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등기 (잉마르 베리만 자서전)

환등기 (잉마르 베리만 자서전)

$30.00
Description
스웨덴어판 정본 번역을 통해 우리말로 소개되는 현대 영화계의 경전!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기록한 영혼의 고백
세계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고,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며, 스탠리 큐브릭, 장뤼크 고다르,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비드 린치, 우디 앨런, 라스 폰 트리에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감독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주고 현저한 영향을 끼친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자서전, 『환등기』가 마침내 스웨덴어판 정본 번역을 통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잉마르 베리만은 「제7의 봉인」과 「산딸기」, 「페르소나」와 「화니와 알렉산더」에 이르기까지 이미 고전을 넘어 전설이 된 수많은 작품을 연출한 스웨덴의 영화감독이다. 심오하고 상징적이며 대담할 정도로 실험적인 그의 작품들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관객은 물론, 전 세계 영화계 인사들에게도 경이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20세기의 영화 문법을 혁신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잉마르 베리만의 예술적 원천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고, 또 그의 삶과 작품 이면엔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만년에 이른 잉마르 베리만은 한평생 쥐고 있던 메가폰을 내려놓고 은막에서 물러나,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웨덴의 작은 섬, 포뢰에 정착한다. 비록 영화계를 떠났음에도 그의 창작욕은 여전히 이글거렸고, 이번에는 필름이 아닌 종이 위에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기로 마음먹는다. 베리만은 친한 출판사 인사에게 이제 ‘자서전’을 쓰겠노라 선언하고, (한평생 글재주가 없다고 이야기해 왔음에도) 무려 900쪽을 넘어서는 방대한 분량의 ‘초고’를 완성해 낸다. 그리고 구구절절한 촬영물을 편집하듯 여러 부분을 잘라 내고 이어 붙인 끝에, 비로소 우리가 아는 『환등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영화계 거장의 ‘자서전’ 속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좋은 작품을 만드는 방법, 엄청난 찬사와 성공에 대한 기억, 훌륭한 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미덕? 그러나 『환등기』엔 으레 ‘자서전’이라 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열거되어 있을 법한 내용이 거의 없다. 물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기 자랑이 아주 조금씩, 이곳저곳에 산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생을 돌아보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변죽일 따름이다.

잉마르베리만재단의 대표, 얀 홀름베리의 「해설」에서 엿볼 수 있듯이, 『환등기』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시간의 흐름마저 무시한 채 과거와 현재를 소란스럽게 오가는, 인생이라는 주제의 한바탕 잔치다. 목사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잉마르 베리만의 어린 삶은, 서슴없이 매질할 만큼 엄한 아버지와 (회피적인 성격을 지닌) 목사의 아내라는 과중한 지위에 짓눌려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그만큼 가엾은 형과 누이, 그를 성숙한 인격으로 이끌어 준 할머니, 짓궂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성년으로 나아간다. 뒤이어 베리만은 성적으로 각성한 계기와 스트린드베리에 대한 열렬한 숭배, 연극판에서 벌어진 온갖 푸닥거리를 들려주다가 돌연 자신의 외도, 결혼의 파탄, 경제적 곤궁, 심지어 (어린 시절에 교환 학생 자격으로 방문했을 뿐이지만) 과장스러울 만큼 고해적인 나치 독일에 매료되었던 사건 등을 거침없이 쏟아 낸다. 또한 극장 대표로서 겪은 고충과 탈세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잠자코 지내야 했던 울분의 나날들 역시 현장감 넘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일화들이 불쑥 나타나는 와중에, 베리만의 기억은 영화 제작이라는 과업과 맞물리며 끊임없이 요동친다. 첫 사랑, 첫경험, 전쟁, 사랑의 도피, 아버지와 호숫가에서 미역을 감던 일, 어머니의 쓸쓸한 뒷모습, 바보 삼촌의 천진한 모습과 황망한 죽음, 여름휴가, 빛으로 일렁이던 파도. 그리하여 마침내 베리만은 예술가의 운명을 직감한 최초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바로, 애당초 형이 선물받았지만 꾀를 부려 겨우 얻어 낸 ‘환등기’의 마술 같은 영상을 도화지 같은 벽면에 처음 비춰 보았던 그날의 기억, 기계의 온기, 장롱의 냄새 속으로 말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잉마르 베리만이 이 자서전을 통해 통찰하였듯, 꿈같은 이미지의 축제, 환등기처럼 아름답게 돌고 도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일화들이 여럿 담겨 있다. 세계적인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과 「가을소나타」를 촬영하던 도중에 따귀를 얻어맞은 일, 할리우드의 화려하지만 공허한 영화계에 질려 버린 일, 「페르소나」의 촬영 장소를 섭외할 적에 (적은 예산 탓에) 애먹은 일, 리브 울만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일, 카라얀의 놀라운 예술혼과 명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몽니,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미모, 지난 시대의 영화와 연극에 관한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평가, 그리고 자신의 오판과 그로 인한 어마어마한 실패들.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이렇듯 범상하지 않은 트리비아가 몹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사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진실로 엮어 낸 이 거대한 인물의 일생, 즉 『환등기』를 읽는 일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깨달음과, 그간 잊고 지내 온 추억의 부활을 선사해 줄 터다. 이 독서가 마법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마법이겠는가?
저자

잉마르베리만

저자:잉마르베리만IngmarBergman
1918년7월14일,스웨덴웁살라에서엄격한루터교목사의아들로태어났다.잉마르베리만은종교적이고엄숙한가정환경때문에어린시절부터인간의내면과신앙그리고존재의본질에대해깊은관심을가진다.더불어일찍이연극(특히아우구스트스트린드베리의작품)과영화에매료된그는아홉살무렵에‘환등기’를직접조작해보며이미지와조명효과에심취한다.이때의경험은훗날그가연출한영화와연극작품에커다란영향을끼치며,예술적화두로자리잡는다.1937년,스톡홀름대학교에입학한베리만은문학과예술사를전공하지만,실상대부분의시간을극장에서보내며학생연극을연출하거나,본격적으로영화를탐닉한다.결국학업보다연출가로서의삶을선택한그는대학교졸업장을포기하고,여러희곡과오페라를연출,창작하며차츰독창적시각과경력을쌓아간다.
1940년대,스웨덴영화계에입문한베리만은영화감독알프셰베리(AlfSjoberg)와작업하며감독으로서의발판을마련하고,1940년대후반부터자신이연출한작품을꾸준히발표한다.1955년,영화「한여름밤의미소(Sommarnattensleende)」가칸영화제에서주목받으며처음으로세계적성공을거둔다.1957년,영화「제7의봉인(Detsjundeinseglet)」과「산딸기(Smultronstallet)」를잇따라발표하며국제적명성을얻고,비로소전세계영화팬의관심을사로잡는다.1960년,신앙과신을주제로연출한「창문을통해어렴풋이(SasomienSpegel)」(1961),「겨울빛(Nattvardsgasterna)」(1962),「침묵(Tystnaden)」(1963),이른바‘3부작영화’를비롯해「처녀의샘(Jungfrukallan)」(1960)과「페르소나(Persona)」(1966)역시이시기를대표하는작품이다.그뒤로그는끊임없이새로운시도를선보이며인간의고독과사랑,종교,도덕을작품의주제로삼아,자기만의심리학적통찰과시각적미학을한층심화해간다.그밖에도베리만은60여편의영화와170여편의연극을연출하며왕성한창작활동을이어간다.잉그리드버그만과리브울만이주연한「가을소나타(Hostsonaten)」(1978),스스로마지막영화라고선언한「화니와알렉산더(FannyochAlexander)」(1982)에이르기까지그의작품은영화문법을혁신하고실험적으로재구성하였을뿐아니라,영화예술의지평을확장했다고평가받는다.
특히인물의심리적깊이,이미지의아름다움과신비를포착하는데놀라운재능을보인베리만은수많은국제영화제를석권하고,미국아카데미영화제에서도외국어영화상을세차례나수상하며스웨덴영화의위상을드높였다.오늘날까지“영화에형이상학을도입한최초의감독”이라고칭송받는잉마르베리만은,스탠리큐브릭,페데리코펠리니,에릭로메르,프랜시스포드코폴라,우디앨런,페드로알모도바르등무수히많은영화인들에게영감을불어넣으며전세계사람들로부터큰사랑을받고있다.20세기영화사에서가장영향력있는감독이자극작가로손꼽히는그는2007년7월30일,89세의나이로영면하고,현재스웨덴의작은섬포뢰에안장돼있다.

역자:신견식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언어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다.15개이상의외국어를해독하는어도락가(語道樂家)로,여러언어의맛을보는삶을즐기고있다.지은책으로는『언어의우주에서유쾌하게항해하는법』,『콩글리시찬가』가있으며,『세계의말들』,『여우의자전거』,『엄마가체포되었어요』,『박사는고양이기분을몰라』,『언어공부』,『파리덫』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문_J.M.G.르클레지오(노벨문학상수상자)
환등기
해설_얀홀름베리(잉마르베리만재단대표)

출판사 서평

세기의위대한거장,잉마르베리만.-이경미(영화감독)
“잉마르베리만은『환등기』를통해자신의영혼을폭로하였다.”-《뉴욕타임스》

“『환등기』는베리만의영화처럼그의내밀한통찰력으로넘쳐나는작품이다.”-《뉴리퍼블릭》

“이책은단순한자서전이아니다.『환등기』는한시대의예술적의식을대변하는심오한고백이다.”-《르몽드》
“우리시대의가장위대한영화감독.”-스탠리큐브릭
“잉마르베리만은신의경지에다다른예술가다.”-안드레이타르콥스키
“잉마르베리만의작품은늘나에게신비로운경이와영감을선사한다.”-프랑수아트뤼포
“잉마르베리만은인간의무의식과심연을제대로통찰할줄알았던희귀한영화감독이다.”-데이비드린치

세계주요영화제를석권하고,20세기최고의예술가로손꼽히며,스탠리큐브릭,장뤼크고다르,마틴스코세이지,데이비드린치,우디앨런,라스폰트리에뿐아니라우리나라의이창동,홍상수,박찬욱감독에게도커다란영감을주고현저한영향을끼친‘영화감독들의영화감독’잉마르베리만의자서전,『환등기』가마침내스웨덴어판정본번역을통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

잉마르베리만은「제7의봉인」과「산딸기」,「페르소나」와「화니와알렉산더」에이르기까지이미고전을넘어전설이된수많은작품을연출한스웨덴의영화감독이다.심오하고상징적이며대담할정도로실험적인그의작품들은항상논란을불러일으켰고,관객은물론,전세계영화계인사들에게도경이와카타르시스를선사했다.그렇다면20세기의영화문법을혁신하고새로운지평을열어젖힌잉마르베리만의예술적원천은어디에뿌리내리고있고,또그의삶과작품이면엔과연무엇이도사리고있을까?

만년에이른잉마르베리만은한평생쥐고있던메가폰을내려놓고은막에서물러나,인생이라는기나긴여정을마무리하기위해스웨덴의작은섬,포뢰에정착한다.비록영화계를떠났음에도그의창작욕은여전히이글거렸고,이번에는필름이아닌종이위에자신의예술세계를펼쳐보이기로마음먹는다.베리만은친한출판사인사에게이제‘자서전’을쓰겠노라선언하고,(한평생글재주가없다고이야기해왔음에도)무려900쪽을넘어서는방대한분량의‘초고’를완성해낸다.그리고구구절절한촬영물을편집하듯여러부분을잘라내고이어붙인끝에,비로소우리가아는『환등기』가세상의빛을보게된다.영화계거장의‘자서전’속엔도대체무슨이야기가담겨있을까?좋은작품을만드는방법,엄청난찬사와성공에대한기억,훌륭한영화감독이갖춰야할미덕?그러나『환등기』엔으레‘자서전’이라하면시간의흐름에따라열거되어있을법한내용이거의없다.물론,충분히납득할만한자기자랑이아주조금씩,이곳저곳에산재되어있긴하지만그것은단지일생을돌아보기위해거쳐가야하는변죽일따름이다.

잉마르베리만재단의대표,얀홀름베리의「해설」에서엿볼수있듯이,『환등기』는사실과허구의경계를자유로이넘나드는,시간의흐름마저무시한채과거와현재를소란스럽게오가는,인생이라는주제의한바탕잔치다.목사집안의둘째아들로태어난잉마르베리만의어린삶은,서슴없이매질할만큼엄한아버지와(회피적인성격을지닌)목사의아내라는과중한지위에짓눌려우울증을앓던어머니,죽이고싶을정도로얄밉지만그만큼가엾은형과누이,그를성숙한인격으로이끌어준할머니,짓궂은친구들에게둘러싸인채성년으로나아간다.뒤이어베리만은성적으로각성한계기와스트린드베리에대한열렬한숭배,연극판에서벌어진온갖푸닥거리를들려주다가돌연자신의외도,결혼의파탄,경제적곤궁,심지어(어린시절에교환학생자격으로방문했을뿐이지만)과장스러울만큼고해적인나치독일에매료되었던사건등을거침없이쏟아낸다.또한극장대표로서겪은고충과탈세라는누명을뒤집어쓰고잠자코지내야했던울분의나날들역시현장감넘치게기록되어있다.이같은현실적인일화들이불쑥나타나는와중에,베리만의기억은영화제작이라는과업과맞물리며끊임없이요동친다.첫사랑,첫경험,전쟁,사랑의도피,아버지와호숫가에서미역을감던일,어머니의쓸쓸한뒷모습,바보삼촌의천진한모습과황망한죽음,여름휴가,빛으로일렁이던파도.그리하여마침내베리만은예술가의운명을직감한최초의순간으로되돌아간다.바로,애당초형이선물받았지만꾀를부려겨우얻어낸‘환등기’의마술같은영상을도화지같은벽면에처음비춰보았던그날의기억,기계의온기,장롱의냄새속으로말이다.어쩌면인생이란,잉마르베리만이이자서전을통해통찰하였듯,꿈같은이미지의축제,환등기처럼아름답게돌고도는영화인지도모른다.

그밖에도흥미로운일화들이여럿담겨있다.세계적인스타,잉그리드버그만과「가을소나타」를촬영하던도중에따귀를얻어맞은일,할리우드의화려하지만공허한영화계에질려버린일,「페르소나」의촬영장소를섭외할적에(적은예산탓에)애먹은일,리브울만을만나사랑에빠진일,카라얀의놀라운예술혼과명배우로런스올리비에의몽니,마를레네디트리히의미모,지난시대의영화와연극에관한신랄하고유머러스한평가,그리고자신의오판과그로인한어마어마한실패들.‘영화감독’잉마르베리만을사랑하는이들에겐이렇듯범상하지않은트리비아가몹시매력적으로다가올것이다.물론,(사실이라단정할수는없지만)진실로엮어낸이거대한인물의일생,즉『환등기』를읽는일은누구에게나저마다의깨달음과,그간잊고지내온추억의부활을선사해줄터다.이독서가마법이아니라면달리무엇이마법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