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신랑 들이기 (양장본 Hardcover)

개 신랑 들이기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삿된 허위를 벌거벗기는 사나운 진실

우리 시대의 카프카,
다와다 요코가 이야기하는 모어(母語) 바깥으로의 여행,
편견과 혐오를 깨뜨리는 매서운 시선
언어 사이를 가로지르며 정체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작가 다와다 요코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남자는 조용히 가죽 트렁크를 툇마루에 놓고 손목시계를 풀어서 물기를 털듯이 두세 번 세차게 흔들어 보이더니 빙긋 웃으며 “전보 받으셨어요?” 하고 말했다. 미쓰코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뭔가를 생각하듯이 인상을 쓰니, 남자는 좀 더 명랑한 말투로 “다로라고 불러 주세요. 본명으로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하고 이름을 밝혔다. -「개 신랑 들이기」에서

성룡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착하게 보이지만 전문가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상할 정도로 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뒤에 잔인함이 숨어 있어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기분 나쁜 침묵이었다. 카타리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성룡은 아시아인이니 선천적으로 표정이 없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리고 또 용기를 내서 덧붙였다. 내 친구 미치코라는 이름의 일본인도 표정이 없지만 그 뒤에 잔인함을 숨기고 있지는 않다고. -「페르소나」에서
저자

다와다요코

多和田葉子
소설가,시인.1960년일본도쿄에서태어났다.와세다대학교제1문학부를졸업하고,함부르크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취리히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82년부터독일에머물며일본어와독일어로작품활동을하고있다.1991년『발뒤꿈치를잃고서』로군조신인문학상,1993년『개신랑들이기』로아쿠타가와상,2000년『데이지꽃차의경우』로이즈미교카상,2002년『구형시간』으로분카무라되마고문학상,2003년『용의자의야간열차』로이토세이문학상과다니자키준이치로상,2005년괴테메달,2009년쓰보우치쇼요대상,2011년『수녀와큐피드의활』로무라사키시키부문학상,같은해『눈속의에튀드』로노마문예상,2013년『뜬구름잡는이야기』로요미우리문학상과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을수상했다.2016년일본인최초로독일클라이스트상을,2018년『헌등사』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을,2020년아사히상등유수의상을받았다.그밖에도『고트하르트철도』,『비혼』,『여행하는말들』,『벌거벗은눈의여행』,『보르도의매형』,『지구에아로새겨진』,『별빛이아련하게비치는』등일본어와독일어를넘나들며다양한작품을왕성하게발표하고있다.

목차

페르소나
개신랑들이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개신랑들이기』는카프카처럼몽상적이고,불가사의하며도저히눈을뗄수없는작품이다.”-≪뉴요커≫

“한마디로요약하자면이작품은걸작이다.”-≪뉴욕타임스≫

“다와다요코의파격적이고유머러스하고초현실주의적감각을보여준작품.”-≪커커스리뷰≫

“다와다요코의두소설은언어에대한작가만의고유한발상을실현한계기,즉이주(移住)에대한이야기로읽힌다.「개신랑들이기」가떠나기전의이야기라면,「페르소나」는떠난이후의이야기같다.”
-「옮긴이의말」에서

일본어와독일어로글을쓰는이중언어작가이자,기존의디아스포라문학과세계문학의범주를넘어서초문화적이고혼종적인문학세계를보여주며‘번역행위’를창작의화두로삼아문화적소통의의미와가능성을탐구해온다와다요코는그동안일본과독일및세계의주요문학상을석권하는데그치지않고,최근노벨문학상후보로꾸준히언급되고있다.이번에민음사에서소개하는다와다요코의『개신랑들이기』는일본최고의문학상인아쿠타가와상수상작이자,작가의문학적원류를들여다볼수있는두작품(「개신랑들이기」와「페르소나」)이수록된매우중요한소설집이다.
일찍이스무살무렵일본에서대학교를마치고독일로건너가서생업과학업,글쓰기를병행해온다와다요코는독특하게도모국어보다독일어로먼저작품을발표하며독일에서일본으로,이른바외국어에서모국어로역행하는과정을거쳤다.이때부터이중언어작가이자번역의영역을혁신하고확장하는문학가로서크게주목받은다와다요코는1991년군조신인문학상의수상을기점으로,지난삼십여년동안삼십여권의소설과시,에세이를지속적으로발표하며오늘날가장중요한세계문학의기수로서자리매김했다.또다와다요코의독보적위상은필연적으로국가와국가사이의경계,문화와문화사이의경계,언어와언어사이의경계등명확이구분할수없는모호한시공간을펼쳐보이며탈영토적이고탈경계적인글쓰기로이어지는데,이것은곧작가의창작자체가민족문학의해체,디아스포라적실험,디스토피아적상상력의실천이라는점을방증한다.
『개신랑들이기』의표제작,「개신랑들이기」는부동산붐이일었던1990년대의일본도쿄도다마구,이른바신도시개발지역을무대로삼아설화적상상력과초현실적분위기아래,각종사회문제(빈부격차,여성차별,한부모가족차별,성소수자차별등)와현대의소외를신랄하게담아낸선구적인작품이다.새로들어선아파트단지(정상가족이데올로기의장소)의건너편,옛동네가그대로남아있는낙후지역(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위협하는장소)에서학원을운영하는미쓰코선생님은코푼휴지로엉덩이를닦으면기분이좋다느니,먼옛날에어느충직한개가볼일을본공주의엉덩이를핥아주는임무를해냄으로써마침내배필이되었다느니,하는기묘한이야기를들려주며괴상한고약을만들어붙이고학생들앞에반나체로나타나는등도무지종잡을수없는‘소문’을몰고다니는독신여성이다.그러던어느날,분명사람이지만어딘가개처럼행동하는‘다로'라는남성이불쑥찾아오고,점차상황은걷잡을수없는방향으로흘러가기시작한다.이렇듯「개신랑들이기」는각각의언어와문화사이에자리한간극을탐구하듯,한인간의정신과육체를가로지르는수많은균열을집요히해부해내는다와다요코의문제의식을여지없이보여주는소설로,훗날동일본대지진의참상과사회곳곳에숨어있는온갖금기를고발하는작가의대담한문학세계를예고하고있다.
한편같이수록된「페르소나」는독일에서의이주생활을먼저독일어로구상해낸,즉다와다요코의이중언어글쓰기의전범을이루는결정적인작품이다.동생가즈오와함께독일에서유학중인미치코는,어느날독일친구인카타리나로부터이상한사건을전해듣는다.카타리나와함께정신병원에서근무하는김성룡이라는한국인이레나테라는환자를성추행했다는의혹이제기된것이다.미치코는평소한국인슈퍼마켓에서종종마주치던,(같은아시아인이보기에)선량한김성룡의얼굴을떠올리며뭔가잘못되었음을직감한다.중대한사안인만큼레나테의고발은일파만파로번져나가고,진상규명을위해대책회의까지열린다.그러나레나테가성추행을당했다고주장하는시기에김성룡은발트해로휴가를떠나있었고,결국모든점에서이치에맞지않는사건임이밝혀진다.그럼에도불구하고병원사람들(유럽인들)은동양인들이란늘무표정하므로도무지속내를알수없다고,그래서어떤잔인성을숨기고있더라도눈치챌수없노라고편견가득한말과소문을쏟아낸다.이같은상황을하나하나곱씹으며끝내미치코는독일생활자체를회의(懷疑)하기에이르고,차츰격렬한정체성의혼란에사로잡히게된다.「페르소나」는작가의문학경력중거의앞에놓이는초기작으로,지난삼십여년동안다와다요코가개척해온문학역정의맹아가깃들어있는소설이다.따라서다와다요코의문학세계를좀더깊이이해하고자한다면결코빼놓을수없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