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근본주의자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14.00
Description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라 믿었다
■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사랑에 빠진 파키스탄 청년, 9.11을 목격하다

파키스탄 출신의 0.01% 수재 청년 찬게즈는 우수한 성적으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의 한 회사에 채용된다.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라’라는 슬로건처럼 기업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이 회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그는 ‘미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 부족함 없는 삶을 만끽한다. 또 아름답고 부유한 여성 에리카와 관계가 깊어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맨해튼 최상류층의 삶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찬게즈는 텔레비전을 통해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본다. 충격에 빠진 동료들 사이에서 같이 괴로워하는 시늉을 하지만, 내심 그는 “누군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기묘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날 이후, 공항 입국장에서 쏟아지는 질문을 마주하며, 하루아침에 달라진 공기를 실감한다.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죠?”
“나는 여기 살아요.”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에요.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냐고요?”
저자

모신하미드

저자:모신하미드MohsinHamid
1971년파키스탄에서태어났다.대학교수였던아버지와함께어린시절을미국에서보내고9세때라호르로돌아와라호르미국인학교에서공부했다.학업을계속하기위해18세때다시미국으로건너가프린스턴대학교에서토니모리슨과조이스캐럴오츠라는두거장이가르치는창작수업을들으며작가의꿈을키웠다.1993년프린스턴대학교를졸업한후파키스탄으로돌아가잠깐일을했으나곧이어하버드대학교법률전문대학원에서기업법을공부했고,졸업한후에는뉴욕의매킨시앤드컴퍼니에서경영컨설턴트로일했다.2000년첫번째소설『나방연기(MothSmoke)』를출간했다.한남자가가장친한친구의아내와사랑에빠지는이야기를다룬이작품은헤밍웨이상후보에올랐다.이를계기로하미드는회사를그만두고본격적인소설가의길로들어섰다.9·11을배경으로한파키스탄청년의이야기를다룬두번째소설인『주저하는근본주의자』는세계적인베스트셀러가되며《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순위에이름을올렸고영화로제작되어2012년베니스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되었다.이후『신흥아시아에서부호가되는법(HowtoGetFilthyRichinRisingAsia)』,『서구로가다(ExitWest)』,『마지막백인(TheLastWhiteMan)』등을출간했고이중『주저하는근본주의자』와이민자의삶을다룬『서구로가다』는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역자:왕은철
영문학자이자번역가이며《현대문학》을통해등단한문학평론가.전북대학교영문학과석좌교수를역임했다.유영번역상,전숙희문학상,한국영어영문학회학술상,생명의신비상,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번역가상,전북대학술상,전북대동문대상등을수상했다.『애도예찬』,『트라우마와문학,그침묵의소리들』,『환대예찬』,『타자의정치학과문학』,『따뜻함을찾아서』등의저서를펴냈고『추락』,『피의꽃잎들』,『거짓의날들』,『연을쫓는아이』,『집으로날아가다』등오십여권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주저하는근본주의자7

옮긴이의말177

출판사 서평

전세계100만부이상판매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부커상최종후보

명확하고불편한진실을마주한소설.-《뉴요커》
개인적이면서도세계적인이슈가결합된완성도높은이야기.견고하고,침착하고,아름답다.-《북리스트》
현대파키스탄을엿볼수있는드문창이다.V.S.나이폴과살만루슈디를떠올리게한다.-《시카고트리뷴》

누가진짜근본주의자인가?그는왜주저하는가?
-제목에담긴중의적인의미

찬게즈는소설의배경이되는‘9.11테러’이후,인종과피부색때문에어딜가든‘이슬람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라고의심받는다.테러이전에는지하철을타면사람들과자연스럽게섞이는기분을느꼈지만이제는모르는사람들로부터이유없이욕설을듣기일쑤고심각한수준의위협을받기도한다.뉴욕한복판에있는그의회사에서의상황도별반다르지않다.찬게즈는자신에게대놓고질문하는사람은없지만동료들과의관계가전과같지않다는것을직감한다.이때‘주저한다(reluctant)’는의미는찬게즈스스로내키지않음에도‘이슬람근본주의자’로취급되고어쩔수없이떠밀리는상황을보여준다.
한편기업가치를평가하는이회사의사훈은‘근본적인것에집중하라’.이때‘근본’은자본주의원칙을의미한다.이들은오로지수익성만을추구하면서세계여러지역의사업들을‘효율성’이라는기준아래재편해간다.이과정에서누군가는한순간에일자리를잃는일들이반복되지만이것은이회사의관심사가아니다.찬게즈는미국의자본주의의핵심을본뜬듯한회사의철학에동조하고,성공가도를달린다.하지만시간이지나면서이시스템이비윤리적이고파괴적이라는의심을품게된다.그러니까윤리적인고민없는자본주의역시하나의근본주의인셈이다.이때그가‘주저하는’것은자본주의적근본주의에물들어있으면서도과연이것이옳은가,하고의심하는순간의‘위화감’을드러낸다.

위태롭고안타까운러브스토리,혹은긴장감넘치는스릴러,혹은알레고리소설

이소설이특별한점은,자칫무거워질수도있었을민감한정치주제를문학적으로훌륭하게풀어냈다는점이다.거기에큰역할을하는것이바로찬게즈의사랑이야기다.모신하미드는정치적주제와사랑이야기를하나로묶어자연스럽게녹여냈다.프린스턴에진학해이제막새로운삶에대한꿈에부푼찬게즈에게있어,미국여성에리카는아메리칸드림자체라고할수있다.

그런데찬게즈와에리카의사랑은순탄하지않다.에리카에게는잊지못하는첫사랑이있고,그첫사랑은에리카를고립속으로몰고간다.쉽사리마음을열지못하는연인에게9.11은위기로다가온다.위태롭고도은밀한사랑이야기는때로는안타깝게,때로는아찔하게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는다.

러브스토리에더해이소설은또하나,‘스릴러’의외피를입었다.어둑어둑해질무렵라호르의옛시가지,한파키스탄청년과미국인남자가식당에나란히앉아이야기를나눈다.하지만이미국인이누구인지,무엇을하는사람인지그누구도알수없으며,그의목소리는단한번도등장하지않는다.다만웨이터와지나가는사람들을지나치게경계하는태도,안주머니속에서불룩솟은,마치권총과도흡사한실루엣과함께하늘을날아다니는“스키피”한박쥐무리까지,어딘지음울하고아슬아슬한분위기가작품전반을휘감는다.

찬게즈의이야기가언제어떻게끝날지독자들은알수없고,찬게즈와이미국인이결국어떤선택을할지는더욱알수없다.다만숨죽이며찬게즈의목소리를따라갈뿐이다.

마지막으로,이작품은“필연적으로”알레고리소설이다.프레더릭제임슨은“제3세계의텍스트는필연적으로알레고리적이며,국가적인알레고리로읽”히는데그이유가“사적이고개인적인운명에관한이야기가늘제3세계의공적인문화및사회의절박한상황에대한알레고리”기능을하기때문이라고말했다.

에리카(Erika)라는이름은‘아메리카(America)’를연상시키고찬게즈(Changez)라는이름또한숨은뜻이있다.하미드는인터뷰를통해주인공의이름을‘칭기즈칸(ChingizKhan)’에서따왔다고했다.그는그이름을통해주인공의‘전사’이미지를부각하고싶었다고했다.외래어표기법에따라‘찬게즈’라고표기하게되었지만그의이름은챙기즈,챈기즈,칭기스로도발음될수있으며또한그의이름철자는‘변화’를의미하는‘체인지(change)’도연상시킨다.

여기서중요한것은,정치소설로읽든,스릴러소설로읽든,혹은러브스토리로읽든,『주저하는근본주의자』는재미있으며,읽을가치가있는작품이라는사실이다.또한모신하미드는이작품을통해전세계에그의이름을알리며일약베스트셀러작가로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