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서유럽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납치된 서유럽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11.00
Description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
21세기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을 예견한 역사적인 글

중앙 유럽의 작은 국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유럽 문화예술사에서 중앙 유럽이 가지는 중요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옹호해 온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 주는 에세이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이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되었다. ‘프라하의 봄’에 대한 예감 속에 열린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의 기념비적인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 프랑스 정착 이후인 1983년에 갈리마르 출판사 간행 지식인 잡지 《데바Le Débat》에 실린 후 그 즉시 거의 모든 유럽 언어로 번역되어 동유럽에서는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으며 서유럽에서는 1989년 이전의 “유럽의 마인드 맵을 다시 그리는 데” 기여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_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을 한데 묶은 이 책은, 각 글 앞에 체코 출신의 정치학자 자크 루프니크와 《데바》 창간인이자 밀란 쿤데라의 프랑스 정착을 도운 역사학자 피에르 노라의 해제가 실려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

밀란쿤데라

MilanKundera
1929년체코의브륀에서태어났다.야나체크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하고프라하의예술아카데미AMU에서시나리오작가와영화감독수업을받았다.1963년이래「프라하의봄」이외부의억압으로좌절될때까지‘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운동’을주도했으며,1968년모든공직에서해직당하고저서가압수되는수모를겪었다.고국체코에서발표한작품은『농담』과『우스운사랑』두권뿐이었다.『농담』이불역되는즉시프랑스에서도명성을얻어소련침공과‘프라하의봄’이후역경을겪고1975년체코를떠나프랑스로이주했다.이후『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생은다른곳에』,『불멸』,『이별』,『느림』,『정체성』,『향수』등의작품을썼으며,메디치상,클레멘트루케상,유로파상,체코작가상,컴먼웰스상,LA타임스소설상등전세계유수의문학상을받았다.미국미시건대학은그의문학적공로를높이평가하면서명예박사학위를수여했다.현재파리에거주중이다.

목차

문학과약소민족들
소개의글자크루프니크- 9
문학과약소민족들-체코슬로바키아작가대회연설,1967년- 15
납치된서유럽
소개의글피에르노라- 35
납치된서유럽-혹은중앙유럽의비극,1983년- 39

출판사 서평

“중앙유럽의진정한비극은러시아가아니라유럽이다.”

‘납치된서유럽’이란,중앙유럽이유럽정치,사회와문화에서차지하는중요성을간과하여서유럽자체가사라질위험을가리켜쿤데라가한말로,이는세계사에서주도적위치에있지못하고변방에자리함으로써늘소멸위기에시달리는중앙유럽의작은국가들의비극적처지를뜻하기도한다.체코어라는비주류언어로작품활동을시작했지만,프랑스어로번역,출간되어프랑스망명의기회를잡고프랑스어로작품활동을하게된쿤데라는지역의한계를넘지못한체코문학에대한안타까운마음이깊었다.그리고오랜침체기끝에1960년에이르러부흥기를맞은체코문화가스탈린주의라는또다른장애물에의해다시파괴되는것에대해깊은분노를느꼈다.「문학과약소민족들」에서발견되는이같은문제의식은「납치된서유럽」에서유럽통합과세계화라는거대한통합을향해나아가던서유럽과,그들과같은역사적·문화적뿌리를공유함에도외면당하는중앙유럽약소국들의운명으로확장된다.그는소련의탄압하에언어와문화가위협받는중앙유럽약소국들이국가정체성을잃고,결국서구세계마저파괴될것이라호소하며서구의각성을촉구한다.

여기서중앙유럽이란구체적으로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폴란드등을일컫는다.오스트리아를제외하고체코,헝가리,폴란드는흔히동유럽으로일컬어지지만이는틀린말이다.동유럽은비잔틴,정교회문화에뿌리를두고있지만체코,헝가리,폴란드는로마가톨릭문화에뿌리를둔서유럽문화권에속한다.그러나러시아의서진욕망때문에이들세국가가‘슬라브세계’라는실체없는개념에묶여동유럽으로인식되었고,바로크문화를꽃피우고서유럽과의활발한문화교류를통해유럽문화사조의역동적발전에기여한중앙유럽의중요성은점점간과되어이제그존재조차희미해졌다는것이쿤데라의주장이다.
그러나그망각과소멸을가장강력하게추동하는것은다름아닌서유럽이다.더정확히말하자면더이상문화가,그리고한사회의대표자로서의지식인(작가)의존재가중요하지않게된서유럽사회의상업적변화이다.가장강력한정체성으로서의문화를부정하게됨으로써서유럽은스스로존재감을상실하기에이르고,그럼으로써“최소공간속에최대다양성”을표방하는중앙유럽은더철저하게지워진다.

쿤데라에따르면약소민족들로이뤄진중앙유럽국가들이결집한역사가있다.바로오스트리아를중심으로한합스부르크제국이다.그러나제국이붕괴한이후러시아를막을실질적인방책은사라졌다.이후중앙유럽의약소국들은물론오스트리아마저더강대한독일민족과문화에동화되어야하는선택의기로에놓였다.나라가없어전세계모든곳이조국이었던유대인이자체코어가아닌독일어로소설을쓰기를선택한체코인카프카에게서쿤데라는중앙유럽의운명을발견한다.병합에가까운더큰문화에의동화와그로인한다종다양한문화의소멸에관한밀란쿤데라의깊은염려는,세계화가가속화한지오래이며인터넷의발달로전세계가동시에몇안되는창작물에열광하는지금더욱실감나게다가온다.

격동하는21세기유럽정세를예견한거장의눈
밀란쿤데라작품세계를이해하는열쇠와도같은책

『납치된서유럽_혹은중앙유럽의비극』에실린두편의에세이는밀란쿤데라가발표이후한번도단행본에포함시키지않았던것들로,작가로서그가조국으로택한프랑스에서갈리마르출판사의플레이아드총서(작가의전작을싣는다.)를펴냈을때도의도적으로수록하지않은글들이다.그러다가수십년후인2021년11월프랑스갈리마르의‘데바총서’로출간되었는데,공교롭게도몇개월후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일어나사태를예견한그의글들은다시한번화제를불러일으켰다.러시아의집요한서진정책으로근접한국가들의안보는물론세계정치경제까지요동치는현재,『납치된서유럽_혹은중앙유럽의비극』은우크라이나사태를이해하는데또하나의길을제공한다.또한이책은쿤데라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데열쇠와도같은책으로,그중에서도후기작품들과논픽션의씨앗이된생각들을엿볼수있어작가를사랑하는독자들에게기쁨을선사할것이다.물론작가를처음접하는독자에게도단단하고도아름다운논지와성찰이담긴이두편의에세이는살아있는신화밀란쿤데라의세계로진입하는관문의역할을하기에손색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