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소설 (양장본 Hardcover)

환상소설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환상소설은 어떤 색채일까?
전쟁과 가족사를 겪은 노작가가 쓴 환상적인 이야기
헤르만 헤세가 쓴 환상적인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 『환상소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헤르만 헤세의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한층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는 이야기 열한 편이 실려 있다. 아울러 자연의 이미지를 의인화하여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회화, 설치 등으로 작업화하는 장종완 작가가, 헤세의 『환상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 이미지 7점을 수록하여 화보로 구성하였다. 민음사는 1900년부터 1951년까지의 기간에 쓰인, ‘환상적이고 놀라운 사건을 시공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지어낸 이야기’를 뜻하는 『환상동화(Märchen)』와 보다 깊은 통찰과 경험을 담고 있으면서도 읽는 이를 사로잡는 마력은 동화의 매력에 진배없는 『환상소설(Erzählung)』 2종을 함께 출간하여 헤세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정한 ‘환상’의 의미, 헤세 특유의 사상과 미학과 해학을 전달하고자 했다. 헤세는 인생의 만년에 동화를 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화합할 길을 찾아내려고 했다. “나 자신의 삶이 동화처럼 보인다.”라는 헤세의 말처럼, 헤세의 동화에는 사랑과 자유, 꿈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형제의 동화와 『천일야화』에 빠졌던 헤세에게,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낭만주의 작품들은 그를 ‘마술적 환상’으로 안내하는 입구가 되었다. 1925년에 쓴 「짧은 이력서」에서 헤세는 이러한 사고의 전환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고백하거니와, 나 자신의 삶이 바로 동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과 화합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
이러한 연관성을 나는 마술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 헤르만 헤세
저자

헤르만헤세

1877년독일남부칼브에서선교사의아들로태어났다.어린시절시인이되고자수도원학교에서도망친뒤시계공장과서점에서수습사원으로일했으며,열다섯살때자살을기도해
정신병원에입원하는등질풍노도의청소년기를보냈다.이십대초부터작품활동을시작하여『페터카멘친트』,『수레바퀴아래서』,『인도에서』,『크눌프』등을발표했다.스위스몬타뇰라로이사한1919년을전후로헤세는개인적인삶에서커다란위기를겪고,이로인해그의작품세계도전환점을맞이한다.술과여인,그림을사랑한어느열정적인화가의마지막여름을그린『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과『데미안』이바로이시기를대표하는작품들이다.헤세는이작품들과더불어소위‘내면으로가는길’을추구하기시작했다.헤세가그림과인연을맺은것도이무렵이며,이후그림은음악과더불어헤세의평생지기가되었다.그는이어
『싯다르타』,『황야의이리』,『나르치스와골드문트』,『동방순례』,『유리알유희』등전세계독자들을매료하는작품들을발표했고,1946년에『유리알유희』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1962년8월,제2의고향인스위스의몬타뇰라에서영면했다.

목차

#룰루21
#사랑에빠진젊은이80
#세그루의보리수88
#신들의꿈94
#전쟁이두해더계속된다면100
#남쪽의낯선도시112
#마사게타이족의나라에서120
#밤의유희들127
#노르말리아로부터의보고137
#성탄절과두어린이의이야기155
#까마귀166

작품해설_헤세문학의환상성177
작가연보187

출판사 서평

“당신도알다시피전쟁입니다.
법칙을만들고희생을치르는것도
바로그것을위해서입니다.
전쟁은그런겁니다.”
_「전쟁이두해더계속된다면」중에서

『데미안』을쓴헤르만헤세가들려주는환상소설
꿈과사랑,자유와내적성장을향한마술적여정
장종완작가의환상적인일러스트화보수록!

▶이상적인사회를추구하는마술적환상

『데미안』등의작품을통해익히알려져있듯,억압적이고구속적인생활을이기지못하고신학교를뛰쳐나왔던헤세는1895년부터튀빙겐의서점에서점원으로일하게된다.그리고바로이때노발리스,티크,E.T.A.호프만등의독일낭만주의문학작품들을탐독한다.이미어린시절부터그림형제의동화와『천일야화』에빠졌던헤세에게,현실과환상의세계를넘나드는낭만주의작품들은그를‘마술적환상’으로안내하는입구가되었다.특히이후1차세계대전당시전쟁에반대하는글을발표했다가매국노,변절자로매도당하고,막내아들이중병에걸리고아버지는세상을뜨고아내는정신병원에입원하면서정신적으로나경제적으로극심한어려움에처했을때,헤세는자신의환상속에서위안을얻었고나아가이상적인세계를꿈꾸었다.따라서헤세의환상동화,환상소설에작가자신의개인사에서비롯된가치관이고스란히녹아들어있는것은자연스러운일이다.그는동화를집필함으로써자신에게닥친어려움을극복했다.헤세가자서전에썼던바“나자신의삶이동화처럼보인다.”라는말은,그가동화를씀으로써노이로제를극복하고세상과화합할수있었음을보여준다.『환상동화집』에포함되지않았다가이번에처음소개되는이들열한개의작품들에는전쟁의광포함이불어닥치던시대군국주의와획일적인사고관에대한비판과더불어이상적인사회에대한소망이그려져있으며,또한인간적인가치인사랑과자유,꿈에대한마술적인이야기들이포함되어있다.


▶“사랑은미움보다크고,이해는노염보다높으며,평화는전쟁보다고귀하다.”
인간적인가치의구현,인습적인가치의배격

동화에대한헤세의애정은어린시절부터각별했다.그는열살무렵에벌써「두형제」라는짤막한동화를쓴적이있다.(이작품은『환상동화집』에실려있다.)짧지만형제간의아름다운우애를그린이작품에서도볼수있듯,헤세의동화들은모두-그림형제의동화에서영향을받아-교훈적인메시지를전달한다.훗날헤세가쓴환상동화의원조라할수있는「룰루」(1900)는헤세가튀빙겐에서지낼적사랑에빠졌던체험이투영된작품으로,현실과환상이라는두가지세계가공존하는독일낭만주의동화의특성을두드러지게보인다.튀빙겐의서점에서점원으로일하게된헤세는10대시절의정신적방황을끝내고안정기에들어갔으며,이때‘소동인(petitcénacle)’이라는동아리를만들고몇몇문학청년들과사귀기시작했다.이중편은이친구들과함께알프스산등성이의도시키르히하임에서지낼때의체험을바탕으로쓰였다.그곳에서헤세는여관주인의조카딸을사랑하게됐던것이다.이작품에는그시절의친구였던루트비히핑크가‘우겔’이라는이름으로등장하며헤세는‘라우셔’로,헤세가사랑했던여인은‘룰루’로나온다.룰루가사라진왕국아스크의공주릴리아의현신으로그려지고,또한갑자기나타났다연기처럼사라지는마술사같은인물‘드레디훔’이나오는등이작품에는환상과현실의세계가조화롭게버무려져있다.단조로운일상적삶과현실의커튼뒤에존재하는경이로운세계가동시에나타나지만,인물도세계도종국에는둘이아니라하나다.이는E.T.A.호프만과같은낭만주의작가들에게서자주볼수있는특징이다.

「전쟁이두해더계속된다면」,「마사게타이족의나라에서」,「노르말리아로부터의보고」는전쟁의광포함을옹호하는국수주의와획일적인사고가지배하고있던당대의독일을가공의시공에빗대희화화하고있다.서류와문서가판을치고신분증없이는거리를거닐수도마음대로죽을수도없는전시체제를그린「전쟁이」(1917)는전쟁에서비롯된위기상황을냉소적으로비판하고있다.「마사게타이족」(1927)역시마찬가지맥락에서쇼비니즘과패권주의가팽배하던독일사회를패러디하고있다.또한「노르말리아」(1948)에서도조직사회의경직성에대한풍자를다시한번만날수있다.노르말리아(노르말:‘정상적인’)사회에서살기위해서는누구나조합에가입해야한다.그런데이사회에는‘시인조합’이없어시인인화자는‘재단사조합’에가입해가까스로사회에편입하게된다.그러나거창한가입식후에는당국자들도화자를알아보지못하고화자에게알아보기를요구하지않는웃지못할상황에벌어진다.「남쪽의낯선도시」(1925)는“어딜가도똑같은도시,똑같은호수,똑같은부두,그림처럼재미난옛마을”뿐인‘현대정신의익살과실용성’을꼬집는소설이다.이들작품은1차세계대전당시독일에서창작동화가속속발표되던시대적흐름의연장선상에서읽을수있다.주로표현주의적인경향을띠던창작동화들은구질서가붕괴된혼돈적상태로부터보다이상적인사회가실현되기를바라는희망을담고있었다.따라서헤세가동화라는장르를인간과세계의개선에대한소망의표현으로이용한것역시시대의문학적방향을반영한것이었다.우리나라에서는헤세라는작가의문학세계를자아의탐색이라는,일견내면적이고개인적인체험의산물로제한해수용하는경향이강하다.그러나이들작품에서도알수있듯,헤세가추구한것은자아의탐색인동시에인간적인가치의구현,인습적인가치의배격이었다.

이에비해「사랑에빠진젊은이」나「세그루의보리수」등순수한창작동화도있다.「사랑에」는속세의사랑을초월하는깊은신앙심을,「세그루」는죽음도두려워하지않는형제간의우애를주제로삼고있다.그런가하면「신들의꿈」이나「밤의유희들」처럼헤세자신이꾸었던꿈을기록한작품도있다.「성탄절과두어린이의이야기」(1950)에서는헤세가열살때썼다던동화「두형제」를다시한번만날수있다.제목의‘두어린이’는열살짜리손자질버와63년전의열살짜리헤세자신이다.성탄절날질버는할아버지헤세에게자신이쓴글을선물로주고,그것을읽은일흔세살의노작가헤세는깊은감회에젖는다.마지막작품「까마귀」(1915)는짤막한소품이지만,헤세의글쓰기솜씨가유감없이발휘된글이다.까마귀한마리가사람들이사는도시를활보하고,이를본사람들은그의재롱에신기해하며찬사를보낸다.그러나헤세가보기에그까마귀(야콥이라는이름까지갖고있다!)는엉뚱한천재적기질때문에종족에게서추방당한아웃사이더다.“자유와야성에서벗어나인간의문명세계속으로빠져든”그까마귀가인간들에게는“인간의친구이자인간을멸시하는자,무대위의모놀로그예술가,미지의이국에서온전령사”로보인다.그러나정작까마귀는곡예사나어릿광대를구경하듯“주위에빽빽이둘러서서경탄하고감동하고웃어대는거인들”의모습을즐기는것처럼보인다.
“저는당신이당신의영혼속에서뭔가중요하고신성한것을잃어버리고잊어버렸다고믿어요.당신은행복을찾기전에우선그것을다시일깨워야해요.”

사회비판적인메시지를전할때건단순히꿈속의장면을묘사할때건헤세가그리는세계는현실저너머에감춰져있을듯한공간이다.하지만우리가그공간속으로이끌린다해도현실에서완전히발을떼게되지는않는다.헤세의작품에서우리가바라보는세계는현실밖의환상의세계인동시에,환상을통해보다생생해지는현실의세계다.그래서우리는조직사회의경직성을비판하고,전쟁의폭력성을비난하며,현대문명의경박함과획일성을조소하는작품에서도,잃어버린유년기의꿈과마법같은사랑을그린작품에서도찬탄과공감을동시에경험하게된다.헤세에게마술적환상은“본성이위축되고거칠어지는것을막는장치”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