초여름볕에말라가는물기라고도,미래로부터온호기심가득한시선이라고도생각할수있다.「만나게되면알게될거야」에서는기정을향한서원의마음이몇차례의변화를겪는다.언뜻갑작스러워보이는변화의이유를짐작해보면서우리는마음이움직이는길을지도로그려볼수도있다.소설집『영릉에서』에는이런기미들이온통넘실댄다.수상하고도간지러운기미를붙잡아인물들이그러하듯오래들여다보자.마침내정체를드러낸움직임을따라이곳을벗어나한참거닐다보면뜻밖의장소에서눈을뜨게될것이다.


■줄거리
「원준이와정목이영릉에서」
▶초여름어느날,원준이는정목이와함께정목이아버지의트럭을타고계곡에놀러간다.계곡의찬란한색,차가운물,구름과햇빛에둘러싸여놀던원준이와정목이는문득정목이아버지가먼저집으로돌아가버렸다는사실을알아차린다.두발로걸어집으로돌아가는길,손에잡히지않는무언가가둘의뒤를따른다.

「리처드브라우티건스파게티」
▶도쿄게이오플라자호텔3층로비갤러리에는최초의리처드브라우티건도서관이라할수있는공간이있었다.브라우티건을사랑하던호텔직원T로부터시작된이도서관을중심으로호텔을둘러싼사람들의시간이때때로교차하며흘러간다.

「천사가우리에게나타날때」
▶부산으로여행을갈때마다‘나’는국제시장에서옷을여러벌구입하고는한다.한번은코트를한벌사고는숙소로돌아와옷장에걸어두었는데그렇게걸린코트를물끄러미바라보고있자니그로부터이상하게떠오르는얼굴들이있다.

「극동의여자친구들」
▶중부시장에서커피배달일을하는강주는시장에있는한건물에서‘움직임연구소’라는간판을발견하고는그곳에서움직임워크숍을시작한다.스스로어떻게움직이는지알게되면모든게달리느껴지리라는기대를갖고서.

「만나게되면알게될거야」
▶기정은서울에있을곳이없어진친구둘에게집을내어준뒤서원의집에서지내게되었다.기정을향한서원의마음은뜨거웠다가미지근해졌다가사라지기도하는데그렇게마음이움직이는사이기정을경유하여만난사람들에게도크고작은변화가일어난다.

「아오모리에서」
▶‘나’는9월의아오모리에서많은이들을만나며“우리는우리가만날법한사람들이배턴터치를해주었기에만나게되었다고”직감한다.그러고는‘나’는만났던,만날법했던,곧만나게될사람들에대한기록을시작한다.

「스칸디나비아클럽에서」
▶중부시장움직임워크숍의또다른멤버‘나’는자신의움직임에대해생각하자꿈에서아빠와함께팔을맞대고걷게된다.공교롭게도그주에는작은아버지의장례식이있었다.중부시장개장과작은아버지의군입대가같은해임을깨닫게된‘나’는움직임연구소인근에위치한미극동공병단을유심히들여다본다.

「투오브어스」
▶움직임워크숍의또다른멤버이자강주의움직임파트너인애리의이야기다.애리는보드를타고춤을추던사람이었고그래서인지자신의움직임을잘아는사람처럼보인다.워크숍이끝난뒤강주와극동공병단근처를걸으며알렉스에대한이야기를시작하는애리.이제그둘은잘움직이는것에이어잘듣는다는것은무엇인지에대해서도골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