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여왕’이라고불리던로마제국이쇠퇴해가는과정을아주실증적이면서도유장한문체로다루고있는역사책이다.1776년에서1788년까지12년에걸쳐전여섯권으로간행된[로마제국쇠망사]는수없이많은로마사책들중에서대표적작품이며,영문학사상의명저로도꼽힌다.서기2세기인트라야누스(재위98∼117년)황제시대에서시작하여서로마제국의멸망,동로마제국창건,신성로마제국건국,투르크의침입에의한동로마(비잔티움)제국의멸망(1453년)까지,약1400년간의역사를기술하여로마제국의역사를최초로개관한역사서로평가받았다.그리스도교의확립,게르만민족의이동,이슬람의침략,몽골족의서정(西征),십자군원정등광범위한지역에걸친사건을다루어고대와근세를잇는교량의역할을하는저서로서,시공간적으로방대한스케일을지니고있다.현대에이르러서도서양세계의기원인로마역사에대한기본중의기본자료로활용되고있다.
역사서로서문학작품으로서독자적인인간관과세계관을보여주는영원한고전
기번은제일급역사가이자큰문장가로불린다.그자신일급역사가였던토인비는“기번의정신은모든저명한서구역사가들중에서일찍이유례가없을만큼강력하고눈부시다.”라고말한다.버지니아울프는“기번은우리가보아야하는것들을균형감각을잘갖추어가며볼수있게해준다.여기서는압축하고저기서는확장한다.그는가장많은자원을가진엔터테이너이다.”라고쓴다.이모두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를읽고붙인평들이다.
다음은‘영원한제국’의작가이인화의말이다.“에드워드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는인간의불완전성에대한무한한애정으로서술된독특한역사서다.1400년에걸쳐서서히멸망해가는대제국의역사를치밀한묘사와탁월한해석으로하나하나짚어간이웅편거작에는헤아릴수없이많은인간의악덕들이장강의물결처럼펼쳐진다.무모하기짝이없는권력욕과성욕,뒤틀린심성과모자라는지성이피비린내나는전쟁과제위찬탈,골육상잔을통해드러나고있다.기번은이토록불완전한인간이자신의불완전성을무릅쓰고쌓아올린인류사최대의영광으로로마사를조망하고있다.때문에이책은역사서이면서도단순한역사서술을뛰어넘는문학작품으로서독자적인인간관과세계관을보여주는불후의고전이다.”
그리스.로마는서양문명의원형이다.흔히말하듯서구중심의역사서술에서벗어나려면,오히려현대서양문명의원형인그리스.로마에대해좀더알아보아야하는것은아닐까.그런점에서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는최적의조건을갖추고있다.(광활한제국을이루었던로마역사의덩치에비해전혀작지않은그리스이야기는또다른기회에.)기번은이책을위해서많은준비를하였고,또이미많은준비가되어있었다.영국인이면서키케로를프랑스어로번역하여한동안두었다가이를다시라틴어로번역하여그결과를원문과대조해가며학습하는등의언어능력은로마의역사를다루기위해이미준비되어있는자질이었다.그는이언어로말하고저언어로글을썼던것이다.(그리스어,스페인어,히브리어에도일가견이있었다고한다.)
이런능력을바탕으로다른사람의연구성과가아닌원사료를읽어낼수있었던그는역사가로서가졌던신념에따라많은준비를하였다.역사가로서의그의신념은성실성이었다.기번은역사분야에만국한된것이아닌다양한작품들을능숙하게이용했는데,자신의역사를풍부하고정확하게기술하기위해우선1차사료와2차사료를체계적으로수집하고,그외의각종자료들을섭렵하여책의곳곳에서풀어내놓는다.기번을읽는재미가아마여기에서도비롯되는것이아닌가한다.연구성과가많이축적된오늘날의관점으로보자면사료에대한객관적,비판적분석이종종결여되어있다고말할수있겠지만,기번은엄청난양의자료를되도록정확하게사용하여독자들에게다양한지식과견해,정보를주기위해많은노력을기울였는데,이는본문에육박하는수많은각주가잘보여주고있기도하다.이렇게기번은입수가능한자료에대한철저한탐구,상세한고증,오랜시간과인내를요구하는집필과정을성실하게이루어나갔으며,그결실인??로마제국쇠망사??는영국의역사서술에주요한발전을이룩해낸저서로도평가받는다.영문학사상으로도한위치를차지한다는이책이역사가로서의기번의이러한성실성이없었다면그유려하다는문체만자랑하게되지않았을까하는생각이들기도한다.
[로마제국쇠망사]-수많은로마사관련책들을파생시킨모태
[로마제국쇠망사]와관련하여항상언급되는것이그서술의규모다.로마는조그마한도시국가였다.이조그마한도시국가가불멸의성공을거듭하여거대한제국을이루었다가스러져가기까지의과정의서술은많은시간과노력을요하는일이어서,제1권이출간된1776년부터마지막제6권이나올때까지12년의기간이소요되었다.(준비과정,집필기간등을포함하면모두20여년의기간이걸렸다고한다.)서기98년부터시작되는이책은서로마제국의몰락을지나그후1000년동안더존속한동로마제국,제국과접하고있던모든문명국및이른바‘야만국’과그구성원들,이슬람교의대두,신성로마제국,십자군운동등요컨대서기100년경부터1400여년에이르는서방의역사,그리고서방에중요한영향을미친동방의역사(기번은당시영어로번역된동양사관련서적을모두섭렵했다.)를망라한다.그긴세월과광범위한지역의역사가오랫동안가다듬어진기번의통찰력과균형잡힌시각속에서서로연관을이루며잘결합되어방대한규모를지니게된것이다.
사실주지하듯이기번의주된관심은서로마제국의역사였다.기번은??로마제국쇠망사??의제3권까지집필한다음,다소망설인끝에1453년동로마제국의멸망까지서술하게되었기때문에,그의저작은두부분으로대별된다.제1권에서4권까지로구성된첫부분은서기2세기부터헤라클리우스황제가사망한서기641년까지를다루고있으며(1~47장),나머지두권은7세기에서15세기까지를다루고있다.(48~71장)그결과처음네권에서는약500년의역사를서술하고있는반면마지막두권은거의1000년동안의역사를다루는불균형을드러내기도한다.그러나당시의연구풍토에비추어볼때,그리고서로마에비해훨씬빈약한자료를바탕으로동로마제국의역사를개관하고,이슬람에대해불편부당한서술을하고있는것자체로벌써큰의미가있는일이라하겠다.
흔히들로마제국은서기476년의서로마제국의몰락으로그생명을다했다고본다.하지만오늘날학계에서는‘로마의몰락’이라는급격한변혁을인정하지않고있다.즉476년의서로마제국멸망에역사적의의를크게두지않으며,고대에서중세로의이행은수세기에걸친과도기를거쳐점진적으로이루어진것이라고주장하고,동로마제국존속의의의를보다중요시하고있다.어느순간흥하고망하는‘단절’의역사가아니라‘연속’의역사가중요시되는것이다.
국내최초영한대역완역본출간
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에나타나는몇가지특징은다른역사서들과차별화된위상과영향력을보여주는데우선그문체가많이언급된다.기번자신이스스로밝힌대로제1장은세번,제2장은두번을썼다고할정도로이책에맞는표현과서술방식을찾기위해상당히고심하였다.평소에그의집필방식은“긴단락을하나의문장에넣어귀로음미해보고머릿속에넣어두었다가,마지막손질을하고나서펜을움직이는”식이었다고한다.이때문에기번의문장은소리내어읽지않더라도그낭랑한음률이귀에들리는듯한데영어의가장큰강점인구어체를잘살려냈다고할수있다.이는당시영국에서의역사서술의경향과연결되는부분으로,영국은유럽대륙과달리일찍혁명을경험하여18세기에들어상대적으로정치적안정을누리고있었으며,영국인들은자신들이만들어낸제도들에대체로만족해하고있었다.따라서역사서술에서다소표면적인사고에,사실에대한분석보다는설명을선호하여수사학적인표현과미학적인서술에많은관심을기울이는모습을보여주었다.이러한경향은아마도독특한표현방법에대한기번의개인적인관심에더해그의역사서술에영향을주었을것으로보인다.
큰문장가인기번을동시에위대한역사가로돋보이게하는것은그의냉철함과독창성이다.[로마제국쇠망사]에서호불호를드러내는것을꺼려하지않았지만,그래도그는최대한냉정함을유지하면서균형잡힌시각을제시하려고노력했다.기번의과감하고정확한기준,문제를전체적으로파악하는지혜,현명한유보와적절한회의등은후대의역사학자들이역사를서술하면서끊임없이곱씹어보는화두가되었다.
또한가지기번이색다른점은역사가의주요역할이도덕적인교훈을찾아내는데있다는생각이일반적이었던시대에,사회의운명을결정짓는보편적인법칙을찾아내거나흥망성쇠의필연적인주기를주장하려고하지않았다는것이다.다만인간과역사를탐구함으로써과거와과거의다양하고복잡한사건들을이해하고설명하려했던것이다.
오랫동안계획했던유럽여행을하던에드워드기번이1764년가을로마에도착했다.로마의폐허를바라보고로마의역사를쓰기로마음먹은그는인고의세월을거쳐그누구도감히넘볼수없는대작을탄생시켰다.기번은정치(精緻)하면서도재미있다.[쇠망사]가발간되고그견고한구조를헐뜯는비판서들이많이발표되었지만,로마제국의쇠망의과정을기번만큼설득력있게다룬사람은없을것이며,아직도그를뒤집거나그예봉을꺾지못했다고해도지나친말이아닐것이다.
“그대들은군주의고통을알지못한다.머리위에는언제나검이매달려있다네.군주는자신의근위병들마저두려워하며,동료도믿지못한다네.움직이거나쉬는것을선택하는것도더이상군주의뜻대로되지않는다네.또한나이나덕성,품행그어떤것도질투심에서비롯되는비난에서보호해줄수없다네.이렇게나를제위에올려놓았으니,그대들은나에게근심가득한일생과때이른죽음이라는운명을안겨준셈이네.다만남아있는유일한위안은나혼자서죽게되지는않을것이라는확신뿐이네.”
로마황제의변이다.사실로마역사가근본적으로생경한것일수밖에없는우리의교양터전에서이방대하고포괄적인역사여행에선뜻참여하기가주저되지만,이책에는모든것이담겨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권력과배반,명예,전쟁,인물,사건,제도,경제,예술,문화,종교,미신,유럽아닌세계,민중의투쟁,사랑,덧없음,지구온난화문제등(26장에는‘Corea'가나온다.)인간사의거의모든분야를망라하는이영원한고전은우리에게두렵지만유익한교훈이다.
*일본에서는동경대학영문학과교수를지내고지난1985년에작고한나카노요시오(中野好夫)외에두명의번역자가붙어서,1976년부터1993년에걸쳐[쇠망사]를번역해놓았다.그러나이책은완역이아니다.역자들스스로도기번을따라잡지못한(그의언어능력과방대한지식에당황했다고솔직히밝혀놓고있다.)번역의완성도에대해서는충분히밝혀놓았으며,수많은각주는대부분생략해버렸다.기번의‘잡담’이라고도불리는각주가원본에는8300여개가있었는데,가장뛰어난편집판으로인정받고있으며이번에우리가번역대본으로삼은버리(J.B.Bury)판에는4700여개로줄어있다.일본에서도이버리의판을번역했는데본문이해에별도움을주지못한다고판단했는지각주를생략해버린것이다.이번민음사판에서는각주를최대한살리려고노력하였으며,4700여개중에본문이해에지장이없는선에서350여개는번역을생략하였음을밝힌다.하지만민음사판은영어판을제외한어느다른판본보다각주를많이번역했기때문에감히완역판이라자부한다.총여섯권으로우선1,2권을내고2,3개월간격으로두권씩해서마무리지을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