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

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

$9.80
Description
20세기 초 파시즘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말과 문학의 희망을 놓지 않은
체코의 국민 작가가 들려주는 무해하고 여린 생명체와의 반려 생활 이야기

불신을 조장하여 연명하는 정치는 야생의 정치학입니다. 인간을 믿지 않는 고양이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야생 동물로 봅니다. 인간을 믿지 않는 인간 역시 야 생 동물을 봅니다. 상호 신뢰의 조직은 문명 전체보다 오래되었고, 인류는 여전히 인류 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의 상태를 무너뜨린다면, 인간의 세계도 야생 동물의 세 계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제 나는 우리 집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한다는 말을 하고 싶 네요. 이 고양이는 프라하 뒷골목 알 수 없는 황무지를 헤매다 내게로 흘러 들어온 작 은 회색 동물일 뿐이지만, 나를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내게 크나큰 위안을 줍니다. 고 양이가 말하네요. “인간, 내 귀와 귀 사이를 좀 간질여 봐. ” - 「개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도」에서

카렐 차페크는 체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데, 체코가 차페크를 사랑하는 이유는 수없 이 많다. 민족성을 드러내는 위트와 유머 감각, 다채로운 이야기꾼 기질, 그리고 쉽고 명징한 구 어체를 활용해 풍요로운 체코어의 결을 포착함으로써 체코 근대어의 문학성을 수립하는 데 성 공한 특유의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 험난한 격동의 시대에 투철한 참여의식으로 정치와 외교에 발을 벗고 나섰던 작가인데도, 차페크의 글에서는 위압적인 무게감을 찾아볼 수 없다. 위트와 풍자는 차페크 문학의 생명이다. 인류라는 종을 사랑했지만, 그 치부 역시 냉정하게 직시했던 차 페크는 애정과 비판의 간극을 촌철의 유머로 채웠던 것이다. 인류의 멸절마저 멀지 않게 느껴졌 던 20세기 초반의 유럽, 무너지는 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차페크의 시선은 아이러니한 웃음기 로 가득하고 비관에 빠지지 않았다. 발랄하고 경쾌하게 멸망을 자초하는 차페크의 인류는 역설 적으로 기묘한 희망을 여운으로 남겼다. 시대와 역사를 넘어 오로지 믿어야 할 것은 관념화되지 않은, 뜨거운 체온으로 살아 일상과 주 위를 돌보는 사람, 오로지 평범한 사람뿐이라고 차페크는 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찬찬히 지켜보고 돌봄에 정성을 쏟는 집사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이야말로 차페크 자 신이 믿고 옹호했던 인간성의 핵심이기에, 『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는 너무나 카렐 차페크 다운 에세이다. 실제로도 2차 세계 대전에 휘말린 체코 국민들은 폭스테리어 강아지에게 들려 주는 연작 동화 『다셴카』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부조리한 학살과 폭력 속에서 일상이 무너져 내 릴 때야말로, 반려동물과 반려식물과 가족과 이웃과 나로 구성된 소중한 세상의 진정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기 마련이다. 인류와 세계의 미래가 막막하고 캄캄하기만 할 때, 희망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최선의 호의와 따뜻한 애정을 베푸는 일에서만 찾아 지는 법이다.
저자

카렐차페크

KarelČapek
1890년1월9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보헤미아에서태어났다.프라하카렐대학철학과에입학하여,1915년25세나이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20대초반부터체코문학과언론에서두각을나타냈으며,1916년산문집『빛나는심연』출간을시작으로장르를불문하고뛰어난작품을발표했다.작가로활동하는동시에유력일간지의편집자로일했고,체코민주주의와반파시즘의선봉장역할을했다.일곱차례나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되었으나,나치스독일에반하는정치성향으로수상자가되지는못했다.독일이프라하를점령하기몇달전인1938년12월25일인플루엔자합병증으로생을마쳤다.

목차

민다,개의품종에관하여
벤,벤지,블래키와비비
아이리스
다셴카,어느강아지의일생
강아지사진을찍는법
다셴카한테가만있으라고들려주는동화
도그쇼
개에대한더많은이야기,그리고고양이에대해서도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20세기초파시즘과전쟁의포화속,속절없이허물어지는세계에서
말과문학의희망을놓지않은체코의국민작가카렐차페크가가꾼
무해하고여린생명체와의짙푸른반려생활



카렐차페크는‘로봇’이라는유명한단어의창시자이자SF문학의대부로잘알려져있다.그러나차페크는장르를가리지않는소설가였고기자였고철학자였으며희곡작가였고수필가였고번역가였고삽화가였고전기작가였고동화작가였고적극적으로현실정치에참여했을뿐아니라무엇보다판타지자체에는큰관심이없었다.기발한상상들은언제나인간과세계의현실에대한구체적염려와성찰이그때그때우연히취한형태에불과했다.표면은다를지언정작품의저변은언제나변함이없었다.환상이아닌현실속에생명을가지고존재하는모든것,무해하고여린생명체들에대한애정이차페크세계의한길주제다.연약하나강하고유구한생명을향한애정과책임감이그중에서도두드러진산문집두권을2021년연말,쏜살판으로소개한다.평화롭고평범한청소년기를보낸흔한유럽의젊은지식인차페크는세계적이고개인적인차원에서두가지대재앙을맞는다.1914년1차세계대전이발발했고,이즈음청년차페크는강직성척추염진단을받아평생불구나다름없는몸이되었다.그러나참사와고통뒤에미약하나마희망이남았다.1차세계대전은번영유럽의종언을선언했으나체코에역사상초유의자유민주주의정권을선사했다.신체의고통은소소한일상의절실한가치를,고통속인간들을연민하는마음을가르쳐주었다.이희미한희망에물을주고가꿀줄아는강인한인간차페크는작가로서인간으로서만개하기시작한다.무엇보다그자신이하나의‘생명체’로서하루하루를충실하게살아냈던차페크의생활면면이담긴『개를키웠다그리고고양이도』,『정원가꾸는사람의열두권』두권산문집은눈보다는피부와마음으로흡수되는독서경험을안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