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인정형시형식안에담아낸셰익스피어의사랑과열정
영어원문의음악적리듬을풍부하게살린엄정한14행번역의미학적정수
영문학이나영시에낯선독자들이라면‘소네트’라는단어에대해궁금해할것이다.소네트란르네상스시대이탈리아에서형성된정형시의한형태로16세기엘리자베스시대영국에수입되고셰익스피어역시이양식을자신의것으로소화해냈다.소네트는14행이라는길이,시한행에들어가는운율과음절의수가정해져있는시이기때문에각행마지막단어의끝소리를일정한규칙에따라맞추는,각운법칙을따라야한다.그결과‘소네트’는전체길이14행,각행은다섯쌍의약강음절로구성된약강오보격의운율을지기며,세개의4행시로이어지다앞12행은한줄씩을건너각운을맞추고마지막두줄이같은소리를반복하게되는형식을띈다.
국내셰익스피어번역의최고권위자이자셰익스피어4대비극을포함,『베니스의상인』,『로미오와줄리엣』,『한여름밤의꿈』등대표작을번역하였으며최근총10권으로기획한셰익스피어전집을번역중인연세대학교명예교수최종철교수는전집중10권에해당하는『셰익스피어전집―시·소네트』를번역하면서최대한이러한정형시의매력을국내독자들에게전달할수있는방식을연구했다.우리말의삼사조와그변형으로영어의운율을대체하고,한행의길이를열여섯,내지는열여덟자로제한하는한편,전체길이는영어의14행을그대로유지하는최선의번역을독자에게선보이고있다.
애정,환멸,질투,시기,혐오등애정관계에서볼수있는각종감정들이지극히절제된정형시의형식가운데표현된이154수의시편들은셰익스피어의작품중에서도이례적일정도로개인사적측면들(작품속‘아름다운청년’에대한사랑이나‘검은여인’에대한추적등)을조명해볼수있는흥미로운작품이기도하다.
■신화와상징을바탕으로한운문예술의금자탑
오비디우스의원전을해석한강렬하고아름다운언어의향연
셰익스피어의장시『비너스와아도니스』와『루크리스의강간』,그리고최근까지위작시비에휘말린시편『불사조와산비둘기』는장대한스토리와강렬한상징을운문속에녹여낸셰익스피어운문의결정체라고할수있다.
먼저『비너스와아도니스』는로마의시인오비디우스의『변신이야기』에실린신화중아들큐피드의실수로사랑의화살을가슴에찔린미의여신비너스가아도니스라는미남청년과사랑에빠지게된이야기를다루고있다.그녀는아도니스에게빠져들어그와함께사냥을다니면서멧돼지,늑대,사자같은맹수를피할것을권고하나,혈기왕성한청년은그말을어기고결국비극을맞이한다.사랑과욕망에대한이격정적이고장엄한서사시는발표당시작가에게상당한성공을가져다준것으로알려져있다.또한그다음해에출판된『루크리스의강간』역시오비디우스의작품에서빌려온이야기로,원래100여행에불과한원전을2000여행으로확대한장시이다.여기서늘어난부분은가해자와피해자의사실적인내면심리묘사이다.루크리스를향한욕망의추구와그과정에따른회의,목적의정당성에대한갈등까지.그럼에도불구하고루크리스의아름다움에굴복하게되는타르퀸의허위를조망한이작품은오늘에이르기까지위험한욕정과그결과에대해깊은통찰을전해준다.마지막으로『불사조와산비둘기』라는시편은위작논란가운데셰익스피어작품으로거의확실시되는진귀한시로,순전한헌신과충성을그린짧지만아름답고깊은인상을남기는작품이다.
셰익스피어전집10권을장식하는가장화려하고보석같은작가의정형시와시편들은고전의품격과그의미를추구하는독자들에게영원히기억에남을선물이될것이다.
■국내최고의셰익스피어권위자가선보이는운문번역,
―25종의판본을비교,작품당50여개의주석,작품별서문포함
1623년,글로브극장시절의동료배우들이셰익스피어의희곡36편을“Mr.WilliamShakespearesComedies,Histories,&Tragedies”라는제목으로최초의이절판(FirstFolio)을출간한이후여러연구자와편집자들에의해수많은판본이출간되었다.이판본들은작게는구두점에서부터크게는등장인물의이름까지저마다차이가존재한다.역자최종철교수는각작품별로가장공신력있는판본을저본삼아번역을진행하되3~4권의참고본까지함께확인하면서꼼꼼하고정확하게원문대조를마쳤다.예를들면『햄릿』의경우,해럴드젱킨스(HaroldJenkins)편집의아든(TheArdenShakespeare)판『햄릿(Hamlet)』을기본으로하고,G.블레이크모어에번스(G.BlakemoreEvans)편집의리버사이드셰익스피어(TheRiversideShakespeare)판,필립에드워즈(PhilipEdwards)편집의뉴케임브리지셰익스피어(TheNewCambridgeShakespeare)판,그리고조너선베이트와에릭라스무센(JonathanBateandEricRasmussen)편집의RSC(TheRoyalShakespeareCompany)판을참조하였다.가장믿을만한판본으로평가받는아든판과리버사이드판외에도뉴케임브리지판,뉴펭귄판,RSC판등을동시에참고한것이다.
셰익스피어작품들은400여년전에쓰였고,성경이나그리스로마신화,유럽의역사,당시영국의사회상까지반영하고있기때문에,일반독자들이이해하기어려운구절들이종종등장한다.이번셰익스피어전집에서는작품당50여개의주석을통해보다쉽게작품을이해할수있도록하였다.원문을인용하면서그속에숨겨진다양한의미를해석해주는주석에서부터,아든판이나리버사이드판등기존판본들의설명을소개하고각판본들이제시하는해석의차이까지비교하고있다.
『소네트』23편,1행~8행
완벽하게못외운배우가무대에서
두려움때문에대사를싹잊어버리듯이,
너무심한광분으로가득한맹수가
넘치는힘때문에심장이허약해지듯이
나또한나를믿기두려워올바른사랑의
완벽한예의를잊고말못하면서
내사랑의막강함에과도하게눌린채
그사랑의힘때문에무너지는것같네.
『소네트』5막1장,101행그철학
수많은각주의설명처럼스토아주의는아니다.물론이후의103~107행에서스토아주의의핵심교리가드러나기는하지만.플루타르크에따르면브루투스는플라톤학파를더좋아했다고한다.브루투스의죽음은군인이철학자를넘어선경우를보여준다.(아든)
『햄릿』1막2장,65행촌수는…줄었죠
햄릿의첫대사.조카인데억지로아들로만들어촌수는약간줄여놓았지만둘사이의본질적인차이는줄어들지않았다는말.몇가지말장난을의역한것이다.지문은없지만보통방백으로처리된다.
『오셀로』3막1장,3~4행나폴리…내는데요
광대는나폴리병이라불리는성병을말하고있으며코가썩는것은그증상중하나이다.이비유를음악으로풀어내면악기가맑고밝은소리대신코맹맹이소리를낸다는뜻이다.(아든)
『리어왕』2막4장,121~122행건초…발랐대
마부들이흔히쓰는속임수중의하나는건초에버터를바르는것이었다.말은기름묻은풀을먹기싫어하므로마부들은남은풀을훔칠수있었다.그러나이아줌마의동생은순수한마음으로그렇게했다.(아든)
『맥베스』1막3장,64행달러
이극의역사적인시간보다근500년후인1518년쯤에처음으로주조된화폐이다.셰익스피어극에는가끔시대착오적인사실이나타나지만중요한것은동시대관객들의지식이다.
『셰익스피어전집4,5―비극I,II』에는셰익스피어극작품의정수로불리는비극열편중대표작일곱편이수록되었다.비극으로묶이는작품들의가장큰공통점은,쉽게해결될수없는갈등으로인해결국주인공의죽음으로마무리된다는점이다.최종철교수는각작품의「역자서문」에서,이‘죽음’이라는공통분모를통해작품들을분석하고있다.사랑에빠진연인의비극적인죽음(『로미오와줄리엣』),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일어나는암살(『줄리어스시저』),복수와존재의고민속에서벌어지는죽음(『햄릿』),음모와질투로인한살인과자살(『오셀로』),엇나간사랑이불러온죽음(『리어왕』),권력욕이불러일으킨시해와연이은죽음(『맥베스』),이루지못한사랑으로인한자결(『안토니와클레오파트라』)등이다.
『셰익스피어전집4―비극I』에수록된『햄릿』에서는문제적대사“Tobe,ornottobe”에대한새로운해석이시도되었다.최종철교수는이문장을“존재할것이냐,말것이냐”로번역하였다.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햄릿』에서“있음이냐없음이냐”로번역한이후“에도지속적으로고민한결과이다.
지금까지의거의모든역자가‘사느냐죽느냐’로옮겼다.(최재서의‘살아부지할것인가,죽어없어질것인가’와이덕수의‘과연인생이란살가치가있느냐없느냐’,강우영의‘삶이냐,죽음이냐’는예외이다.)그런데원문의Tobe,ornottobe는‘사느냐죽느냐’를포함하는존재와비존재를대립시키고있기때문에,또이독백이살고죽는문제를처음부터단도직입적으로명시하고시작하는것이아니라아주쉽고모호하며지극히함축적인일반론으로시작하기때문에그것을생사의직설적인선택으로옮김은미흡하다고생각된다.따라서원문의뜻에가장적합한순수우리말은‘있다’와‘없다’의적당한변형이될것이고,필자는앞선번역에서이부분을‘있음이냐,없음이냐’로옮겼다.그러나있음과없음에아직역사적,철학적,언어학적무게가충분히실리지않아역자의의도가잘전달되지못했다고판단하여이번에는원문의뜻에가장가까운‘존재’라는한자어를쓰는번역으로바꾸었다
셰익스피어전집은작품의성격및장르에따라희극,비극,사극,로맨스로나누어지며,향후5년간꾸준히출간하여2019년완간을목표로하고있다.전체10권의구성은다음과같다.
셰익스피어전집1―희극Ⅰ(『한여름밤의꿈』『베니스의상인』『좋으실대로』『십이야』『잣대엔잣대로』)
셰익스피어전집2―희극Ⅱ
셰익스피어전집3―희극Ⅲ
셰익스피어전집4―비극Ⅰ(『로미로와줄리엣』『줄리어스시저』『햄릿』)
셰익스피어전집5―비극Ⅱ(『오셀로』『리어왕』『맥베스』『안토니와클레오파트라』)
셰익스피어전집6―비극Ⅲ
셰익스피어전집7―사극로맨스Ⅰ(『헨리4세1부』『헨리4세2부』『겨울이야기』『태풍』)
셰익스피어전집8―사극로맨스Ⅱ
셰익스피어전집9―사극로맨스Ⅲ
셰익스피어전집10―소네트시
■‘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에서모티프를따온표지디자인,
셰익스피어작품의특성을표현한고유한타이포그래피
셰익스피어전집의표지및본문디자인은서울대,홍익대강사이며타이포그래피칼럼니스트로도활동하고있는디자이너유지원이맡아진행했다.표지는영국의‘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에서모티프를따왔다.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은1599년에셰익스피어가소유했던로드체임벌린스멘극단이지었으며그의연극대부분이상연되었다.그의연극「헨리8세」공연도중대포사고로소실되었다가재건축되지만그후문을닫고철거되었다.그후당시모습을최대한살려1997년에다시지어졌다.이건물의흰색벽면에그려진선들에서따온모티프로각권의성격에맞는그리드를그리고그위에독특한패턴을올린표지는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과그의작품을연상시킨다.표지를넘기면보게되는면지에는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내부관객석을단순화하여디자인하였고,그결과마치글로브극장안으로들어와,이제곧그의작품들을보게(읽게)될것같은느낌을주었다.
제목‘셰익스피어전집’의글자체또한셰익스피어와그의작품에어울릴만한서체를구상하여만든십여개의타이포그래피중하나를선정하였다.본문디자인은희곡이라는특성과특히운문형식인대사,행수표시등을고려하려물흘러가듯이부드럽게표현될수있도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