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속의 축제 - 쏜살 문고

호주머니 속의 축제 - 쏜살 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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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주머니 속의 축제』에는 글쓰기를 도구로 헤밍웨이가 한평생 좇았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경의가, 특히 가족과 몇 동료 예술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감정이 절절하게 스며 있다. 어디에나 나무가 심겨 있어, 계절의 흐름을 육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파리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난하고 젊은 문학가의 산책과도 같은 산뜻한 생활기는 책장을 넘기는 우리 여행자 겸 생활자 모두에게 아련한 향수와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어니스트헤밍웨이

1899년7월21일미국일리노이주오크파크(현재의시카고)에서태어났다.의사아버지와성악가어머니사이를두었고,여섯남매중장남이었다.평생을낚시와사냥,투우등에집착했으며,다방면에걸쳐맹렬한행동을추구하고,행동의세계를통해자아의확대를성취하려했다.그러한인생관은그의작품전체를통해서도드러난다.

고등학생때학교주간지편집을맡아직접기사와단편을썼으며,...

목차

머리말
생-미셸광장의멋진카페
스타인여사의가르침
“UneG?n?rationPerdue”
셰익스피어글방
센강변의사람들
봄같지않은봄
도락의끝
굶주림은훌륭한스승
포드매독스포드와악마의제자
새로운예술의탄생
돔에서파스킨과함께
에즈라파운드와벨에스프리
꽤나이상한종말
죽음의그림자가깃든남자
라일락숲카페에서에반시프먼과
악마의사신
스콧피츠제럴드
매는나눠먹지않는다
크기가문제
파리의얘기는끝을모른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호주머니속의축제』를우리말로옮긴안정효는이책의원서인MoveableFeast가미국에서출판되자마자부랴부랴구해읽었다.그시기는옮긴이가졸업반대학생이었을무렵,열심히영어로소설을쓰던습작시절이었다.영어로글쓰기를공부하던옮긴이에게가장부럽고위대한귀감은어니스트헤밍웨이였고,특히그의빙하이론(IcebergTheory)은젊은타국의문학지망생에게도유일무이한문학적나침반이되어주었다.꿈을가진이는,그이를바라보는이들에게여러가지감정을불러일으킨다.그것은서글픔이나회한일때고있고무한한자극일때도있다.어니스트헤밍웨이라는굵직한문호의초라한시작점을보여주는『호주머니속의축제』속산문들역시예리한빛을발산하며우리마음속에숨어있던연약하고도강인한열망을밝혀준다.
‘참된문장하나'를쓰기위해불가에앉아가만히귤의껍질을쥐어짜는젊은이에게책을살돈은없었지만책을빌려줄친구(셰익스피어글방의실비아비치)가있고,거북해질정도로칭찬을쏟는조금더먼저성공한동료(스콧피츠제럴드)가있었다는사실은작은위안이된다.그러나무엇보다헤밍웨이에게힘을주는이는,면전에서늘어놓는칭찬을모욕으로여기고남들이보지않는데서무기를벼려내는자기자신이었다.결코다행과행운이라는말에담을수없는굳센의지와기운은감탄을자아낸다.

“그시절에는결국봄이언제나찾아왔다.”
가진것없는시절의사치와평온과쾌락

내가얼마나깐깐했으며우리사정이얼마나나빴는지를잘알고있었다.일을하는데서만족감을얻는사람은힘겨운가난을크게꺼리지않는다.나는욕실과샤워와수세식화장실이라면우리들보다열등한사람들이나누리는무엇이거나여행을다닐때만기대하는사치라고만생각했으며,우리들은여행이라면자주다니는편이었다.-『호주머니속의축제』에서

강변을거닐때면조금도외로운줄을몰랐다.나무가그토록많은도시에서는다가오는봄을눈으로날마다확인할수가있으며,어느날밤따스한바람이불고아침이오면완연한봄날을맞게된다.때로는차가운비가심하게내려봄을쫓아버린탓에새계절이절대로오지않을듯싶고,그러면내인생에서계절을하나통째로잃어버리겠다는기분조차든다.…...하지만우리는얼었던강물은틀림없이다시흐른다는순리를알고,그리하여어김없이봄은꼭찾아오리라고믿는다.-『호주머니속의축제』에서

뤽상부르공원을하릴없이걸으며점심시간을보내고나서,점심시간에맛본화려한식사에대해호들갑스러운이야기를꾸며아내에게들려주던헤밍웨이에게“굶주림은훌륭한스승"이었다.이시절파리의봄을봄답게만드는것은염소도나무도파리라는도시도아니었다.이를배경으로걷고,달빛을받으며잠을청했던가난한젊은이들,그인물들이놓인풍경이비로소봄을봄답게만든셈이다.『호주머니속의축제』에서는단순한배경에놓인단순하지않은인물들이스스로가속한도시를미로처럼아름답고신비롭게헤맨다.어니스트헤밍웨이가스스로삶을마감하기몇해전에썼던이청춘의수기에는그래서‘축제'라는제목이붙었다.‘젊은시절'은‘행운'이고‘축제'다.오래지속되지않지만,기억으로서는평생을간다.『호주머니속의축제』는인간이라면누구나짊어지고한평생가야할‘추억'에관한이야기다.호주머니에담긴축제처럼언제든툭튀어나와,늙은이를장난스럽게괴롭히는젊은날의봄에관한기록이다.

우리는둘다밤중에두번이나잠이깨었고이제아내는얼굴에달빛을받으며포근히단잠을잤다.왜그런기분이드는지알고싶었지만나는머릿속이너무나멍했다.아침에내가잠이깨어봄같지않은봄이왔음을깨닫고,염소를데리고다니는사람의피리소리를듣고밖으로나가서경마신문을샀을때는삶이너무나단순하다고느꼈었다.하지만파리는아주오래된도시였고,우리들은젊었고,그곳에서는아무것도,심지어는가난이나,갑자기생긴돈이나,달빛이나,옳고그름이나,달빛을받으며옆에누운사람의숨소리까지도단순하지않았다.-『호주머니속의축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