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후쿠 : 김숨 장편소설

간단후쿠 : 김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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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숨

자자:김숨
1974년울산에서태어나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느림에대하여」가,1998년《문학동네》신인상에「중세의시간」이각각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로일본군‘위안부’의목소리를담은『한명』『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숭고함은나를들여다보는거야』『듣기시간』을비롯해,1930년대디아스포라의삶을다룬『떠도는땅』,식민지배의상처를그린『잃어버린사람』,태평양전쟁당시오키나와에서의조선인참살을다룬『오키나와스파이』,조선소노동자의삶을다룬『철』『제비심장』등이있고,시각장애인의삶을다룬연작소설『무지개눈』이있다.소설집으로『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침대』『간과쓸개』『국수』『당신의신』『나는염소가처음이야』등이있다.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작가의말

반복되는전쟁과폭력과학살,간단후쿠를입고간단후쿠가된소녀들은여전히곳곳에있다.우리가보고있지못하거나보려고하지않을뿐.
존엄을회복하고숭고한모습으로그소녀들의,그리고우리의미래가되어찾아오실할머니들께이소설을드린다.

목차

간단후쿠7
삐11
가시철조망울타리18
지평선22
삿쿠24
다다미한장29
귀리죽37
돌림노래43
군표50
군인을데리고자는공장58
위생검사66
땅80
요코85
요코네94
나를잊어버리는병100
1리도못가서발병난다105
만주의바늘장수111
몸116
이름126
군인목소리130
새로운돌림노래135
조센삐엄마140
널뛰기놀이146
뻐꾸기152
검은보름달156
담요159
죗값165
트럭171
노란공단원피스184
닫힌입188
군표한장으로살수있는것193
흰보따리205
위문출장215
스미마센237
흰상여243
귀가251
나나코되기놀이254
나쁜말259
배냇저고리264
사요나라269
열린입274
아타라시여자애276
답장283

작가의말289
추천의글_박소란(시인)292

출판사 서평

■‘간단후쿠’라는몸-여성의몸으로말하는전쟁
‘간단후쿠’는위안소에서‘위안부’들이입고생활한원피스식의옷을부르던말이다.또한“간단후쿠를입고,나는간단후쿠가된다.”라는소설의첫문장처럼,그옷을입은이들이스스로를지칭하는말이기도하다.‘간단후쿠’를입고한번‘간단후쿠’가된여자애들은그옷을입어도,벗어도‘간단후쿠’다.‘간단후쿠’는여자애들의‘몸’이되기때문이다.
『간단후쿠』는머나먼만주땅,위안소‘스즈랑’에있는15세소녀의‘몸’을보여준다.이곳에온지2년이된소녀는원래이름‘개나리’대신‘요코’라고불린다.소설은소녀가임신한사실을스스로깨달은이후부터만삭이되어가는봄,여름,가을의시간을그린다.
전쟁은한벌의옷처럼인간의가장사적인영역인‘몸’을옭아매고,인간은살아남기위해끊임없이몸안팎의투쟁을치른다.몸안에서속절없이자라나는또하나의‘입’처럼,몸밖에서끈질기게들러붙는군인들처럼.그러나‘간단후쿠’는벗겨지지않는다.벗겨지지않을뿐아니라점점더두꺼워지며확장된다.옷에서위안소‘스즈랑’으로,스즈랑을둘러싼벌판으로,벌판너머전쟁터로.

■‘간단후쿠’들의생존방식-한사람의내면
주인공‘요코’의생존방식은혼자하는상상이다.하늘을보며고향을떠올리고,‘간단후쿠’와전혀다른삶인‘간호사’복장을입어보기도한다.때로는‘군복’을입는상상도한다.‘요코’는군복을입는게나을지간단후쿠를입는게나을지고민한다.군복을입으면사람을죽여야하는데,사람을죽이면사람이아니게된다.그런데간단후쿠를입으면‘사람같지않은’군인을데리고자야한다.간단후쿠,군복,간단후쿠,군복……우열을가릴수없어마음속꽃점을치던‘요코’는위문출장을가게된다.그곳에서는스즈랑에서도상상할수없던지옥,전쟁을목격한다.
스즈랑에붙들린열명의소녀들에게는각자의생존방식이있다.땅에편지를쓰는‘나오미’,서로를돌보며의지하는‘나나코’와‘하나코’,고향에돌아가할일을생각하는‘아유미’,능숙한일본어로처세하는‘에이코’,아편에빠진‘사쿠라코’,아무에게아무말하지않는‘미치코’,나이를잊은‘요시에’,죽을때까지저항하는‘레이코’,곧죽어도‘스미마센’하지않는자존심으로버티는‘고토코’까지.극한에달하는상황에서도이들은두려움에떠는‘피해자’로서만존재하지않는다.오히려극에달하는순간마다이들이가진각자의성격,생각,기억,의지는더욱선명히빛난다.전쟁도,‘간단후쿠’라는옷도휩쓸어가지못한‘한사람’의내면이다.

■상처깊숙한곳의진실-‘군표’같은희망
김숨작가가증언을문학으로옮기며끊임없이의심하고다시쓴것은다름아닌‘말’이다.말은사람의의식과무의식을포괄한내면을드러내는가장선명한도구이기때문이다.김숨은단어,어휘,어순을넘어머뭇거림과침묵을표현하는기호하나조차발화자의말이맞는지의심하며소설을써왔다.이처럼오랜시간조심스럽고도세밀한소설쓰기끝에김숨이발견한것은‘침묵’이다.거대한벽에말문이막힌듯한‘침묵’,그두꺼운벽아래서들끓는‘고통’이다.김숨은그침묵,굳게닫힌상처한가운데로뛰어들어『간단후쿠』를썼다.
『간단후쿠』의모든단어와문장은일제강점기만주위안소에있는15세소녀의말로쓰였다.‘위안부’가아닌‘간단후쿠’라스스로를칭하듯이,낯선사물이나병명같은일본어이름으로서로를부르고,그래도배우지못한말은과거의기억에서비슷한것을찾아와붙여부른다.이‘말’들은끊임없이이어지는고통을증언하는동시에과거의기억을붙든다.그렇게『간단후쿠』의문장들하나하나는이들이몰래간직한‘보따리’처럼우리앞에놓인다.기만당해사라진꿈,멀어질수록또렷해지는기억,몰래모으는‘군표’처럼차곡차곡비밀스럽게차오르는삶에대한애착과희망이뒤섞여그속에고스란히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