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마르케스의삶,사랑,콜롬비아,문학이야기
노벨문학상수상작가이며‘마술적사실주의’의선구자인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는1999년림프관암진단을받고완쾌된후에자서전을쓰기로마음을먹는다.그의자서전『이야기하기위해살다』는2001년에출간되자마자에스파냐어권에서베스트셀러가되었고세계의팬들을감동시켰으며드디어한국에서도소개된다.노년이된가르시아마르케스의담대하면서도위트있는목소리가그의어린시절과청년시절을회상하는가운데,우리는젊은예술가로서의가르시아마르케스와,연륜과여유가배어나오는노인가르시아마르케스의목소리를동시에들을수있다.가르시아마르케스는연대기적인구성을지양하고자신의기억속에자리잡은추억들을하나둘씩펼쳐보인다.책장을하나하나넘길때마다우리는단순히거장의문장을읽는것이아니라,마치할아버지의옛날모험담을듣듯그가들려주는옛날얘기에흠뻑젖어들게된다.책장을여는순간우리는가르시아마르케스와의대화를시작하게된다.
★허구와실제의경계를넘어서:소설보다환상적인가르시아마르케스의삶
마술적사실주의의선구자로불리는가르시아마르케스의삶을보면마술적사실주의가그의작품세계속에생겨난이유를자연스럽게알수있게된다.어린시절,넉넉지못한가정형편때문에그는아라까따까에있는외조부모의손에서자랐는데,그는그가외할머니에게서들은환상적인이야기들을소설창작에많이사용했다고한다.또한외할아버지는콜롬비아의내전인이른바천일전쟁에참전했던퇴역군인이며외할아버지는『백년의고독』에서부엔디아장군의모델이되었고,외할머니와외갓집에기거하던신비한여성친척들또한그의소설들에등장한다.특히,자서전의1장에서는어머니와아버지의연애담이소개되고있는데,이이야기는『콜레라시대의사랑』으로재탄생한다.이러한이야기들은가르시아마르케스의환상적인작품세계속에서부활하는데이는역사적풍파,부조리한현실,아름다운사랑이야기등우리가실생활에서맞닥뜨리게되는현실이때로는소설보다더‘소설적’일수있다는것을반증하는동시에,가르시아마르케스가‘마술적사실주의’적인작품을쓸수밖에없었다는것을이해하는데도움을준다.
★콜롬비아현대사의재조명:가르시아마르케스가회고하는콜롬비아
아라까따까외갓집에서보낸어린시절이가르시아마르케스의작품세계에‘마술’을더했다면,그의오랜기자생활은‘사실주의’를더했을것이다.콜롬비아는정치적으로자유당과보수당의대립이지속되고있었는데,1948년대통령후보로지목되었던자유당의급진적지도자호르헤가이딴이암살당했고이사건으로인해콜롬비아일대에는‘보고타소’라는폭력사태가일어나이른바‘비올렌시아’라는사회적불안기를야기했다.그즈음에가르시아마르케스는보고타소재의국립대학교에다니고있었는데,보고타소로그는학교를옮겨야했다.콜롬비아의정치적양극화대립이극심할무렵이바로가르시아마르케스가작가로서,기자로서첫걸음을내딛는시기와맞물린덕분에그의작품세계에는날카로운현실비판과풍자가존재하는것이다.
●카리브해연안의시골소년가비또
자서전은1950년2월18일로시작된다.가르시아마르케스는바랑끼야지역의신문《엘에랄도》에서기자로활동하기시작했고,부모님이그토록바라던법학공부는그만둔상태이다.아라까따까의외갓집을팔러함께가자는어머니의청에따라그는그가어린시절을보낸카리브해연안의작은마을아라까따까로향하게된다.그는“어머니를따라나서기로한그것이내인생에서가장중요한결정”이었다고회상하는데,그이유는그여행을통해그의문학적인원천을찾을수있게되었기때문이다.
아라까따까는카리브해연안에위치한마을로바나나농장을독점하기위해미국의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가진출한곳이다.바나나농장의노동자학살은콜롬비아역사의비극적인사건이자정치적갈등을야기한사건으로,외할아버지는그에대해국회에서증언하기도했는데,가르시아마르케스는그사건을『백년의고독』에등장시켰으며자서전에서도회고한다.여행중에우연히보게되는“마꼰도”라는농장을보고가르시아마르케스는작품세계의배경이된허구의마을“마꼰도”의이름을그곳에서차용했다고설명한다.실제로마꼰도는그가대부분의어린시절을보낸외갓집과상당히유사하다.그는“지금생각해보면그이상야른한집은그어떤가정환경보다내직업에많은영향을끼쳤다.특히나를키워준외갓집에서살았던수많은여자들의성격에영향받은바가크다.”고회상한다.외할아버지가들려주는전쟁터에서의모험담,콜롬비아의역사와,외할머니와집안여자들이들려주는귀신얘기와온갖미신들은가르시아마르케스의소설들을탄생시켰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나에게영감을주었던가장좋은출처는나보다나이많은사람들이내가자신들의이야기를이해하지못하리라생각하고내앞에서나눈대화들이나,내가이해하지못하도록일부러암호같은것을섞어가며내앞에서나눈대화들이었다.”-본문2장중에서
가르시아마르케스는11남매의장남이기도하다.아버지는전신기사로,정치적으로자유파였던외할아버지와는달리보수파였고보잘것없는집안출신이라서어머니의집에서는이둘의교제를극심하게반대했다.그들의연애담은『콜레라시대의사랑』을낳았고,가르시아마르케스는부모님의실제연애이야기를자서전1장에서자세하게서술한다.방랑벽이심하고바람둥이였던아버지와,아버지가바깥에서낳은자식들도거둬키운인내심강한어머니밑에서가르시아마르케스는형제자매가북적이는가난한집안에서자랐다.집안살림이부족했던탓인지,부모님은가브리엘이법학공부를하길원했고,그도부모님의뜻에따라법과대학에진학했지만이내싫증을느끼게되었고수업을빠지기일쑤였다.결국가브리엘은자신의천명인글쓰기를선택했고이로인해한동안아버지와불화가생기게된다.
“이세상에서네아버지와너처럼많이닮은두사람을찾을순없을거다.두사람이너무닮았다는점때문에서로대화를나누기가쉽지않지.”
나는항상그반대로생각하고있었다.그런대로장수를하고돌아가셨을때의아버지나이보다더많은나이를먹은지금에이르러서야비로소거울에비친내모습이나자신보다는아버지를훨씬더많이닮아있다는사실을깨닫게되었다.-본문4장중에서
●세계문학의거장으로거듭나다
그가법대에서공부하기를원했던부모님의바람과장남으로서져야했던책임감의무게에도짓눌린상황이었지만,가르시아마르케스는글쓰기를향한열정으로과감하게자신의길을걷기로결심한다.이자서전의백미라할수있는점은완성도있는작품을일구려는작가로서가르시아마르케스가지닌고민과의지와열성을직접적으로엿볼수있다는점이다.첫번째단편소설이신문에실리고난뒤,주위의칭찬과호평에도불구하고그는스스로그작품을두고“쓰레기”라고당당하게얘기한다.다시말해,자연스럽게자신의주위를둘러싼풍부하고다채로운문학적소재들을단순히받아쓴것이아니라,가르시아마르케스는끊임없이노력하고연마하고고뇌하고연습한끝에세계적인거장으로거듭날수있었던것이다.이런자세야말로그가노벨문학상수상작가로거듭날수있는원동력이었으며우리가경외할수밖에없는위대한예술가의진면모인것이다.
사물들하나하나를바라보기만하는데도죽지않기위해서는글을써야한다는거부할수없는조바심이일었다.그런조바심은예전에도몇번느낀적이있었다.하지만그날오전에는유독‘조바심’이라는단어가생각났다.모든것을닥치는대로파괴하면서시간이되면스스로소멸해버리는,증오스럽지만아주존재감있는그단어가내영감의위기로느껴졌다. -본문2장중에서
●“소설이란,쓰는사람마음대로되는것이아니라소설이원하는방식으로흘러간다.”-
본격적으로작가생활이전개되는1950년대
1948년가이딴의암살이후(5장이그암살사건과‘보고타소’를자세히다루고있다.),정치적인혼란으로인해국립대학교가휴교하자가르시아마르케스는까르따헤나에있는학교로옮겼으나,이내그는바랑끼야에자리잡고지역신문사에서일하기시작한다.바랑끼야친구들과함께밤마다술,여자에빠졌지만그는또한친구들과함께윌리엄포크너,버지니아울프,프란츠카프카,파블로네루다,허먼멜빌,너대니얼호손등선배작가들의작품들을토론하기시작했다.그는특히포크너와카프카의지대한영향을받았다고고백한다.
가르시아마르케스에게문학은삶과뗄수없는일부분이었다.
시는격렬한애정이었고,존재의다른방식이었으며,아무곳으로나흘러내리는촛농이었다.(중략)세상은시인들에게속해있었다.내세대에게는시인들이새롭게발표한시들이갈수록우울해져만가는정치적뉴스보다더중요했다.-본문5장중에서
정치적분열과계속되는폭력사태를겪고있던콜롬비아는암울한시기를겪고있었고,청년가르시아마르케스가위안을삼은곳은문학이었던것이다.시가문학의주류를이루고소설이라는장르가라틴아메리카에서는큰비중을차지하지못한때에,젊은작가가르시아마르케스가소설쓰기를마음먹은것은천명이나다름없다.1950년무렵에그는첫번째소설『낙엽』집필을시작하는데,『낙엽』은출판거부를당하고가르시아마르케스는작가로서큰좌절을느끼게된다.그러나좌절도잠시,기자생활로바빠지기시작한그는그를성공적인언론인으로만들어준역사적인취재를맡게된다.
1955년,까르따헤나로향하던해군군축함이폭풍을만나침몰하여승객여덟명이실종되는사건이있었는데,유일한생존자였던루이스알레한드로벨라스꼬는이내국민영웅대접을받게된다.하지만정부의숨어있는꿍꿍이가있다고생각한,그당시가르시아마르케스가몸담고있던진보적인신문사≪엘엑스?따도르≫에서는벨라스꼬를취재하여,그사건의내막을파헤치게된다.취재기사는벨라스꼬의일인칭시점으로연재되었는데,이기사는소설과기사형식을결합시킨가르시아마르케스의또다른작품이며,후에1970년에『표류자이야기』라는제목의책으로출간된다.가르시아마르케스에게저널리즘은문학과동떨어진분야가아니었으며,오히려현실을고발하고비판하는해우소의장으로서똑같은위력을지닌분야였다.그의오랜기자생활은후에그의작품세계에지대한영향을끼치게된다.
하지만이사건으로인해가르시아마르케스의신변을우려한≪엘엑스?따도르≫에서는그를해외취재원으로유럽에파견한다.『이야기하기위해살다』는실제로1950년에시작하여가르시아마르케스가유럽으로떠나는1955년에끝난다.5년에관한회상을기록하면서외조부모와온집안이야기서부터콜롬비아의정치사,어린시절부터학창시절까지의학업,그가만났던여자들이야기까지다채로운이야기를풀어놓을수있는것은오직가르시아마르케스만의탁월한능력덕분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