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 퐁

비눗방울 퐁

$15.00
Description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경쾌하게도, 퐁.”

사랑과 미움이 뒤엉키고
예쁜 기억과 아픈 실제가 뒤섞일 때
이유리가 전하는 명랑한 이별법
마침내 다시 시작하는 사랑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모든 것들의 세계』,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등을 통해 현실을 돌파하는 능청스럽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선보여 온 소설가 이유리의 신작 소설집 『비눗방울 퐁』이 출간되었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위트 있는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이유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이야기의 매력은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채 어떠한 낭만도 거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간다는 데에 있다. 『비눗방울 퐁』에서 이유리가 반복적으로 그리는 현실은 이별이다. 누구도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모두가 죽음을 맞는다. 필연적인 이별을 마주한 이유리 소설의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의 고통을 견뎌 낸다. 함께였던 기억을 팔아 버리고, 기쁨과 슬픔을 우려내어 술을 빚고, ‘우리’가 ‘너’와 ‘나’가 되었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며 떠나간 이의 평안을 빌어 준다.
하나였던 둘이 떨어져 나와 홀로서는 과정은 처절하고 고통스럽다. 이유리는 해피 엔딩을 위해 이별의 고통을 축소하지 않고 이별의 과정에서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들을 모른 척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것들을 곱씹고 돌파할 쾌활한 상상과 명랑한 유머를 펼쳐 보인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잊고 회복하고 다시 사랑하려는 인물들은 매력적이다. 고통받는 이 인물들은 사랑의 한가운데에서 행복한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유명한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유리의 소설은 경쾌한 재미에 더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가 박서련의 말대로, 독자들은 ‘매일 이별하며’ 라고 선창하는 이유리를 따라 ‘살고 있구나’ 하고 따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살고 있구나, 라는 평범한 말의 아름다움에 조금 놀라면서.”
저자

이유리

저자:이유리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브로콜리펀치』,『모든것들의세계』,연작소설『좋은곳에서만나요』,짧은소설집『웨하스소년』등을냈다.

목차


크로노스7
그때는그때가서49
내게남은사랑을드릴게요79
담금주의맛137
보험과야쿠르트175
달리는무릎203
비눗방울퐁237
퀸크랩281

작가의말315
발문318
다른이름으로저장하기_박서련(소설가)

출판사 서평

남은사랑을드릴게요

사랑이끝났다.상황이바뀌었고,사람은변했고,다만갈곳잃은사랑만이남았다.찌꺼기처럼남은이사랑을어떻게해야할까?『비눗방울퐁』에는SF적상상력과환상적인이야기를가로지르는이유리식이별법이담겨있다.「내게남은사랑을드릴게요」는사랑의기억을남에게전이시켜이별의고통에서벗어나려는이의이야기다.아름다운사랑의기억과현실의고통사이에있는인물은「크로노스」에도등장한다.치매에걸리기전엄마의모습을복원한딸은너무나진짜같은가상의엄마앞에서기뻐하고괴로워한다.치매에걸린현실의엄마대신기억속의다정한엄마를만나위로받아도괜찮은걸까,자문하면서.이별이이처럼고통스럽고깔끔하지못한이유는사랑이그만큼깊었기때문이다.“그토록의사랑이아니었다면이토록의이별도아니었을것.”(박서련)이별이아프지않을수없는사랑을했던이유리소설의주인공들은저마다의방식으로고통을마주한다.「담금주의맛」에서이별의주인공은급기야아름다운기억과헤어짐의고통을우려내어오색의술을빚는다.이유리가선보이는다채로운이별의색깔은결국그만큼의사랑의빛깔이다.

사랑과생활

사랑의현실은어떨까?『비눗방울퐁』에서그리는사랑은애틋하고귀여운한편지난한현실그자체다.같은공간에사는커플들의생활은지겹도록반복된다.「보험과야쿠르트」는각각보험과야쿠르트를파는레즈비언커플의이야기다.더나이들기전에결혼해서가족을꾸려야지,라는조언을듣는두사람은적은수입으로집세와생활비를감당하고서로의지친일상에기댈곳이되어준다.「퀸크랩」역시“킹크랩을배가터지도록한번먹어보는”것이소망인커플의귀엽고애틋한한바탕소동극이다.서로의못난구석까지보듬고지친하루의끝에다정한농담과위로를주고받는것.이유리소설속연인들이사랑하는모습이지만,이들은서로의곁에영원히머무르지않는다.「그때는그때가서」가보여주는것은끝난사랑의차가운단면이다.아르바이트를하는상대에게“언제까지그렇게살생각이냐”묻는연인과의이별은예고된것처럼보인다.

이별의자리에서홀로

사랑이끝난자리에홀로남은이는헤어짐의고통을이겨내고홀로서야한다.「비눗방울퐁」은“나오늘비눗방울되는약먹었어.”라는말로시작되는이별의기록이다.세상에서사라지고싶다했던연인은기어코비눗방울이되기로결심한다.그는점차가벼워지고희미해지다가어느순간퐁,흔적없이사라져버릴것이다.이느린이별의시간을어떻게보내야할까?헤어짐이예비된연인들은은은하게감도는이별의분위기속에서포근하고청량한하루를함께한다.그렇게진심을담아사랑하는이를배웅한사람은새로운사랑을시작할수도있을것같다.「달리는무릎」은낯선존재와의갑작스러운만남과이별을다룬다.달리기를하다가넘어진‘나’의무릎에갑작스레들어앉은외계인과‘나’의사이는이상하게친밀하다.각자의자리에서감당해야하는삶의무게를이해하고있으므로.헤어진후에도만남의기억을품고잘지낼것을알고있으므로.지구인과외계인의기묘한만남과헤어짐처럼,어떤인연과이별은삶을꿋꿋하게헤쳐나갈힘이되어준다.이유리의아프고명랑한이별이야기들이독자들에게쥐여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