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모더니즘의거대한한축!
페소아는국내에서도세계적인베스트셀러인『불안의책』저자로잘알려져있다.그런데페소아는무엇보다도자신을시인으로여겼으며,그의대표작은민음사세계시인선『시는홀로있는방식』,『초콜릿이상의형이상학은없어』에서읽을수있다.페소아는특히70여개의이명(異名)을만들어낸시인으로유명한데,문학독자뿐아니라철학독자들가운데도그의팬이많다.페소아는서양철학의선구자들이제기한질문들이그의시의자양분이되었기때문이다.“존재와비존재의관계는무엇인가?전자가후자로부터발생할수있는가?비존재도일종의존재인가?사물의존재에관한관념과변화는어떻게양립할수있는가?무언가가변한다면,그것이간직한본질은무엇인가?하나의실재만있다면,어떻게복수의존재가가능한가?”
아,존재에게존재할수있는방법이있다는것,
존재를위한존재
존재하기위한“존재하기위한”의존재,
무언가존재하기위한……
페소아는어릴적에남아프리카공화국에살아본적말고는평생리스본을떠나지않았고개인의인생에서눈에띄는드라마틱한격랑을겪지도않았지만,그의평전은우리말번역서로1400쪽이넘는다.그만큼페소아의내면세계는다층적이고풍성하기때문이다.“우리모두는전혀다른사람이되었다.다시말해,진정한우리자신이되었다.”
“무엇보다그는한사람이아니라여러사람들로서살았다.자신을여러조각으로쪼갰다기보다는,‘타자-되기’를거듭하면서스스로‘체화(embody)’한타자들을다양한방식으로전개하고확장하며증식시켜나갔다.이모든일은주로문학의영역안에서이뤄졌지만,때로는텍스트의경계바깥으로넘쳐흐르기도했다.”-김한민,리처드제니스의『페르난두페소아평전』에서
페소아는문학적장치‘이명’에대하여작가자신은이렇게설명한다.“가명으로쓰인작품은,서명만빼고는모두저자자신에의한것이다.이명의작품의경우는자신의개성바깥에존재하는저자가쓴것이다.마치그가쓸법한연극에서등장인물이하는대사처럼,완벽히저자에의해만들어진개인이다.”페소아의주요이명들가운데알베르투카에이루는감각주의자다.페소아에게‘감각주의’는“현실에대한우리의관념전체가감각에의존하기때문에,모든예술적창작의핵심이자토대는감각이되어야한다는미학적신념”이었다.
나는가축떼의지킴이.
가축떼는내생각들
내생각들은모두감각들.
나는생각한다두눈과귀로
두손과발로
코와입으로
알베르투카에이루의제자로서고전주의자리카르두레이스는우아하고절제된시들을선보인다.
우리인생에는
슬픔도기쁨도없다.
그러니배우자,
현명하게걱정없이,
사는법이아니라
지나가게놔두는법을,
영원히그렇게
평온하게차분하게,
아이들을스승삼아
또자연을
우리눈에담아……
반면알바루드캄푸스는“갑작스럽게,리카르두레이스와대조되어파생된새로운인물이충동적으로”나타났다.페소아의이명중에서가장현대적이고유행에민감한그는의견이가장강하고제일어리기도하다.
다른모든곳처럼여기서도이방인,
영혼에서처럼삶에서도우연적인,
기억의방들을배회하는유령,
그속에갇혀살도록저주가내려진
어느성안의삐걱거리는마룻바닥과쥐소리……
지금우리의감각과공명하는가장현대적인고전!
동시대인들은페소아의‘파편적자아의시’를아직받아들이기힘들었다.“페소아의천재성은그조차완벽히이해할수없을만큼시대를앞서갔다.”“자기가무엇을하는지정확히모르면서,그의글들이현대인의자기소격적(疎隔的)감각에대해말하는면에서는우리를앞서진단한셈이다.”그러나페소아의시가난해하거나접근하기힘든건아니다.“페소아는언어안에서우리자신을발견할수있게하는능력이있다.(…)깊이있게다가가면서도접근성이있는시인이다.시를별로안좋아하는사람들중에도페소아를좋아하는사람들이있다.”
가명(假名)이아닌이명(異名)을창조한시인페소아에게시의본질은“하나의놀람,경이,마치하늘에서떨어지면서자신의낙하에대해온전히의식하는것과같은것,사물에놀라는것”이다.철학자들이가장사랑하는시인,가장최근에고전의반열에오른작가,평생단한권의시집만출간한천재,전무후무한이명들을만들어낸불후의창작자,그의문학세계가가장권위있는페소아연구자에의해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