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

모양새

$15.00
Description
“나는 가벼워지고 싶은 걸까 무거워지고 싶은 걸까.”

공격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 청춘의 시간들
바라는 것은 오지 않고 엉뚱한 것만이 들이치는
돌풍과 안개 속을 묵묵히 걷는 앳된 팔과 다리
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최미래의 소설집 『모양새』가 출간되었다. 이십 대 내내 소설을 써 온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름 지어지는 ‘청춘’이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지루하고 멀뚱멀뚱한지 알고 있다. 그때의 우리가 각자의 청춘을 어떻게 견뎠으며 얼마나 관찰자적이었는지 밝히는 데 탁월하다. 겁이 없고 능력이 있으며, 야망이 있고 의욕적인 이미지로 청춘은 얼마나 오해되고 오래 이용되어 왔는지. 최미래가 보여 주는 청춘의 경로는 어쩐지 물이 많이 섞인 물감으로 채워진 것 같다. 젊은 날의 생기 있는 몸과 낭만적 무계획은 알록달록한 물감, 깊은 우울과 불안은 탁한 물. 최미래는 그 둘을 적절히 섞어 인생의 초여름 같은 날들의 질감을 되살려 낸다. 최미래식 청춘을 깊이 탐색하는 시간은 알록달록하지만 먼지의 빛깔이 묻어나 마냥 유쾌하지 않으며, 선명한 장면 군데군데 스민 얼룩이 못내 신경 쓰일 것이다. 젊음이 자리한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보는 일, 생각보다 성숙하지 않고 유치함이나 이기심이 묻은 그때를 인정하는 일. 최미래의 소설을 읽는 일은 한 시절에 대한 이해의 해상도를 올리는 일과 같을 것이다.
저자

최미래

1994년경기도광주출생으로,2019[실천문학]가을호에소설『우리죽은듯이』로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애매한동인‘애매’로활동중이다

목차

모양새7
작은개를껴안듯이53
귀신산책91
어린이의희박한자리117
지난이야기159
양지바른곳177
우리죽은듯이225
퍼플피플263
어쨋든이곳은여름299

작가의말341
작품해설
두번째외로움을기다리는마음_최다영(문학평론가)345

출판사 서평

우리는지금어떤모양에가까울까?

표제작인「모양새」는주인공‘나’가친구이자동거인이었던‘모린’과함께살던때,그중에서도어느날순식간에사람들을사로잡은‘모양새’라는존재를찾아다녔던때를돌이켜쓴통통튀는회고담이자연약한성장담이다.주인공인‘나’는자신이“화장실벽에아무런힘도공격성도없이붙어있는작은나방”같다고말한다.슬프도록스스로를알고있는,욕심없는젊은이의조용한자기객관화.이냉정한관찰은『모양새』속젊고어린화자들의모습에빠짐없이걸맞는다.최미래의인물들은예상치못한자연재해나재난을맞닥뜨리거나,어엿한일자리를찾지못하고,무기력감과무력감사이에서내일을기대하지않게되거나,사랑하는사람이낯설어지는순간을지켜봐야한다.가진것없는그들이유일하게가진것은서로의몸을기댈단한명의누군가이지만,그관계는팽팽하거나느슨해서언제나불안정해보인다.이때작가는자신의모양은몰라도사랑하는사람의뒤통수에시선을고정한맑고진지한인물을그려낸다.가만히누군가의뒷모습을바라보는뒷모습.어쩌면그것은‘자신없음’으로불안해하는청춘의한모양새일것이다.

“너는어떻게지냈는데?뭐가재밌고어떻게슬퍼?
나는입을다물었다.재밌고슬픈게없었다.”

‘없음’이나‘알수없음’이그들이큰정체성인『모양새』속인물들은마치각자의결핍을공통점으로뭉쳐모험을떠나는「오즈의마법사」일행처럼보이기도한다.그러나『모양새』의인물들에게는모험을해서얻고싶을정도로원하는것이,그러기위해맞닥뜨려싸워야할적이없다.모든것이희미해서힘겨운시기에이들이기댈수있는유일한존재는비슷한체격과체력을지닌또래다.「모양새」의‘나’에게는“뒷모습을베끼고싶”은‘모린’이,「작은개를껴안듯이」의‘나’에게는“만지고싶”은‘니나’가그런존재이지만,이관계는종종헐거워보여위태로운분위기를자아낸다.너무많은것이없으므로,단단하지못하고흔들리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인지도모른다.「작은개를껴안듯이」의‘나’는“아무리간절히바라도찾아오지않는것들이있고,부른적도없는데어느새옆에와나를물끄러미쳐다보는것들이있다.”고말한다.되고싶은나도,사랑하는너도,우리가함께할것이라고미래를믿는일도마음대로되지않는다는사실.체념과인정이미묘한배합으로뒤섞인듯한이문장은아마최미래가직감한삶의진실에가까울것이다.

“돈없다고좋아하는거포기하지말고꾸역꾸역사먹어.”

최미래의소설에는누구보다젊어보이지만어딘지먼저늙어버린것같은인물들이있다.수록작「양지바른곳」의‘조황주’는겉으로는젊어보이나아주오랜시간을살아온‘흡혈인’이다.조황주가자신을찾아온친구의손주,이제막젊은채살아가는이들에게줄수있는가르침은하나뿐이다.그것은바로회피하지말고,외면하지말고닥쳐오는슬픔을정직하게맞이하라는것.조황주의조언은『모양새』에등장하는모든인물,씩씩한두다리로걷고,앳된팔로서로를안고,끝없이이야기하는젊은인물들에게들려줄수있는단하나의메시지이기도하다.그메시지가적힌쪽지를받은최미래의인물들은‘운없음’에좌절하다가도별안간씩씩해지기도한다.여름에어울리는맥주와토마토조합을찾아내고,최소한의돈을버느라쉴틈없는가운데에도친구와통화를하며지나갈것같지않은캄캄한밤을보낸다.휴대폰너머들리는것은피곤함과노곤함이기본값인힘없는청춘의목소리지만,거기에서왠지기분좋은섬유유연제의냄새가나는듯한이유는최미래가인물들에게기어이쥐여주는희망의쪽지때문일것이다.

작가의말
지난시간을불러다가씻기고재우고질책하기도하면서함께지냈다.어느새그들은이야기가되고나는서른살이되었다.
(……)
소설속인물마다처한상황은다르지만그들은나와같은시절을보냈고,내가해결하지못해구겨버린감정을고스란히품고있다.
그렇게생각했지만제각각다른시기에쓰인단편들을하나의소설집으로데려와지붕을수리하면서깨닫게된것.
1.어떤인물은내가팽개친감정을스스로조용히펴내고있었다.
2.어떤인물은본인이구겨져있다는사실을조용히감내했고끝끝내받아들였다.
3.어떤인물은엉망인채로,여전히살아내고있다.

추천사
최미래의인물들은솔직하고단단하다.불안이일상화된시대를살아가면서도그들이겪은일들에대해떠드는시간을무용하다고여기지않는다.나는나도모르게소설속나방,연못,돌멩이,운동화,머리카락,물자국과같은단어들을‘생’이라는단어로바꿔읽었다.그리고생이란,매순간희망차고기운찬것이아니라매순간이해할수없음이나알수없음과비슷한것임을다시한번깨닫는다.최미래는그런시간을통과하여미래로가는일이그자체로소중하며가능한이야기라는것을알려준다.소설속인물들이생에대한의문을품고기억을돌아볼때,우리는생에대한사랑과의지가깊어진채로그들을본다.이처럼최미래의소설은소중하고,무엇이든가능하다.어차피생이라든지이야기라는것은길이끝나는곳에서시작되는것이니까.
-이주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