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양장)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양장)

$18.00
Description
“이제껏 내 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였다.”
-본문에서
2022년까지 민음사 블로그 ‘수필인간’이라는 코너에서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묶은 책이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소재에 대해 쓴 글들의 모음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우리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때때로 ‘서든 플롯’으로 들이닥치는 비극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담담하고 소박한 ‘수필인간’의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 21세기의 인생과 당대의 인간에 관한 견고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은 누구라도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경전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 대부분은 블로그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전에 없이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요즘은 쉽게 환영받지 못하는 ‘길고 진지한’ 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반응이라 할 만하다. “정말 좋은 글 너무 감사하다”는 뜨거운 고백 사이사이, “아름다워서 가슴이 아픈 글”, “가볍지 않은 생의 응시”, “깊은 사색의 울림”과 같은 묵직한 평가들이 눈에 띈다. 작가 사정으로 연재가 뜸했던 무렵에는 작가의 신변을 걱정했다며 오랜만에 올라온 글을 반가워하는 댓글도 보였다.

“가르칠 의도가 없었는데 독자가 알아서 깨닫게 되는 글”이라거나 “단단하고 무거우면서도 부드럽게 마음에 와닿는다.”라는 평가는 이응준의 산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연재된 글도 드물지만, 이토록 진지하게 작가를 응원하고 작가에게 고마워하는 반응 역시 드물다.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글”이라는 평가는, 그의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그의 글이 올라오면 반가워한 독자들이 직접 남긴 말이기에 더 진실하다.

고독과 상처에 대한 진솔한 고백, 고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지적인 성찰, 너무 슬퍼지기 전에 튀어나와 분위기를 바꿔 주는 유머, 이 모든 과정을 가슴으로 읽게 하는 아름다운 문장, 거기 더해 글과 글 사이를 흐르는 하나의 선율이 수록된 모든 글을 완성된 노래로 만든다. 작가가 “천사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한 삶이 그것이다. 토토는 보슬보슬한 갈색 털과 흰색 털로 뒤덮인, 갈색 눈동자를 가진 사랑스러운 시추다. 어쩌면 이 책은, 토토와의 이별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이응준

서울에서태어나한양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하고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0년계간[문학과비평]겨울호에「깨달음은갑자기찾아온다」외9편의시로등단했고,1994년계간[상상]가을호에단편소설「그는추억의속도로걸어갔다」를발표하면서소설가로데뷔했다.2013년1월부터2015년1월까지[중앙선데이]에21편의칼럼을연재하면서정치·사회·문화비평...

목차

서문11

1부명왕성에서이별
명왕성에서이별17
거대한삼나무숲에세이30
하얀뭉게구름안에있는것45

2부푹염서정(暴炎抒情)
폭염서정(暴炎抒情)69
죽음에관한소견74
수필인간(隨筆人間)81
세상을싫어하는사람의행복86
꽃나무의일92
고독한밤에호루라기를불어라96
고독의고백101
괴로운자의행복106

3부너는어디에있었느냐?
너는어디에있었느냐?115
영혼을일깨워주는식물세가지122
상처의힘129
‘겸손’에대한철학적,혹은신학적논고138
고래배속에서등불을켜고145
사막을건너는법156
내왼편어깨위에앉아있는오렌지색카나리아의노랫소리161

4부무장시론(武裝詩論)
무장시론(武裝詩論)179
전사(戰士)로서의작가,작가로서의전사182
소행성에서의글쓰기187
사라지지않을권리193
전갈자리전문(電文)202
시간여행자의혁명적산문207
고전주의작가의전위소설211

5부나와바오밥나무와하나님과
나와바오밥나무와하나님과225
노래의바람을타고검은별에서멀리233
잘못된세계를가로지르는아름다운밤길239
사랑으로서의질병이여,사막과별들의바다여250
장미와장미,그리고장미를위하여257
환란중인지구인들을위한유서작성교본269
타투가있는그사내는왜서쪽으로갔는가?287

6부성찰하는괴물
성찰하는괴물299
국가와환멸과나307
이어두운세계의빛나는작법318
비극에대한계몽335

인용문출처348

출판사 서평

■무지개다리를믿는사람들
개는죽지않는다는말이있다.우리곁을떠난개들은무지개다리가있는곳에서다시생기넘치고발랄한삶을살기때문이라는것이다.우리가이세상을떠나면무지개다리너머에서기다리고있던개가가장먼저달려나와반겨줄것이라는이야기.누가언제‘무지개다리’라는이야기를생각했는지에대해서는논란의여지가분분하지만,무지개다리가개를사랑하는사람과사랑하는개를떠나보낸사람들을위로해주는개념이라는데에는이견이없을것이다.
작가경력30여년이면인간사에더놀랄일도없을것같지만산전수전다겪었을것같은작가라하더라도펫로스증후군을피해갈수는없다.이책의1부는16년동안함께하며작가의30대와40대를온전히지켜주었던강아지‘토토’를떠나보내고또한마리의‘토토’와함께살게되기까지겪은시간의기록이다.열한개의구슬로변한시니어토토와이제는입양될당시의아픈몸에서벗어난주니어토토.두토토이야기에서우리가만나게되는사랑은시시때때로사납고서럽고쓸쓸해지는우리마음에도큰위로가된다.

■우리는다수필인간
‘수필인간’이라는독창적인표현은삶을살아가는태도에대한새로운방향을가리켜보인다.작가는인생을가리켜사실그것은시나소설이아니라고말한다.인생은시처럼비장하거나아름답지도않고소설처럼풍성하고구조적이지도않기때문이다.그가말하는인생은차라리순간순간한편의수필에더가깝다.자기만의‘수공업’을무기삼아주어진삶을꾸준히견디어내는수필의자세로생의“작은신비”를일구어가야한다는것.그렇게도달한삶이란결코번뇌가없는삶이아니다.번뇌의질이높아진삶이다.

■비극을공부하는힘
그럼에도슬픔은오고만다.그러나흔한착각과달리,우리는슬퍼서불행한것이아니라슬픔을모를때불행하다.세상은우리가이해할수없는일들이벌어지는불친절한무대다.극악무도한테러로삶과죽음이자리를바꾸고,쉽사리빠져나올수없는슬픔에파묻히는걸막을수도없다.비극앞에서인간이할수있는일은무에가깝다.그러나우리는우리에게주어진비극을공부함으로써비극에대해계몽될수있다.문학,철학,정치,역사,종교를망라하며세상을해석하고자신을관통하는글들은희망과절망이라는문학적인주제에관한가장과학적인글이다.

■고독한밤과호루라기
4부에수록된글은작가노트형식의글이다.자신의문학론인동시에현대문학을탄생시킨현대성에대한치열한고민이담겨있다.이때의현대성은문학과시대에만국한되지않는다.한겨울혹한의깊은밤길을혼자걷다가불현듯가슴이미칠것처럼답답해작은호루라기라도있으면죽을힘을다해불어버리고싶은충동이야말로우리내면의고독에대한가장사실적인이미지가아닐까.그밤,그답답함,그고독의한가운데에서신에게보내는조난신호처럼쓴글들이이제우리의밤,우리의답답함,우리의고독을도와주려한다.우리의밤바다를비춰주는등대불빛이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