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운명의 집 - 쏜살 문고

수많은 운명의 집 - 쏜살 문고

$11.80
Description
참혹한 세계 대전의 중심에서
평화와 사랑을 노래한 유럽의 양심,
슈테판 츠바이크의 눈부신 여행기
각 시대는 지상의 풍경 속에 각기 다른 기호로 자신들의 역사를 써 놓는다. 이처럼 삶의 의지로 시간의 틈새에 새겨 넣은 하나의 기호를 그리고 또 다른 기호를 읽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은 없다. -본문에서
우리 세상을 지나치게 정돈하고 축소해 놓은 공간 속에서 실용적인 중개업자의 화물처럼 모험하지 말자. 그 대신 자발적인 의지로 자주적인 목표를 향해 고풍스러운 방식으로 저 멀리 여행하자. 그래야만 비로소 여행은 외적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 내적 세계의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럽의 지성으로 불리며 빼어난 전기 작품과 소설, 아름다운 수필과 명철한 평론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슈테판 츠바이크의 여행기를 엮고 옮긴 『수많은 운명의 집』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격동하는 현대사의 정중앙,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이자 전통과 전위가 교차하던 빈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민한 감수성과 특출한 예술적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문학과 음악에 심취하였고, 빈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익히며 위대한 작가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다양한 민족의 다채로운 문화, 고금의 예술이 한데 뒤섞여 조화하고 또 불화하던 ‘세기말 빈’에서 츠바이크는 갖가지 영향, 가령 신낭만주의와 급진적인 청년 빈(Jung-Wien) 운동 등 여러 이념과 사조에 이끌리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더욱 심화해 갔다.
저자

스테판츠바이크

1881년오스트리아의수도빈에서부유한유대계방직업자아버지와이름난가문출신의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으며빈에서높은수준의교양교육과예술교육을받으며성장했다.어린시절부터섬세한감각과문학적감수성을지녔던그는수많은고전작품을읽으며해박한지식을쌓았고,청소년기에는보들레르와베를렌등의시집을탐독하면서시인으로서의습작기간을거쳤다.대학에서독문학과불문학,철학,사회학,심리학등을두루섭렵했으며,특히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에지대한영향을받았다.

이런배경으로스무살의나이에첫시집『은빛현』으로문단에데뷔하여일찌감치작품성을인정받는작가로자리매김한그는세계여러나라를자유롭게여행하면서한시대를풍미하는여러예술가들과교류하며드높은정신세계를구축했다.『은빛현』을필두로수많은소설및전기들을발표하기시작한다.1938년히틀러가정권을장악하자,유태인탄압을피해런던으로피신했다가미국을거쳐브라질에정착한다.또한2차세계대전이전백만부이상의판매를기록한대중적인작가이자다른나라언어로가장많이번역된작가로독일/오스트리아문학사에이름을올리고있기도하다.

츠바이크는‘벨에포크’라일컬어지는유럽의황금시대에활동했다.예술과문화가최고조로발달했던그시기를그는진정으로사랑했다.그러나,그토록사랑했던유럽이한방의총성으로촉발된세계대전을통해돌이킬수없는나락으로떨어지는것을눈앞에서목도하게된다.황금시대의빛과영광을박살낸것은,아이러니하게도그것을구축한그들유럽인들이었다.이때의심경은자신의삶을중심으로유럽의문화사를기록한자전적회고록『어제의세계』에잘드러나있다.

극심한상승과하강을삶을통해모두경험한이후,섬세한그의심성은더이상부조리한세계에서버티지못하고고난의망명생활속에서심한우울증에시달리다가,1942년2월브라질의페트로폴리스에서부인과동반자살로생을마감한다.종종‘평화주의자’또는‘극단적자유주의자’라는평을받던그는“나는이시대에어울리지않는다.이시대는내게불쾌하다”라는내용의유서를남기고자유로운죽음을선택하였다.

비극으로생을마감했지만,그가쓴수많은소설과평전은오늘날까지도세계여러나라의언어로번역되어수많은독자들로부터사랑을받고있으며,상당부분영화화되기도했다.또한다른예술영역에까지영향을미쳤는데,대표적인예가천재감독웨스앤더슨의2014년작'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THEGRANDBUDAPESTHOTEL)이다.앤더슨은이영화가슈테판츠바이크의작품에서영감을받아제작되었다고밝힌바있다.영화는츠바이크의소설'초초한마음'의첫단락을차용해서시작하며,엔딩크레딧에서“inspiredbythewritingsofStefanZweig”라는문구를삽입하여그사실을확고히했다.

목차

북쪽의베네치아
교황들의도시
하이드파크
옥스퍼드
몽마르트르축제
뉴욕의리듬
메라노의늦가을
안트베르펜
갈리시아에독일이진군하던날
이백년전의도나우강유람
유럽을돕는나라스위스
다시만난이탈리아
샤르트르대성당
미식축제
여행하기혹은여행당하기
축제의피렌체
잘츠부르크
수많은운명의집
전쟁중의정원들
과거의빈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슈테판츠바이크는어떠한찬사도부족할만큼위대하다.-앨리스미스
훌륭하고비범하며결코잊을수없는작가.-살만루슈디
지그문트프로이트,알버트아인슈타인,토마스만을모두사로잡았던경이로운이야기꾼.-≪뉴욕타임스≫

1901년첫시집『은빛현』으로문단에데뷔한뒤,그의삶에가장커다란영향을끼친사건은역시1차세계대전이었다.제국에징집되어전장을오가는내내수많은생명의죽음과영혼의피폐,찬연히빛나던빈의몰락을무력하게지켜보아야했던츠바이크는아마이때부터본격적으로휴머니즘의사도이자유럽의화합을이끄는기수로서자신의임무를자각했으리라.그런까닭에츠바이크는『감정의혼란』,『초조한마음』,『체스이야기』등탁월한문장과섬세한심리묘사로다양한소설과희곡을발표하면서,역사상위대한인물들의시련과성취,인본주의정신과시대의교훈을기록하는데에도매진하였다.(특히프랑스대혁명을다룬『마리앙투아네트,베르사유의장미』는할리우드에서영화화되었을뿐아니라,이케다리요코의작품『베르사유의장미』에도결정적영감을주었다.)하지만츠바이크의사명은오래지않아무참히짓밟힌다.아직지난전쟁의절규가완벽히가시지않은유럽의한복판에서다시균열과파국의불씨가서서히피어오르고있었기때문이다.새로운전쟁은더욱잔혹한얼굴로다가왔고,결국츠바이크는유대인을섬멸하기로천명한나치스정권을피해한없이,계속,고향을등지고떠날수밖에없었다.그의작품은모두불태워졌고,인생의요람이었던빈은복마전이되어버렸다.1942년,슈테판츠바이크는머나먼브라질땅에서끝내모든희망을잃고극단적선택을하고만다.그의문학적유서이자최후의금자탑,오늘날에도여전히반전의메시지를전하는자서전『어제의세계』를남긴채말이다.

『수많은운명의집』은라이너마리아릴케,로맹롤랑,아르투어슈니츨러,지그문트프로이트,브루노발터등당대의수많은지성들과교류했던만큼세계각지를여행을하는데에도늘진심이었던슈테판츠바이크의모험가적면모를가장확실히들여다볼수있는수필들을엮은책이다.그뿐만아니라츠바이크의섬세한관찰,깊이있는관조,명현한통찰그리고삶을향한사랑,인간에대한믿음,자연에의존경,역사를통한깨달음,새시대에관한기대감까지모두살펴볼수있다.또그의시적이고감미로운문장,재치있고정밀한묘사는『수많은운명의집』을읽는또다른즐거움이다.프랑스와영국,미국과스위스,한때제국이었던오스트리아의곳곳을여행하는츠바이크의여행기속에는독자의눈에그대로비칠듯한생생한풍경과세월의향기,그리고평화와화합을꿈꾸는츠바이크의이상과거센포화에스러져버린고국에대한노스탤지어가고스란히녹아있다.「뉴욕의리듬」과「여행하기혹은여행당하기」처럼속된세태를비판하고,여행의참된의미를되묻는흥미로운작품들도수록돼있지만이작품집의백미는따로있다.이를테면표제작「수많은운명의집」에담긴나치와전쟁을피해망명하는피란민(유대인)의참담한모습,사후에발표된「과거의빈」에깃든망향의비애와반전의외침과평화에대한갈망은지금이순간에도세계각지에서벌어지고있는전쟁을,무고한사람들의절망과고통을다시금되새기게한다.슈테판츠바이크는유서에서“이기나긴밤을지나(후대의모두가)눈부신여명을맞이하기를”염원했다.과연그의소망은이루어졌는가?이처럼『수많은운명의집』은오늘날우리가참으로여명의시대를살고있는지,거듭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