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12.00
Description
‘지금 이곳’에 꼭 필요한 책을 만나다!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총서 「쏜살 문고」.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우리가 익히 알지만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작가들의 눈부신 작품들을 만나본다.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는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세이 《독서에 관하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언어도, 사는 지역도 달랐으나 존 러스킨의 예술론, 취향과 삶의 방식 면면까지 고무되었던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기 나라에 러스킨의 메시지를 소개할 목적으로 《참깨와 백합》을 번역했고, 그때 옮긴이로서 붙인 서문이 《독서에 관하여》다. 이 책을 통해 존 러스킨의 ‘쓰여진 책’과 프루스트의 ‘읽히는 책’ 경험을 한 권으로 할 수 있다.
저자

마르셀프루스트

지은이:존러스킨(JohnRuskin)
예술평론가이자화가,사회개혁자였다.1839년옥스퍼드대학에입학한후열아홉살나이에『건축의시학』을연재하며비평을시작했다.이때부터그의예술비평은노동의보람을느끼면서공동체안에서조화롭게살아가는사회를원하는갈망을담고있었다.1843년『근대화가론』제1권을출간하면서19세기영국최고의예술비평가의길을걷게된다.1851년부터는라파엘전파를옹호하고이들을세상에알리기시작하며,특히존에버렛밀레이에게는직접창작방법론을지도하여예술계의창작자체를주도하였다.1850년대에는옥스퍼드대학교수로서도윌리엄모리스의예술공예운동등에직접적인영향을주었다.1860년대작인『근대화가론』을제5권으로완결하고,사회사상서인『나중에온이사람에게도』를발표하여영국의대표적인사회사상가가되었다.톨스토이,간디등수많은위인이그의사회사상에직접적인영향을받았다.1869년순수미술에서는최초로옥스퍼드대학의슬레이드예술석좌교수가되었고오스카와일드등을지도하면서많은후학을키웠다.1899년세워진러스킨대학은그의사회사상이담긴교육신념을그대로이어받은채지금도운영되고있다.  

지은이:마르셀프루스트(MarcelProust)
프루스트가『읽어버린시절을찾아서』의집필에착수한것은38세가되던1909년무렵이다.이때부터프루스트의전설적인생활이시작된다.그의오랜지병인천식은특히만년에더욱심해져서사람들을멀리한채코르크로밀폐한방안에서칩거하지않을수없게만들었다.
발자크의방대한『인간희극』이채무자들의위협속에서창조됐다고한다면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절을찾아서』라는정밀하고도거대한세계는천식의고통으로죽음과싸우는벼랑끝에서구축된것이라고할수있다.1912년제1권『스완댁쪽으로』를위시한소설의원고는모두1200여페이지에달했다.프루스트는그첫권의원고를출판하기위해몇몇출판사에보냈지만모두거절당했다.결국이책은자비를들여출간된다.부정적이던문단의평가는『스완댁쪽으로』가출간된후정반대로돌아선다.이소설의독창성은안목있는비평가들에의해당장에감지됐고당대문단의실력자앙드레지드가프루스트에게사과의편지를쓰게만들었다.출판사들은이제이첫권에뒤이은책의출판권을얻기위해애쓰는처지가된다.그러나1914년유럽은제1차세계대전에휩싸이고책의출간은중단됐다.처음에프루스트는『잃어버린시절을찾아서』를총3권(『스완댁쪽으로』,『피어나는소녀들의그늘에서』,『되찾은시간』)으로구상했지만전쟁으로인해출판이중단된기간동안퇴고에퇴고를거듭하는과정에서3권은7권으로늘어났다.1919년제2권『꽃피는처녀들의그늘에서』가출간되자이책은그토록소망하던문학적인성공과공쿠르상을안겨줬다.이듬해인1920년에『게르망뜨쪽』,1921년에『게르망뜨쪽2』,『소돔과고모라1』이출판됐다.프루스트는이뒤에도4권을더추가할예정이었다.
1922년연초에작가의가정부알바레의조카딸이본느가『갇힌여인』과『사라진여인』의원고를타자했고,초봄에프루스트는자신의소설원고말미에‘끝’이라고적었다.그러나천식이폐렴으로변해극도로쇠약해진그는그해11월17일밤소설속의작가베르고트가죽는장면의몇문장을받아쓰게하고나서18일정신착란상태에서‘검은옷을입은뚱뚱한여자’가보인다고말하며,결국자신의작품전체가출간되는것을보지못한채숨을거뒀다.
  

옮긴이:유정화
이화여자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목원대학교교수로재직한다.옮긴책으로는『무기여잘있거라』,『위대한개츠비』,『젠더란무엇인가』(공역)등이있다.주요관심사는현대영미시다.  

옮긴이:이봉지
서울대학교불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미국노스웨스턴대학에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배재대학교연극영화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서사학과페미니즘』이,옮긴책으로『수녀』,『쿠데타와공화정』이있고,『플로스강의물방앗간』,『폴리쾨르』등을공동번역하였다.
  

목차

옮긴이의말
참깨:왕들의보물
백합:여왕들의화원
독서에관하여

출판사 서평

우리들이잃어버린“열려라,참깨!”를찾아서

▶이것이저의최선입니다.이외에는저도다른사람과마찬가지로먹고마시고자고사랑하고미워하며살았습니다.제인생은사라질물거품같았으나이제는아닙니다.여기제가깨달은바가있습니다.제게기억될만한가치있는것이있다면바로이것입니다.”라고쓰겠지요.이런것이글입니다.저자나름의소박한인간적방식으로그의내면에있는진실한영감을총동원해서쓴그의기록이며비문(碑文)입니다.책이란바로이런겁니다.ㅡ존러스킨,「참깨:왕들의보물」에서

▶우리에게좋은친구를선택하려는의지와통찰력이있다하더라도실제로그런친구를선택할힘이있는사람은얼마나될까요!대다수에게선택의영역은또얼마나좁은지요!(......)언제라도우리가원하는만큼길게대화를나눠줄사람들이대기합니다.최고로엄선된언어로말하며우리가경청하면우리에게감사할사람들입니다.이들은소박하게장식된협소한대기실인서가를떠나지않고참을성있게머뭅니다.ㅡ존러스킨,「참깨:왕들의보물」에서

영국굴지의사상가이자사회운동가존러스킨에게‘책'은소중했다.곧사라질형편없는책을논외로하고도,그는좋은책중에서곧사라지는좋은책을기어이거두어냈다.지식을전달하는유익한책,지각있는친구의말처럼유쾌한여행담,재치있는토론,소설형식의가슴아픈이야기들을아까워도솎아내고,그제서야남은오래두고볼좋은책의가치를그는역설한다.「참깨:왕들의보물」은잠재적독자로하여금“열려라,참깨!”라는주문을외쳐보기를권한다.목소리를증폭하기위해서가아니라목소리를보존할목적으로쓰인책,작가내면의진실한영감을총동원해서그러모은한사람의비문(碑文)같은책이건네는호의와교훈을거절할이유는없을것이다.

▶셰익스피어의희곡엔남자주인공은없고주로여자주인공만있다는사실을우선주목해주십시오.전적으로영웅적인남성인물은단한명도없습니다.셰익스피어가노고를기울여쓴완벽한극에서는영웅을찾아볼수가없습니다.(......)반면변함없이진지한희망을품고목적하는바가흠이없는완벽한여성이등장하지않는극은거의없습니다.코딜리아,데즈디모나,이저벨라,헤르미오네,이모젠,캐서린여왕,퍼디타,실비아,비올라,로절린드,헬레나그리고마지막으로아마도가장사랑스러운인물인버질리아까지이모든여성들에게서는결함을찾을수가없습니다.이들은인류의가장고결한유형의영웅으로그려집니다.(......)모든극의재앙은언제나남성의어리석음이나잘못에의해일어난다는점을관찰해봅시다.

▶최근에감각에대한비난의소리를많이들었습니다.필요한것은감각을덜느끼는게아니라더많이느끼는거예요.이사람을저사람보다고상하게만들고,이동물을저동물보다괜찮은동물로만드는차이점은바로어느쪽이더많이느낄수있느냐입니다.우리가해면이라면감각을쉽게느끼기어려울겁니다.언제라도삽날에몸뚱이가두동강날수있는지렁이라면지나치게감각적인것이좋지않을수도있겠죠.그러나인간이기에감각은좋은것입니다.ㅡ존러스킨,「참깨:왕들의보물」에서

한편「백합:여왕들의화원」에서러스킨은당시의소외된여성교육을독려하는데,이때근거로삼는출처역시책이다.윌리엄셰익스피어와월터스콧의문학을독파하며남자영웅의부재,여자주인공의지혜와미덕을도출해내는데서고전의독서가사회적감각의회복제이자개인의행동지침이될수있다는오랜가치를입증해준다.독서로써무감동을벗어나감정의동요를경험하고공감을회복하자는러스킨의고루할정도로순박한제안은가치중립적인텍스트의물량에압도당하기바쁜21세기우리들에게깊은울림으로다가온다.

인생의선후배혹은작가와독자가만나벌이는
책을둘러싼즐거운말다툼


▶독서는우리삶에유익하다.그러나만일정신의개인적삶에눈을뜨게해주는대신그삶을대치하려한다면독서는위험해진다.즉진리가성숙된사고와감성의노력에바탕해야만실현가능한하나의이상이아니라,다른사람들손에이미만들어져책갈피사이에끼어있는하나의완성된물건으로간주될때,그리하여단순히서재선반들에꽂힌책들에손을뻗어서펼친다음,몸과마음이쉬는상태에서수동적으로맛보기만하면되는것이라고생각될때독서는위험해진다.ㅡ마르셀프루스트,「독서에관하여」에서

▶독서가내게환기한추억하나하나의도정을나와함께걷는동안,독자들은어쩌면구불구불한꽃길을걷는사람처럼발걸음을늦추면서자신들만의추억을떠올릴수있지않았을까?그리하여그들의머릿속에독서라불리는특별한심리적행위를재창조함으로써앞으로내가펼칠몇몇생각들을보다쉽게따라올수있지않을까?ㅡ마르셀프루스트,「독서에관하여」에서

언어도,사는지역도달랐으나러스킨의예술론,취향과삶의방식면면까지고무되었던마르셀프루스트는자기나라에러스킨의메시지를소개할목적으로『참깨와백합』을번역한다.그때옮긴이로서붙인서문이우리가잘아는에세이「독서에관하여」다.어린시절부터책벌레였고,학습보다는자유로운독서의취미를일찍부터들였던프루스트에게책이중요하지않을리없다.그러나프루스트는러스킨을옮기면서새로운반감을마주한다.책은씌인데가치가있는것이아니라읽히는데가치가있으며,정작수용자가얻는책의효용은내용자체가아니라독서를둘러싼개인적인체험/경험임을깨달은것이다.
러스킨의‘씌인책'과프루스트의‘읽히는책'경험이한권의책에서가능함은물론이다.러스킨이되어이책을쓴절박한동기와선한의지를음미해봄과동시에,프루스트가되어“진정우습다고생각되는말에만웃"고,이책이“유명하건상관없이바로제자리에갖다꽂"는것도우리에게는자유다.이자유속에서무엇을기억할지,무엇을취할지는우리독자의몫일터다.

▶우리는몰리에르가한말중에서진정으로우습다고생각되는말에만웃는다.지루한감이들면그것을감추려애쓰지않아도되고,함께있는것이정말지겨워지면그가천재건유명하건상관없이바로제자리에갖다꽂아버린다.이순수한우정의기조는침묵이다.그것은말보다순수하다.말이다른사람들을위한것이라면침묵은우리자신을위한것이기때문이다.(......)책에는일관성이있다.사실이러한일관성은우리삶에서는불가능하다.왜냐하면우리삶에는상호작용들이있고,또그러한상호작용들때문에우리사고에도여러이질적요소들이끼어들기때문이다.ㅡ마르셀프루스트,「독서에관하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