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볼트 이야기 - 쏜살 문고

토볼트 이야기 - 쏜살 문고

$12.00
저자

로베르트발저

저자:로베르트발저
1878년,스위스빌에서태어났다.일찍이취리히,바젤,슈투트가르트,베를린,뮌헨등스위스와독일의여러도시를떠돌며다양한임시직사무원을전전하다가,1898년베른의한신문을통해시몇편을처음으로발표한다.1905년,베를린의하인양성학교를거쳐,같은해10월부터12월까지오버슐레지엔(오늘날폴란드)에위치한담브라우성에서실제하인으로일한다.1907년,첫장편소설『타너가의남매들』을시작으로『조수』(1908),『벤야멘타하인학교』(1909)등대표작을잇달아출간한다.그의작품은프란츠카프카,로베르트무질,헤르만헤세,발터베냐민,막스브로트등에게찬사를받는다,1924년부터1933년까지‘마이크로그램’이라불리는총526편에이르는글을남기는데,여기엔미완성장편소설『강도』도포함된다.고독과불안에시달리다가정신분열증상을보이고,1933년헤리자우의정신요양원으로이송된뒤에는끝내절필하고만다.1956년12월25일,홀로산책하던중심장마비로눈길에서사망한다.

역자:최가람
독일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로베르트발저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에서강사로일하고있다.지은책으로「로베르트발저연구총서10권」으로출간된『머묾과떠돎.로베르트발저의작품에나타난‘하인정신’의형상들(BleibenundTreiben.FigurationenderDienerideeimWerkRobertWalsers)』(BrillFink,2025)이있다.

목차


낯선사내
토볼트
산책하기
토볼트의삶
토볼트

에세이「로베르트발저」(발터베냐민)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현대사회의인간소외와가없는고독을예견한작가
로베르트발저의‘하인정신’을가장완전히구현한작품집
발터베냐민에세이「로베르트발저」수록

일찍이프란츠카프카,헤르만헤세,슈테판츠바이크,발터베냐민등동시대작가들에게존경을받으며,20세기모더니즘문학에커다란발자취를남긴로베르트발저의작품집『토볼트이야기』가민음사쏜살문고로출간되었다.『토볼트이야기』는발저가1912년부터1917년사이에잇달아발표한,‘토볼트’라는이름을가진수수께끼같은인물을주인공으로하는일군의작품을가리킨다.이작품집에서쉽게확인해볼수있듯이,이들작품은산문과운문희곡,소설장르를넘나들며‘토볼트’라고하는,이낯설고모호한인물의삶을그려낸다.특히나이작품집에서주목해야할사실은,로베르트발저의전생애와그의문학을관통하는주제,바로‘하인정신(Dieneridee)’혹은섬김에대한의지가가장분명히드러난다는점이다.그런데‘하인정신’이란과연무엇인가?문자그대로종이되고자하는,심지어종이되어야만한다고느끼는토볼트의기이한착상이다.그러나이같은추구아래에는또다른일면,즉“모두가모두에게봉사한다.”라는발저만의이상적공동체의식이저류(底流)하고있다.요컨대,‘하인정신’이란타인에대한섬김뿐아니라스스로에대한존중을요구하는,얼핏모순되어보이지만,사실상‘상호부조’의실현을갈망하는발저의소신을결정적으로보여주는개념이다.이점을염두에두고볼때,결국발저의‘하인정신’은자기파괴적하류지향이아니라,섬김이섬김으로응답받는세상을꿈꾸는,발저고유의이상이라할수있다.가령이를바탕으로,그의또다른대표작「산책」의한문장,즉“우리가이해하고사랑하는것이우리를이해하고사랑한다.”를들여다보면그의미가더욱분명해진다.로베르트발저에게‘하인정신’은세계를바라보는시각이자간절한바람,오래도록꿈꿔온이상향에이르는길이며그로하여금글을쓰게하는강력한추동력이었다.바야흐로『토볼트이야기』를다읽고나면,우리역시그의꿈에가닿을지도,어떤변화의떨림의느끼게될지도모를일이다.

첫작품「낯선사내」는,1912년12월,잡지《라인란데(DieRheinlande)》에발표된산문으로,일인칭화자가어느낯선사내와관계맺는독특한방식을보여준다.화자는곧“토볼트”라호칭할한사내를만나,자기가범한“태만의죄”를토로한다.여기서“태만의죄”란고대하는무언가에전혀다가가지않은채,그저그것이자신에게와주기만을바라고기다리는태도를가리킨다.운문희곡의형식을취한「토볼트」(1913)는,주인공토볼트가자신의정체성을찾아가는여정을그린다.그의여정은크게세가지만남,이를테면“악한”과“고통받는자”,“버림받은여인”과,“지배자”와의만남으로구체화된다.이과정에서주목할점은토볼트가자아를찾기위해자신의고유한내면으로침잠하는대신,오히려자신을등지고다른인물및세계와의만남에몰두하며,기존의성장서사혹은교양소설을배반한다는사실이다.그리고1914년에발표된산문작품「산책하기」에서는,산책자토볼트의모습을통해발저특유의걷기및이동양태가상세히드러나는데,우리는이작품에서엿보이는‘멀리가지않으면서산책하기’를통해,자유에대한갈망과대상세계에대한충실성이라는두가지요구를결합해낸발저특유의‘실존’을확인할수있다.「토볼트의삶」(1915)은1917년의단편소설「토볼트」를쓰기이전의습작이라는인상을주기도하지만,훗날의작품에서명시적으로제시되는‘하인정신’의맹아를선취하고있다.이작품의첫구절은발저의하인경험을직접적으로환기할뿐아니라경험의진실성에천착하는그만의서술경향을뚜렷이보여준다.끝으로,「토볼트」(1917)는‘토볼트이야기’의마지막작품이자,발저의전작(全作)에서‘하인정신’이라는표현이직접적으로등장하는유일한작품이다.이작품은,“토볼트”라는이름의젊은남자가,“나”라는인물에게,자기삶에관한이야기를들려주는액자식구성을취하고있다.위대한시인이되려했으나실패한페터(토볼트)로서의전사(前史)와그가죽고다시토볼트로태어나게된경위가묘사되고,이어늦여름부터겨울무렵까지토볼트가백작의성에서하인으로서경험하고관찰한일들이자세하게서술된다.그러고는토볼트가성을떠나다시세상으로나오는장면이그려진다.이소설은,처음과끝에각각페터의죽음에대한갈망과토볼트의삶에대한예찬을배치하여,죽은페터로부터부활한토볼트가세계와화해해나가는과정을,그리고발저에게서일종의병(病)으로간주되는‘위대함에대한동경’을치유해가는과정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