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삶 (피에르 미숑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사소한 삶 (피에르 미숑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프랑스 문화상 수상작

프란츠 카프카상, 노니노 국제 문학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프랑스 국립 도서관상
수상 작가 피에르 미숑의 장엄한 대표작
세월 속에 스러져 간
모든 이름 없는 자들에게
바치는 거룩한 송가

거친 대지와 거센 바람 위에 써 내려간
사소하지만 위대한 존재들의 일생

나는 하늘과 책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배웠다. 비굴한 놀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세상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됨을, 세상에 개입하지 않고 그저 세상이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봐도 됨을, 세상의 일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쾌락으로 바뀔 수 있는 고통과 더불어 경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간과 책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몸이 태어났고, 그 몸 역시 나였다. 그 몸은 책에서 읽은 것을 눈에 보이는 세상의 현기증에 맞춰 보고자 하는 불가능한 소원 탓에 끝없이 떨었다. 공간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것들도 현기증을 일으켰고, 과거의 것들이 기억 속에 남긴 흔적은 말이 불완전하듯이 불완전했다. 나는 기억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본문에서
저자

피에르미숑

PierreMichon
1945년프랑스중부크뢰즈지방의레카르라는작은마을에서태어났다.부모가결혼생활을시작한마르삭,아버지가집을나간뒤어머니가교사생활을이어간무리우,칠년동안기숙중등학교에서수학한게레까지어린시절을모두크뢰즈지방에서보냈다.클레르몽페랑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했고,앙토냉아르토의연극을주제로석사논문을썼다.대학교무렵부터극단활동을시작했고,한동안특별한직업없이알코올과약물중독에시달리며방황했다.
피에르미숑은자전적작품『사소한삶(Viesminuscules)』(1984)을시작으로느지막이작가의길에들어선뒤고흐가아를에서그린우체부의초상을탐구한『조제프룰랭의삶(ViedeJosephRoulin)』(1988),시인랭보의일생을독특한시각에서조명한『아들랭보(Rimbaudlefils)』(1991),문학거장들(사뮈엘베케트,귀스타브플로베르,윌리엄포크너,빅토르위고등)의이야기를명상적으로들려주는『왕의몸(Corpsduroi)』(2002),프랑스혁명기때공안위원회의인물들을다룬소설이자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을수상한『11인(LesOnze)』(2009)등여러작품을발표했다.2015년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상,2017년노니노국제문학상,2019년프란츠카프카상,2022년프랑스문학발전에기여한작가에게수여하는프랑스국립도서관상을받았다.

목차

앙드레뒤푸르노의삶
앙투안플뤼셰의삶
외젠과클라라의삶
바크루트형제의삶
푸코영감의삶
조르주방디의삶
클로데트의삶
어려죽은여자아이의삶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이작품을통해구원받았다.내가글을쓰는이유는부활하기위해서다.”-피에르미숑
“눈부신섬광같은걸작!”-≪르몽드≫
“피에르미숑은삶의거대한몸짓과미세한감각을총체적으로포착하고,끊임없이미끄러지면서도앞으로나아가는정교하고넉넉한문장을선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
“우리는그의작품앞에무릎을꿇을수밖에없다.”-≪르누벨옵세르바퇴르≫
“피에르미숑은문학을현존하게하는마력을지녔다.”-≪리베라시옹≫
“놀랍도록풍부하고신화적인글쓰기로현대프랑스문학에새로운방향을제시했다.”-가이대븐포트(소설가)
현대프랑스문학의신비이자기적으로불리며,프란츠카프카상등전세계주요문학상을석권한신화적존재,피에르미숑의장엄한대표작『사소한삶』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마침내우리나라에소개되는피에르미숑은아직낯선이름이지만프랑스에선익히‘국민작가(grantécrivain)’로군림하며,공인된저자의작품만이오를수있는총서「카이에드레른(CahiersdeL’Herne)」에선정되는등,그야말로프랑스어산문문학자체를대변하는존재다.외지고가난한시골마을에서불우한유년시절을보낸뒤,대학교때잠시연극에발을들이긴했지만청춘의대부분을술과약물로물들인미숑은서른아홉이라는비교적늦은나이에작가생활을시작했다.한평생작가가되기를갈망했음에도매번텅빈백지앞에서무너져내릴수밖에없었던미숑은기나긴방황을마치며자기영혼과생명의근원으로깊숙이파고들었다.절대적인고전,완전무결한작품을완성해야한다는허황한소망과잔인한백일몽에서깨어난뒤미숑이가장먼저다다른곳은바로자신의고향,쇠락한옛집이었다.미숑은과거의거장들과겨루겠다는아집을뒤로하고자기와같은사람들,하찮고쉬이잊히고소리소문없이부서지고흩어져버린존재들을가만들여다보았다.그제야미숑은문학이란화려한미사여구의나열,거창한웅변이아님을,이를테면티끌같은삶과바람결에사라진울음소리와한없이부옇게빛바래가는기억을되살리고치유하고지탱하고화해하게해주는과업임을깨닫는다.결국『사소한삶』은시커먼절망속에서죽음을바라보던미숑이치열하게도달한문학의진실이자,끝내가닿은생명의핵심이라할수있다.어느책에서든결코찾아낼수없고,고작한두세대만흘러도영영미지로남게될사람들의인생,그토록사소하고보잘것없는이야기가바로우리가족,친구,이웃그리고나자신의삶인것이다.미숑은사실상모든이들의운명이라할수있는‘사소한삶’을되살려냄으로써황폐한세계와상처받은영혼을회복할수있으리라고,광활한종이위에거세게눌러쓴문장을통해확신했다.어쩌면『사소한삶』이야말로벌써잃어버리고무자비하게사라져버린세월,즉우리모두의‘삶’을되찾는이야기일지도모른다.
플뤼셰,팔라드,무리코,게오동,미숑,쥐모…….피에르미숑의『사소한삶』은프랑스사람들에게조차생경하게들리는외딴곳,낯선성(姓)을지닌조상들의터전에서돌연시작된다.우리는미숑이호명하는사람들,당최누구인지가늠할수없고,아무리애써도결코알아낼수없는인물들의삶속으로다급히붙잡혀들어온다.그런와중에우리가발을디디고선작품속의세계역시수수께끼다.“자비로운고사리들이병든땅을가려”주는외진땅,“겨울이면까마귀울음소리가땅의주인이되어붉게물든저녁과바람을지배”하는삭막한풍경이눈앞에펼쳐져있을따름이다.그렇게피에르미숑이태어난레카르,그의근원이라할수있는플뤼셰가족의터전인샤탱,부모인에메와앙드레미숑부부가첫딸을잃고짧은결혼생활을한마르삭,아버지가집을나간뒤어린미숑이어머니와함께살았던무리우,친조부모인클라라와외젠이사라진아들의그림자속에서살아갔던마지라,미숑이학창시절을보낸게레,외조부모인펠릭스와엘리즈게오동이“어려죽은여자아이”와나란히묻혀있는샤틀뤼,퇴색한수호성인과함께언젠가자신이묻힐묘지가기다리고있는생구소,또중등학교에서만난바크루트형제의고향생프리스트팔뤼스,정신병원환자들이주말마다찾았던생레미등의장소가온갖사소하고보잘것없는사람들의인생,즉그들의기쁨,절망,비애,회한,향수따위와한데뒤섞인채우리삶으로밀려든다.마치위인이나성인의고귀한삶을기술하듯,미숑은기억속에내려앉은지난날의풍경과어긋난인연과사그라진바람을기록함으로써곧망각되어영원히사라질우리모두의삶을예찬한다.드높은하늘아래,과연하찮고사소한삶이어디있겠는가?우리가모진세월을거역하며용감히살아가는한,아무리사소하고작디작은삶일지라도언제든위대하게부활할수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