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번째 천산갑

67번째 천산갑

$18.00
Description
베스트셀러 『귀신들의 땅』
천쓰홍의 최신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올해 1월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타이완 문학 붐’을 일으킨 『귀신들의 땅』의 작가 천쓰홍의 최신작 『67번째 천산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이 ‘귀신’이라는 민속적 모티프를 통해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냈다면, 『67번째 천산갑』은 유년 시절에 만나 평생에 걸쳐 우정과 헌신, 상처를 주고받은 한 게이 남성과 헤테로 여성의 관계를 통해 고독과 치유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탐색한 걸작이다.
저자

천쓰홍

저자:천쓰홍
타이완소설가이자영화배우,번역가.현재독일베를린에거주하고있다.1976년타이완융징향(永靖鄕)에서한농가의아홉번째아이로태어났다.푸런(輔仁)대학영문과와국립타이완대학연극학과를졸업했다.
독자와평론가들의사랑을한몸에받으며현재타이완문단의중심에떠오른작가로,임영상(林榮三)단편소설상과구가(九歌)출판사연도소설상을휩쓸었다.그리고『귀신들의땅』으로타이완최고의양대문학상으로꼽히는금정상문학부문상과금전상(金典賞)연도백만대상을수상했다.산문집『반역의베를린』『베를린은계속반역중이다』『아홉번째몸』과소설『손톱에꽃이피는세대』『영화귀도(營火鬼道)』『태도』『변신의플로리다』『알러지를제거하는세가지방법』등을출간했다.전작『귀신들의땅』은12개언어로출간되었고,《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다.

역자:김태성
서울에서출생하여한국외국어대학교중국어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타이완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국학연구공동체인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운영하면서중국문학및인문저작번역과문학교류활동에주력하고있다.중국문화번역관련사이트인CCTSS고문,《인민문학》한국어판총감등의직책을맡고있다.『인민을위해복무하라』,『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고전의배후』,『방관시대의사람들』,『마르케스의서재에서』등140여권의중국도서를우리말로옮겼다.2016년중국신문광전총국에서수여하는‘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산책
1.자다11
2.물구나무서기40
3.새점68
4.산을만드는사람98
5.킥보드131
6.숲162
7.나무가없다196

2부길에오르다
1.발라드227
2.빵260
3.농어291
4.수세미325
5.배의잔해361
6.바퀴벌레396
7.나사429

3부낭트
1.공사장465
2.포스터473

작가의말481
옮긴이의말487

출판사 서평

너없이,나는잠을잘수가없었어
우리같이천산갑을보러가지않을래?
악의가가득한이시대로부터함께도망치자,함께잠들자

소설맨마지막에가서야이름이밝혀지는이성애자인‘그녀’와동성애자인‘그’.그들은유년시절에한매트리스광고의아역모델을뽑는촬영장에서처음으로만난다.어떤이유에선지는알수없지만,둘은처음만난순간부터서로에게편안함을느끼면서매트리스를찍는광고에서달콤한잠을자는연기를선보였고,광고는큰성공을거둔다.그때부터둘은평생떼려야뗄수없는관계를맺게된다.

‘그녀’의아버지는어딘가로사라지고없으며,어머니는자신이스타가되기를원했으나실패하자딸을통해성공과돈을얻고자혈안이되었다.‘그’의아버지는손대는것마다족족실패하는사업가이자난봉꾼이고,엄마는자식인그에겐다정하지만바람난남편과하루가멀다하고난폭한싸움을벌인다.어느날,‘그’의아버지는희귀동물인천산갑을키워그비늘을약재로팔겠다는생각에사로잡혀그들이사는산위의집에수십마리천산갑을들여놓는다.

하지만기이하게도이천산갑들은오직어린아들인‘그’에게만친밀감과신뢰를보였고,산위의집에놀러왔다가어린‘그’와천산갑이어울리는모습을목격한매트리스광고감독은이를소재로영화를찍어야겠다는생각에사로잡힌다.그리하여‘그’와‘그녀’는매트리스광고뿐아니라천산갑이등장하는이영화에도함께출연하게된다.천산갑과아이들이출연한영화는프랑스낭트영화제초청작으로선정되고,어린‘그녀’와‘그’는제작진과함께함께낭트로가기로한다.그러나‘그’의엄마와함께‘동물’을잡으러갔던두아이는결국시간을놓쳐낭트에함께가지못한다.

수십년의시간이흘러중년이된‘그’는파리에서고립된생활을하고있다.그는자신의유일한사랑이었던동성연인J의죽음이불러온크나큰고통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그러던그의작은아파트에불쑥‘그녀’가찾아온다.두사람이어린시절출연했던그천산갑영화가4K로복원되어낭트영화제에서회고전이열리게되었고,그녀와그가영화제에초청받았기때문이다.

그녀는그간거물정치인의부인이되어자식도여럿낳았고,한물간영화배우이지만가끔TV예능프로그램에도출연하며남부럽지않은삶을살아가고있으나,커다란문제가하나있다.도무지제대로된잠을잘수가없는것이다.영화제를핑계로그의아파트에쳐들어온그녀는어린시절부터잠동무였던그와함께마침내깊은잠에빠진다.하지만그녀가그를찾아온이유는그뿐만이아니다.파리에서낭트로함께길을나서는두남녀,그들에겐아직나누지못한이야기와찾아야할누군가가있다.

말할수없는비밀과표현못할고통이이어지는길
그끝에서고개를돌리자,그위에는천산갑의발자국이가득했다

한국에두번째로소개되는천쓰홍의이작품은,작가가게이로서자신의성정체성을전면으로내세운작품이다.게이인주인공‘그’를통해작가는성적지향에대한보수적인식이가득했던1980년대부터,동성혼이합법화된현재에이르기까지성소수자들이겪는고난과비애를생생하게그려낸다.또한전작『귀신들의땅』의주요테마였던,여성에게사회적으로거세게강요된임신,출산,양육,결혼을둘러싼가부장적인압박과그로인한처절한고통역시‘그녀’를통해재현한다.전작이수많은인물의입을빌려다층적이고다성적인목소리를쏟아냈다면,『67번째천산갑』은오직두사람,‘그녀’와‘그’의돌고도는몇십년인연을축으로현재와과거를오가며미스터리와감춰진비밀을탐색한다.

게이인그와헤테로인그녀사이에맺어진강한인연의접점은무엇일까.헤테로인그녀가게이인그를짝사랑했다든가하는식의납작한이야기는아니다.그들이서로를찾는마음은혹독한상처를입은두사람이그아픔을이해하고그고통을헤아리는데서생겨난다.그가수많은남자들과의스치는쾌락을통해해소할수밖에없었던고통,그녀가여성이자얼굴이알려진유명스타로서겪을수밖에없었던남모를수모와고통.또한이로인해두사람이서로를찔러서로에게상처입힐수밖에없었던수많은맥락이엮이고엮여비밀의매듭이되고,빙글빙글도는나선형계단이되고,독자는그비밀을풀어가며결국그들의선택과인연(또는악연)을이해하게된다.

중화권에는이런관계를가리키는단어도실제로존재한다.‘게이미(Gay蜜)’라는이단어는헤테로여성들과깊은우정을나누는게이남성을가리키는말이다.‘게이미’는보통여성들끼리주고받을법한잡담을나누는게이친구를가리키는가벼운의미로쓰이기도하지만,여자들이누구에게도쉽사리털어놓을수없는고민을공유하고그비밀을지켜주는존재,여자들이성적긴장없이친교할수있는남자를말한다.그역도성립하는데,게이에대한이해를거부하는헤테로남성과는달리여성들은게이미인친구가겪는어려움과상처를공감한다.천쓰홍은실제로독일라이프치히동물원에‘타이완에서온천산갑’을보러갔다가,한게이남성과힘든결혼생활을겪고있는헤테로여성이나누는이야기를들으며이소설을쓰게되었다고말한다.그역시학창시절,많은여성학우들의‘게이미’였다는이야기와함께.

오늘날타이완문학계에선성소수자들의이야기를담은‘동지(同志)문학’이라는말이존재할정도로많은성소수자작가들이많은지지를받으며활약하고있고,천쓰홍은그대표주자라할수있다.타이완은동아시아에서가장먼저동성혼이입법화된,성소수자인권에서는선진국인국가가되었지만,여러동지문학에담겨진이야기들은아직도많은억압과고통의흔적을생생하게전한다.‘게이미’들의지지자이자친구인여성들의인권개선에대한목소리또한여전히드높아서,여성인권과성소수자인권을개선하고자하는이들이함께힘을합쳐문단에서,사회와정치계에서활약하고있다.

『귀신들의땅』이황량하고외딴타이완시골에서벌어지는이야기의괴이하면서도친근한분위기를담아냈다면,『67번째천산갑』은가을이찾아오는파리에서시작해낭트외곽에서끝난다.소설은온통길위에서의이야기다.떠나는사람이있고,남겨지고버림받아상처받는사람이있으며,누군가를찾아길을나서는사람,그리고그의곁을동행하는이가있다.옛인연에서새로운관계가생겨나고,스치듯던진말한마디와짧은단서에서또다른여행의길이이어진다.

『귀신들의땅』이지극히문학적이면서도한편의걸작미스터리같은장치를갖췄듯이,『67번째천산갑』역시인물의정서와기억을통해시간과공간이빠르고급격하게전환되면서,마치정교한태엽장치처럼착착퍼즐을맞춰가며끝을향해달린다.『귀신들의땅』이그랬듯,『67번째천산갑』역시끝까지다읽고나서다시앞장을들추게만드는강력한구성의힘을발휘하는작품이다.빼어난이야기솜씨와눈물과폭소를동시에부르는문장력,가슴먹먹한감동역시여전하다.천쓰홍의작품이타이완을넘어전세계에읽히고찬사를부르는이유는,예측불가능한구성력을발휘하여독자를끌어당기는동시에보편적인재미와메시지를감동적으로결합하는그재능에있을것이다.

작가의말

베를린의친한친구하나가라이프치히(Leipzig)동물원에타이완에서온천산갑이있는걸아느냐고물었다.녀석들은타이완에서비행기를타고왔고,인간과는다르게평생시차를느끼지못하기때문에라이프치히동물원에서영원히타이완의시간을보내고있다고했다.나는기차를타고산책을하면서라이프치히동물원으로녀석들을만나러갔다.
헬로,시차를느끼지못하는천산갑들아,잘지냈니.나도타이완에서왔어.

인사를마치고나니한쌍의남녀에게눈길이갔다.연인이나부부같진않았다.몸의상호작용에보이지않는장력이존재했다.두사람의대화에귀를기울여보았다.그들이천산갑이되어발톱으로동굴을파는모습을상상하는이야기였다.두남녀의처지를알게되었다.남자는게이였고여자는유쾌하지못한이성혼인생활에갇혀있었다.어려서함께자란두사람은여전히서로를남달리의지하고있었다.두사람사이엔비밀이있지만,입밖에내지않았다.나는꼭소설과상상으로이비밀들을구성해내야했다.

이작품속의그녀와그는어려서부터낭트에가기로약속했지만,어른이되고늙어서함께길을가면서도끝내그곳에는도달하지못한다.우리가소중히여겨야할것중하나가바로이런인생의‘도달하지못함’아닐까._천쓰홍

옮긴이의말

‘그’는동지(同志)이자‘그녀’의‘게이미(Gay蜜)’다.여성인‘그녀’와게이친구,즉게이미인‘그’의보편적이지않은관계가이소설의주요서사배경이다.중화권에서‘미(蜜)’는허물없이다정한친구를의미하는단어로,사람들이누릴수있는가장이상적인관계를의미한다.사람들이실현하고향유할수있는가장달콤한관계의상태가바로이런것이다.

이소설은서로뜻이통하고마음이투영되며서로를누구보다도잘알고,서로를가장잘도와주는‘그녀’와‘그’의관계를통해이런어원적의미를증명하고있다.‘그녀’와‘그’는연인은아니지만‘서로를바라보는게아니라손을잡고함께같은방향을바라보는’관계라는생텍쥐페리의명제를완미하게실증하고있다.이두사람의관계는이사회가인정하는그잘난보편적관계들보다훨씬더아름답고인성의본질에더가까울수있다는가능성.그것이이소설이제시하는중요한의의아닐까._김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