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에 관하여 유머로 가득한 이별 (양장본 Hardcover)

유한함에 관하여 유머로 가득한 이별 (양장본 Hardcover)

$22.95
Description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 유고집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와 에세이 96편, 드로잉 63점 수록
전후 독일 문학 최고의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의 유고집 『유한함에 관하여-유머로 가득한 이별』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육체와 정신의 노쇠, 죽음에 대한 예감이 그라스 특유의 강건하고도 유머러스한 글과 드로잉에 담겼다. 『양철북』, 『게걸음으로』, 『양파 껍질을 벗기며』 등 그라스의 주요작들을 번역하고 작가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은 장희창 전 동의대학교 교수가 우리말로 옮기고, 귄터 그라스 작품 세계와 유고집 사이에 다리를 놓는 해제를 덧붙여 책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귄터 그라스는 2012년부터 일종의 문학 실험으로 이 책을 기획하고 작업했으나 안타깝게도 출간 직전인 2015년 4월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책의 부제인 ‘유머로 가득한 이별’은 작가가 30여 년 함께했던 출판사 슈타이들이 연 출판 기념회의 테마였다. 이 유고집은 작가가 디자인과 글꼴과 제작 사양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자 독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그림은 귄터 그라스에게 아주 중요한 창작 수단이었다. 작가가 되기 전 뒤셀도르프 국립 미술 대학과 베를린 조형 예술 대학에서 시각 예술과 조각을 공부한 그라스는 자신의 모든 작품의 표지 그림을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그림이란 언어보다도 본능적으로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장르여서, 언제나 집필 전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그림을 완성한 후 다시 빠르게 글로 옮겨 적었다고 한다. 산문과 시, 그리고 그 두 장르의 경계에 걸쳐 있는 듯한 글 꼭지들에는 글의 핵심 주제를 담은 연필 드로잉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그간 표지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라스의 그림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

귄터그라스

GünterGrass
1927년폴란드의자유시단치히교외랑푸르에서태어났다.2차세계대전기간중에17세의나이로나치무장친위대에징집되어참전했으며,미군포로수용소에수감되었다.전쟁이끝난후농장노동자,석공,재즈음악가,댄서등여러직업을전전하다가뒤셀도르프국립미술대학과베를린조형예술대학에서조각을공부했다.1954년서정시대회에입상하면서문단에발을들여놓았고,같은해청년문학의대표집단인‘47그룹’에가입했다.1959년『양철북』을출간하고이작품으로게오르크뷔히너상,폰타네상,테오도르호이스상등수많은문학상을수상했다.1961년부터사회민주당에입당해활발한활동을펼쳤다.『고양이와쥐』(1961),『개들의세월』(1963)을발표해『양철북』의뒤를잇는‘단치히3부작’을완성했다.이후『넙치』(1977),『텔크테에서의만남』(1979),『나의세기』(1999),『게걸음으로』(2002)등을발표했다.1999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2006년자서전『양파껍질을벗기며』에서10대시절나치무장친위대복무사실을처음으로인정해전세계적인논란을불러일으켰다.2015년88세의나이로숨을거두었다.

목차

새처럼자유롭게11
영원히새로운종이위에12
오징어먹물물감15
끝없는붓질16
무기력17
저녁기도18
남은것21
달팽이편지22
마음속소음24
혼잣말26
긴호흡으로28
내겐힘이없어29
알속에서살기32
애초에무엇이먼저였던가33
남은이[齒]들과의이별34
심연위에서35
마지막이37
자화상38
따로따로그리고마녀들처럼원을이루고있는것42
정주민이된어느여행자의비탄43
내장들44
한땐그랬지45
화폐유통에대하여48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49
일상적인것50
소유51
어떤새가여기서알을품는가?51
차례
편지들54
사랑하는리부셰왕비55
그의유머가달아나버린곳56
롤벤첼라이에서57
한밤의손님58
끝없는고통후에62
그러고나서크사베르가왔다63
일기예보에의하면64
정물(靜物)65
여운을남기는뒷맛68
게브란트만델69
내후각과미각이사라졌을때72
육체와의이별73
쌓아놓은판자79
이방인혐오80
우리가들어가눕게될그것83
심심파적97
이것들이내가그린거라고?99
다시불러보는이름,프란츠비테99
터널끝의빛104
무티105
향수107
법률에따라109
사실이란무엇인가110
너무늦기전에111
보험들어놓은손실112
너무온화한겨울115
부엉이의눈115
구름에대해서116
천상의망상에빠져117
글쓰기에대하여120
할아버지의애인121
그대의그리고나의122
욕망이열정과짝을이룰때125
상실의불안127
그는가버렸어129
온실속에서는130
다시3월이오면131
가르칠수없는것134
종말135
나의바위136
해변의산책자가발견한것139
마지막희망140
지금141
그들이서로대화를나누도록142
못과밧줄142
기념품으로선물할수있는것144
밧줄꼬기147
초상화그리기148
꿰뚫어보다149
첫번째일요일에151
뒤쪽의자에앉아153
미신154
그가세번울었다155
친애하는슈누레씨156
도난품157
발견된오브제160
구시가에남은것들안에는161
죽음의무도(舞蹈)164
똑바로응시하기165
발자국읽기166
사냥시즌168
사냥허가기간169
종결선긋기170
결산171
8월172
그여름에분기탱천하여173
쿠르브윤씨의질문176
유한함에관하여177
옮긴이의말179

출판사 서평

필멸할수밖에없는인간존재의유한함
귄터그라스가생생하게그려낸나이듦과죽음

이책의원제인‘VonneEndlichkait’의‘Endlichkait’는동프로이센방언으로“언젠가는죽을운명인인간존재의유한함”을가리키는낱말이다.작가의고향인동프로이센단치히자유시는2차세계대전이후폴란드로편입되어그단스크로이름이바뀌었고,그가어린시절사용하던방언도세월이지나이제는사용하는사람이거의없는죽은언어가되었다.작가의죽음과함께사라질모어(母語)를제목으로정했다는사실은영원한것은세상에없다는진리를통렬하게일깨운다.
언제나논쟁적주제로글을썼던그라스가생애마지막으로다룬주제는무너져가는육체와정신,즉나이듦과필멸(必滅)이다.물론세계정세,특히유럽의정치사회에대한발언을멈추지않았던작가답게세태를논하는꼭지들도사이사이위치해세월도무디게하지못한날카로운혜안을보여준다.그러나노작가의눈과마음이줄곧향한곳은머지않아가닿을죽음과이제는영영멀어진저어리고젊었던시절이다.

그로테스크미학의이면에존재하는유머와건강한아이러니
육체라는밀폐된방을탈출하게하는예술의힘

죽은새,버섯,짐승의뼈,돌,화석,틀니,나무뿌리,깃털,낙엽,다말라비틀어진열매…….책에실린글들의마중물이되어준그림들의주제역시늙음과죽음을연상시킨다.그그림들은일견그로테스크하게도보이는데,그라스가바라보는우리삶의현실이그러하기때문이다.그러나그가그린그로테스크의이면에는유머와건강한아이러니라는흔치않은감성이깃들어있다.그감성은작가의자유분방한정신에서비롯된것으로,책의첫꼭지에서그는나이듦이그런자유를선사해주었음을고백한다.직역하면‘추방된존재’인제목의첫글「새처럼자유롭게」에서그라스는자신을“깃털처럼추방된존재”라고일컫는다.목숨을부지하기위해현대의학에이리저리끌려다니고,창작의샘이다말라버려그때그때“파트타임뮤즈”에게“구강대구강인공호흡”으로도움을받고,이제는“자신에게낯선존재”가된작가.그러나“오래전부터종말을맞을만반의준비가되어있는”덕분에그는부끄러움없이자기안의짐승을밧줄에서풀어놓고,이사람도저사람도되어보고,마음껏방황도할수있다.이책에실린글과그림들은그자유로운방황이남긴흔적이자,허물어져가는필멸의육체라는밀폐된방을탈출하게하는예술의힘에대한증거이다.

노년의삶에도존재하는욕구와희망

다빠지고하나밖에남지않은이[齒]에대한단상을담은연작글들과그런자신의모습을그린우스꽝스러운자화상,허물어져가는육체와더불어퇴화하는미각,노년의밤을길게늘이는수면장애,모든것이표준화된21세기에더이상맛볼수없는지난시절의음식에대한그리움,젊어서부터사랑했던선배작가들,젊은예술학도시절함께했지만먼저떠난친구에대한가슴아픈회한…….그중에서도가장생생하게다가오는글들은노년의삶에도여전히느껴지는질투같은원초적감정과(「그대의그리고나의」),담대하게죽음을준비하는가운데서도이듬해의봄꽃을기다리는생의욕구를그린글(「우리가들어가눕게될그것」)들이다.특히작가와그의부인이그들의가구를만들어주던소목장에게관제작을의뢰하고,주문한관을받고부부가그안에들어가눕는입관‘리허설’을하고,또그관을도둑맞으면서벌어지는부조리극같은소동을그린연작에피소드는이책의백미와도같다.(「우리가들어가눕게될그것」,「보험들어놓은손실」,「도난품」)귄터그라스가그리는노년의삶은고유한다이내믹으로요동치고은근한서스펜스가흐른다.

더이상‘전후시대’가아닌오늘날,거듭읽혀야할작가귄터그라스

책말미에이르러그라스의마지막하나남은이도마침내빠져버린다.“이제치통은없다.”고작가는선언한다.이가다빠졌다고세상의부조리에대고일갈하지못하리라는법도없건만,그는그몫을이가남아있는젊은세대에넘기려한다.이제그는경기장바깥에서있는,지난시대의인물인것이다.(「종결선긋기」)하지만1차세계대전의100세생일이다가오는가운데라디오에서여전히전쟁소식이들려오고,또다른세계대전이가까워지고있다는예감에작가는다시분기탱천한다.역사가남긴교훈은간데없고,한세기도지나기전에이미비극은반복되고있다.(「8월」,「그여름에분기탱천하여」)어린시절그를“따뜻하게데워주었던언어”의소멸을가슴아파하면서그라스가안타까워한것은,언제든우리도어딘가에서누군가에게이방인이될수있음에도좀처럼베풀지않는환대의마음이다.(「쿠르브윤씨의질문」)작가가평생을걸고한투쟁과고발의이면에는그같은짙은휴머니즘이깔려있었다.점점더혼탁해지는지금의세계를보며그는뭐라고말했을까.작가가떠난지어느덧십년을향해가지만,더이상“전후시대”라고단언할수없게된이시대에귄터그라스는거듭다시읽혀야할작가로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