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특별판 | 양장본 Hardcover)

급류 (특별판 | 양장본 Hardcover)

$14.26
Description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헝클어진 거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정대건 장편소설 『급류』 사랑의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2022년 12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급류』의 20만 부 돌파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판이다. 『급류』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설 속 주인공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 주는 듯한 이진주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에 실었다.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물속 깊이, 수초 사이사이, 가라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작은 틈 하나, 그 틈으로 들어오는 물방울 하나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은 침잠했다기보다 함께 만든 참호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간일로부터 2년이 지난 책은 통상 ‘구간’으로 분류된다. 구간이란 새롭게 발간된 책을 뜻하는 신간(新刊)의 반대말이다. 특별한 신간이 평범한 구간이 되어 가거나 때로는 갈수록 더 눈에 띄는 구간, 즉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건 흔하거나 곧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구간으로 분류되어 ‘흘러간 책’이 재등장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경쟁적 출판의 세계에서 비교적 신인에 해당하는 작가의 구간이 사실상 전적으로 독자들의 선택과 지지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란 없는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드문 일, 한마디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무엇이 독자들의 심중을 그토록 깊이 파고든 걸까. 『급류』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소설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렸음을 고백한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눈물로 읽었다 말하고, 누군가는 이 소설이 우리 세대의 『노르웨이의 숲』 과 같았다는 말로 뜨거웠지만 공허했던 청춘의 한때를 회상했노라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하고, 그중에는 자신의 오랜 상처와 비로소 대면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 독자도 있다. 눈물로, 청춘의 방황으로, 위로와 용기로, 화해의 손길로 읽게 되는 소설. 독자들은 실로 다양한 반응으로 『급류』를 기억하고 있다.

『급류』는 10대의 산뜻하고 풋풋한 첫사랑으로 문을 열어 20대의 불안하고 황폐한 방황을 지나 30대의 성숙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소설의 물리적 분량에 비해 제법 긴 시간을 다룬다. 10대의 소년과 소녀가 30대의 성인이 되는 동안 『급류』의 서사는 수면에서 시작해 심해까지 내려갔다 다시 물 밖으로 올라오는 잠수의 경로를 따른다. 그 과정에서 핑크빛 로맨스는 잿빛 트라우마가 됐다 심오한 빛깔을 띠는 원석이 된다. 수심(水深)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깊이에서 살아가는 생물종이 달라지듯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장르도 변해 간다. 때로는 스릴러처럼 미스테리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고, 때로는 청춘물처럼 과잉되거나 위축된 심리적 갈등 속에서 침잠하며, 마침내 지난 얼룩들과 화해하며 확신과 용기를 얻는다.

방황하는 가운데 서로의 존재 안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을 보며 우리는 지난 시절의 실패와 상처, 외로움과 고립의 시간을 마주한다. 우리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삶의 난관에 부딪치면서도 끝내 소중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상처에서 사랑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급류』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충분히 맞는 말이지만, 상처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한층 더 맞는 말이다. 사랑의 시작은 빠진다라는 수동적 동사와 함께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모든 순간 속에서 사랑은 그것을 지켜 가겠다는 능동적 의지의 동사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사랑은 언제나 순간순간 살아 있는 선택 속에 있다.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헝클어졌을 뿐이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이것은 『급류』에서 독자들이 읽어 내고 찾아낸 사랑의 은유이자 작가가 『급류』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인생의 은유일 것이다. 헝클어진 매듭을 잘라내지 않고 다시 풀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 그 정성에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 상처로 말미암아 더 깊은 사랑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작가가 희망을 한 편의 서사로 보여 주면 그 서사는 독자들 마음속에서 살아남아 세상에 실재하는 이야기가 된다. 희망은 꼭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둥근 어깨를 닮았다. 그 안에 동그랗게 패인 자그마한 참호를 닮았다. 급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러나 급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랑은 사람을 구조한다. 『급류』의 인기가 그 증거다.
저자

정대건

저자:정대건
2020년한경신춘문예에장편소설『GV빌런고태경』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GV빌런고태경』『아이틴더유』『부오니시모,나폴리』와에세이『나의파란,나폴리』가있다.

목차

작가의말5
1부11
2부77
3부189
4부277
사랑의에디션을펴내며299

출판사 서평

줄거리

열여덟.그들은그날그밤의사건을덮어둔채,가족의손에이끌려작별하게된다.사랑하는사람들을한번에잃게된악몽같은순간을매일복기하며서로다른성격으로,다른마음가짐으로그날이후의시간을보내게된다.사랑하는가족이남긴거대한물음표를지닌채사랑을믿지못하게되거나,혹은더이상사랑하는사람을잃을수없다는생각에죄책감을품고죄인처럼살아가는것이다.스물하나.시간이흘러두사람이우연히재회했을때,도담과해솔의상처는아직아물지못한채다.기적적으로다시만나연인이되지만이들의관계는절뚝거리고위태로워보인다.그들은이사랑이죄책감때문인지진짜사랑인지혼란스러워하며,지난불행을잊기위해이번에는반드시행복해져야한다는강박에시달리고,서로의얼굴을보면진평에서의그날이떠올라서로를똑바로보지못한다.소설은같은트라우마를지닌채헤어졌다가다시만난도담과해솔이같은상처를어떻게다르게지나가는지,어떻게다시한번서로를사랑으로선택하는지를그려낸다.충격적이지만보편적인사랑이야기이자,애틋한사랑이야기인동시에낭만적이기만하지는않은복잡하고깊은물같은이야기다.

책속에서

도담은한소년과자꾸만눈이마주쳤다.진평강에열을식히러온사람들사이에서한눈에도담의눈길을끄는소년이있었다.낯선얼굴.하얀피부에잡티도없이매끈한몸.세상의모든것에호기심을품은듯한크고맑은눈동자.도담은소년을빤히바라봤다.시선을느꼈는지소년도도담을물끄러미건너다봤다.무안해진도담은뭘보냐는듯눈썹을치켜올렸다.눈싸움에서진소년은도망치듯물로들어가버렸다.(19쪽)

해솔도도담을따라물속에들어갔다.계곡물은얼음장처럼차가웠다.정말수면에서몸이빨려들어가는듯한소용돌이를느꼈다.잠수해있는도담을향해3미터쯤되는용소바닥까지내려갔다.해솔은너도빨려들어가는기운을느꼈냐는듯눈을크게뜨고도담을봤다.고개를끄덕이며도담이웃었다.해솔도웃었다.세상에둘만있는것처럼느껴졌다.(……)해솔은아직까지한번도닿아보지않은도담의입술에입을맞추고싶었다.해솔이가까이다가가자도담이손을뻗었다.둘은물속에서잠시손깍지를꼈다.(37쪽)

도담이코웃음쳤다.누군가는사랑이교통사고같은거라고했다.그래,교통사고낼수도있다치자.그런데책임도안지고벌도안받으면그건뺑소니잖아.가족을속이고상처입히는게사랑이라면도담은사랑을인정할수없었다.온힘을다해서찌그러트리고싶었다.(67쪽)

해솔의시계는멈춰버렸다.기계처럼수업에출석하고암기를하고시험을보고학점을채우며아무것도느끼지못하는동안에도세상은흘러갔다.젊음으로가득한캠퍼스에서해솔은매일죽음에대해생각했고이미아주늙어버린기분이었다.강의하는노교수보다도더.죽음을망각하고영원히살것처럼구는게젊은이들의특권이라면해솔은젊음을잃어버렸다.(111쪽)

선화는해솔의불안을끌어안을수없어떠났다고했다.도담은불안이익숙했다.어쩌면도담은해솔과운명처럼얽힌그불안자체를사랑하는것인지도몰랐다.(283쪽)

그때깨달았어.사랑한다는말은과거형은힘이없고언제나현재형이어야한다는걸.(2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