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양장)

아이스 (양장)

$18.00
Description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가 선보인 슬립스트림 문학의 절정을
성취한 작가 애나 캐번의 최고 걸작

어슐러 르 귄, 커트 보니것, J. G. 밸러드, 차이나 미에빌을 사로잡은
20세기 디스토피아 소설의 정전(正典)!
저자

애나캐번

1901년프랑스칸에서부유한영국가정의외동딸로태어났고,본명은헬렌우즈(HelenWoods)다.열여덟살의어린나이에아이를얻은어머니는딸과안정적인관계를맺지못했고,게다가열살때아버지가자살하면서캐번은더욱고립된다.그뒤기숙학교에서외롭게성장한캐번은옥스퍼드에진학하기를바랐으나어머니는자신의과거연인이었던도널드퍼거슨과결혼하기를강요한다.결국캐번은열두살연상의퍼거슨과결혼한뒤철도기술자인그를따라버마(미얀마)로이주했고,거기서아들브라이언을낳는다.이시기를배경으로집필한소설『나를내버려둬(LetMeAlone)』(1930)와『여전히낯선사람(AStrangerStill)』(1935)은당시본명이었던헬렌퍼거슨(HelenFerguson)으로출간되었고,캐번의낯설고불행한결혼생활을짐작하게해준다.이년만에남편을등지고아들과함께유럽으로돌아온캐번은자동차경주를즐기는사람들과어울리다가화가스튜어트에드먼즈를만나서새로이결혼생활을시작한다.에드먼즈와의사이에서딸머거릿을얻지만태어나자마자죽고,두사람의관계도차츰휘청이다가1938년이혼에이르고만다.이때부터캐번은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하는한편,헤로인을투약하고수차례자살을시도하면서끝내스위스의정신요양원을드나들게된다.하지만캐번은작가로서다시살아가기위해약물중독과우울증에맞서기로다짐한다.그러면서‘헬렌퍼거슨’으로발표했던소설속등장인물인‘애나캐번’으로개명하고,짙은갈색머리카락을찬란한금빛으로염색한다.홀로전세계를여행하던캐번은2차세계대전무렵영국으로귀국해부상당한군인들을돌보면서심리학을공부하고편집업무를맡기도한다.1944년아들브라이언이전사하면서큰충격을받지만정신과치료(지그문트프로이트의제자인루트비히빈스방거에게직접진료받기도한다.)와작품활동을포기하지않고꾸준히이어간다.『정신병동에서(AsylumPiece)』(1940)를필두로『나는라자루스(IAmLazarus)』(1945),『말의이야기(TheHorse’sTale)』(1949),『당신은누구?(WhoAreYou?)』(1963)등실험적이고전위적인작품들을발표하면서비평계와동시대작가들의주목을받지만대중적으로는큰빛을보지못했다.당대에캐번은주나반스,버지니아울프,실비아플라스그리고프란츠카프카에비견되었으며작가아나이스닌,J.G.밸러드등수많은작가들의열렬한지지를받았다.1968년캐번은켄싱턴의자택에서심장부전으로사망하지만그가별세하기한해전에발표한유작『아이스(Ice)』(1967)는비로소세계적신드롬을일으키며엄청난성공을거둔다.사후캐번은앤절라카터,폴오스터,무라카미하루키등이선보인슬립스트림문학의선구자이자꿈과약물중독,환각,실존적불안과소외를구현하는‘야행성언어(nocturnallanguage)’의창시자로서독보적위상을차지하며매우중요히평가받고있다.

목차

서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악몽같은상상력
질주하는몽환
파국의로맨스

내가살던세상대신에이제곧얼음,눈,고요,죽음만이존재하게될것이었다.폭력도전쟁도피해자도더는없으며얼어붙은침묵,생명의부재외에는아무것도남지않았다.인류의궁극적성취는자기파괴뿐만아니라,나아가모든생명의파멸이리라.생동하던세계가죽음의행성으로변화하는것말이다.-본문에서

“캐번이쓴얼어붙어가는세계는곧침략이다.얼음이당신을향해다가오고,당신을포위하고,당신을침략하고,당신을그속에사로잡는다.적도의열대지방으로비행기를타고달아나도안도감은일시적일뿐,얼음이결국당신을따라잡는다.”-크리스토퍼프리스트

“유일무이한작품!”-도리스레싱(노벨문학상수상작가)
“오늘날가장신비한작가애나캐번은『아이스』를통해매혹적인세계를창조해냈다.캐번의강렬한작품세계와겨룰수있는현대작가는거의존재하지않는다.”-J.G.밸러드
“진실로환상적이고경이로운작가를골라야한다면나는주저없이애나캐번을선택하겠다.”-패티스미스
“우리시대에가장위대하고독창적인작가.”-《가디언》
“애나캐번은예언자였다.『아이스』의비전,이를테면기후변화와전쟁위기가이제현실로다가오고있다.”-《뉴요커》

애나캐번은아직우리에게생소한작가이지만현대소설의독특한흐름을이룬‘슬립스트림문학(SF작가크리스토퍼프리스트의정의에따르자면“독자들에게낯선관점에서익숙한광경이나사물을마주한듯‘타자성’을유발하는작품”을일컫는다.)’의예언자이자완성자이고,실험적기법과독창적시각으로포스트모더니즘소설은물론공연예술,음악과미술등광범위한영역에현저한영향을끼친우리시대의거장이다.그중에서도작가가사망하기일년전에발표한유작『아이스』는평단과대중을모두사로잡은최고걸작이자현대SF문학의새로운방향을제시한결정적작품으로평가받고있다.

“SF문학은메리셸리의『프랑켄슈타인』에서시작되었고,애나캐번의『아이스』를통해또다른정점에다다랐다.따라서우리는『아이스』를그무엇으로도분류할수없다.”-브라이언올디스(휴고상,네뷸러상수상자)
애나캐번은노벨문학상을수상한도리스레싱을비롯해진리스,아나이스닌,J.G.밸러드,크리스토퍼프리스트,어슐러르귄등내로라하는작가들에게일제히상찬받았을뿐아니라,초현실적이고서사파괴적이며대담하도록실험적인글쓰기를통해카프카,보르헤스,칼비노등독보적인문학세계를선뵌대문호에비견되기도했다.또한『아이스』는‘슬립스트림문학’이라는용어가미처문단에자리잡기도전에,전대미문의기상천외한글쓰기를성취함으로써훗날J.G.밸러드의‘지구종말시리즈(『크리스털세계』등)’,어슐러르귄의『어둠의왼손』등페미니즘SF,우리에게도익숙한무라카미하루키와폴오스터,영화감독스파이크존즈(「존말코비치되기」)에이르기까지무궁무진한공명(共鳴)을불러일으켰다.그런데『아이스』를필두로,애나캐번의경이로운작품들은단지예술적창작물에그치지않고,그의불행과고통,절규로가득한삶자체를반영하고있다.아버지의부재(자살)와어머니의외면,좌절당한꿈과강요된혼인(어머니의전애인과결혼해야만했다.),억압적인결혼생활,지옥의밑바닥처럼아득한우울과치명적인약물중독은애나캐번의인생을송두리째집어삼켰다.본명으로발표한(보다자전적인)초기작품들뿐아니라,대표작『정신병동에서』와『아이스』에서도이러한어둠을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다.한편굉장한여행가(세계일주를할정도였다.)이자속도광(자동차경주애호가였다.),심도있는정신분석학경험자(지그문트프로이트의제자,루트비히빈스방거와인연을맺기도했다.)로서다채로운모티브,착란적서사,거침없이내달리는문장을완성한애나캐번은주제와기법,모든면에서삶을예술로승화해냈다.도리스레싱의찬사대로“유일무이한작품”인『아이스』는이제껏그누구도가닿지못한기이하고불길하며불가지의세계를펼쳐보인다.더불어제2의물결페미니즘이대두하기에앞서여성의왜곡된섹슈얼리티,가정폭력문제,가부장제의성착취구조등을적나라하게고발했으며,기후위기와세계대전의출현을경고함으로써우리시대에도여전히유효한,아니더욱절실한문제의식과비전(vision)을고취했다.

이세상것으로는보이지않을만큼새하얀무엇인가가덤불울타리위로피어나기시작했다.나는울타리중간이어슴푸레하게비어있는곳을지나쳤고,그틈새를흘끗들여다보았다.한순간이었지만내가내쏘는불빛은마치탐조등처럼고정된채그여자의나신을밝혔다.아이처럼가냘프고,생기없이쌓인눈의희뿌연색과대비되는환한상앗빛몸.그여자의머리카락은넓게펼쳐진유리처럼밝게빛났다.그여자는내쪽을바라보지않고있었다.꼼짝도하지않은채,그여자는자신을향해천천히다가오는장벽에시선을고정하고있었다.투명한유리처럼단단하고,반짝이는얼음으로이루어진그장벽의중심에그여자가있었다.-본문에서
공포는그여자가살아가는환경그자체였다.타인의진심어린친절을그녀가알았더라면,모든게달라졌을터다.나무들은고의적인악의를가지고그여자의앞길을가로막는듯보였다.평생토록그여자는스스로를아무에게도구원받지못할희생자로여겨왔는데,이제이숲마저사악한힘으로그녀를파괴하려는것이다.-본문에서
그여자에게내재된무언가가틀림없이부당한폭력과공포를요구했다.그렇게그녀는내꿈을망쳐놓으면서내가감히발을내디딜생각조차못했던어두운장소에까지나를데려갔던것이다.이제우리중누가피해자인지확신할수없었다.어쩌면우리는서로의희생양이었는지도모른다.-본문에서

그동안무의미하게방랑했음을생각하니,저눈보라와똑같은광기의열병이내안에서도타올랐다.광란의춤을추는눈의결정체는우리의삶그자체였다.그여자의이미지또한그속으로스쳐지나갔다.수은처럼흘러내리는은빛머리카락도순식간에그광란에휩쓸려갔다.그환상적인춤의섬망속에서는폭력을행사하는자와폭력의희생자를구별할수없었다.모든무용수가공허의가장자리를따라빙빙도는죽음의무도에서두존재의구별은실상무의미했다.-본문에서

『아이스』는돌연시작한다.(“나는길을잃었다.”)시대와장소,심지어등장인물의성별과이름조차주어지지않은채로불길한추위속에서첫장면이펼쳐진다.도무지믿을수없고정체불명의화자인‘나’는군인이거나특수임무를수행하는공작원,혹은둘다아닐수도있다.그는긴해외생활을마친뒤,때아닌추위가엄습해오는고국으로돌아왔다.그러나굳이이곳까지찾아온까닭은단지임무나연구를마쳤기때문만은아닌듯하다.그에게는다른목적이있다.그의머릿속을온통헤집어놓고,지독한강박에시달리게하는한가지이유,바로그여자를만나기위해서이곳에당도했다.그여자를언제만났던가?이야기는느닷없이매서운얼음에서서히잠식당해가는달빛같은머리카락을지닌그여자의모습을그려내며,더먼과거로,마치점프컷을하듯거침없이뛰어들어간다.그여자에게는한남자가,교도소장이기도하고독재자이기도하며그여자의목숨을멋대로쥐고흔드는악령이기도한남자가있다.주인공은그들부부를만났고,그들의기형적인관계를목격했으며,그리고그여자에게사정없이빠져들었다.공회전하는세사람의대화는또다시단절되고,무시무시한얼음의습격이이어진다.화자는사나운칼바람을뚫고,얼어붙은바다를가로지르고,온갖역경과고초를불사하며오로지그여자를추적한다.하지만여자는악독한용에게사로잡힌중세의고귀한여왕처럼,남편과그의부하들에게완전히감금당한채우물같은어둠속에갇혀있다.‘나’는아무리애를써도그여자를만날수없고,교도소장혹은적대적인남편의폭력과권위에서결코놓여나지못한다.시공간을초월한혼란,무절제한환각처럼주인공의추격은자꾸만뒤엉켜가고,그사이전지구적전쟁과파멸적인얼음의침식이숨통을조여온다.여자에대한광기어린집착,산산이부서진기억의편린,얽히고설킨부조리한현실탓에급기야주인공‘나’는스스로를의심하며차차자아를잃어가고,심지어여성의남편,즉교도소장과자신을동일시하기에이른다.그럼에도불구하고잔혹한추위와시퍼런얼음은지구의모든생명체를끊임없이,그리고무심하게파괴해나간다.이불가피하고절대적인절멸의순간앞에서세사람은계속운명의주사위놀이를이어갈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