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 (반양장)

가스등 (반양장)

$14.00
Description
심리적 지배를 의미하는 “가스라이팅”이 유래한 영화 「가스등」
“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연출한 영화 「로프」의 원작 희곡
매닝엄 부인 [일어나서 벽난로 쪽으로 걸어간다.] 그렇다면 제 생각이 사실이군요! 아, 사실이었어요! 그럴 것 같았다니까요!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곧장 돌아와서는,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이리저리 걸어 다녔던 거예요. [벽난로를 향해 돌아선다.] 유령처럼 돌아와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을까요?
러프 [일어나서 매닝엄 부인에게 다가간다.] 지금부터 우리가 그걸 알아내야 하는 겁니다.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지붕이나 비상구 따위를 이용했을 테죠. 그렇게 겁먹은 얼굴은 하지 마세요. 부인의 남편은 유령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부인도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니랍니다. [잠시 침묵하다가] 그런데 부인은 어떻게 남편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매닝엄 부인 저 등(燈) 때문이에요. 가스등 말이에요. 불이 흐려졌다 밝아졌다 하거든요.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 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군요. 누구이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 말씀드리겠어요. [러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본문에서

“『가스등』은 여전히 최고의 스릴러 중 하나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미 1막부터 엄청나다.” -《타임》

“『로프』는 세월의 흐름을 잊게 할 만큼 아주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브닝 스탠더드》

상대방의 정신에 혼란과 불안을 끼쳐 스스로를 불신하고 자주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심리적 지배를 의미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유래한 작품 『가스등』과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인간의 오만과 자아도취를 극적으로 보여 주며 앨프리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된 『로프』를 함께 수록한 패트릭 해밀턴의 희곡집 『가스등』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문학의 귀재인 그레이엄 그린이 칭송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은 “심각하게 무시당해 온 작가”라고 한탄한 패트릭 해밀턴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19세라는 이른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과시한다. 특히나 인간의 취약성, 비겁하고 악랄한 본성,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자기만의 고유한 시각과 문장으로 포착할 줄 알았던 해밀턴은, 찰스 디킨스를 방불케 하는 동시대적 감각과 호흡이 담긴 작품을 여럿 남긴다.
그중 그에게 첫 성공을 안긴 작품은 바로 희곡 『로프』(1929)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큰 인기를 구가하며 연극 무대 위에 패트릭 해밀턴의 이름을 깊게 각인시킨다. 오직 관객만이 진실을 미리 알고 있는 살인 현장에서 한갓지게 흘러가는 디너파티와 니체적 허무주의에 물든 장광설이 오가는 풍경은 『로프』의 서스펜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당대에 “실존적 스릴러”라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앨프리드 히치콕을 단번에 매료했고 여전히 그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뒤이어 1938년에 발표한 희곡 『가스등』은 해밀턴에게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준다. 오늘날에는 조지 큐커가 감독하고, 세계적인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가스등」(1944)으로 더욱 친숙하지만, 당시(1941~1944)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1295회나 상연되었을 정도로 기록적인 흥행작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세계 각지의 무대 위에 오르고 있는 『가스등』은 20세기 희곡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저자

패트릭해밀턴

저자:패트릭해밀턴PatrickHamilton
1904년3월17일,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패트릭해밀턴은소설가이자희곡작가로,인간심리의복잡성,인간관계속에자리한외로움과상실감을예리하게간파하며심리스릴러와드라마장르에서두각을나타낸다.특히심리적조작과그로인한고립의위험성을포착한대표작『가스등(GasLight)』(1938)은연극무대에서뿐아니라,영화와뮤지컬로각색되며대중에게큰사랑을받는다.그밖에도2차세계대전시대의참상과고독을찰스디킨스풍의서사기법으로그려낸장편소설『행오버스퀘어(HangoverSquare)』(1941),『고독의노예(TheSlavesofSolitude)』(1947)를발표하며문단에서도호평을얻는다.하지만젊은시절부터시작한과도한음주탓에오래도록알코올중독과우울증에시달린그는,결국1962년9월23일,간경변증과신부전으로세상을떠난다.작가그레이엄그린은해밀턴의고유한글쓰기스타일을높이평가했으며,노벨문학상수상자도리스레싱은“심각하게무시당해온훌륭한작가”라고상찬했다.

역자: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미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교육학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뉴욕에거주하면서,번역에이전시엔터스코리아의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애니짐머만의『런던의마음치유상담소』,콜린후버의『베러티』,크리스토퍼엣지의『앨비의또다른세계를찾아서』,제임스맥브라이드의『어메이징브루클린』,버지니아울프의단편소설을엮은『블루&그린』등다수가있다.

목차


가스등
로프

출판사 서평

“최악으로끔찍한밤이라고요?아,아니에요.
가장멋진밤이죠.다른무엇과도비길수없는아주멋진밤이었어요.”

『가스등』은빅토리아시대의영국런던의한가정을배경으로시작한다.고급스러운가구로가득찬아늑한집안을배경으로,성실한하인들과아름답고점잖은한쌍의부부가눈에띈다.이상적인디오라마처럼보이는이가정에도차마말못할사정이있다.잘생긴외모에수완이좋아보이는매닝엄씨에겐단한가지걱정거리가있는데,바로아내벨라다.최근들어아내가자꾸물건을숨기거나기억을잃고,심지어반려동물을괴롭히고도시치미를뚝떼는등문제가이만저만아니기때문이다.게다가벨라에겐정신병을앓다가돌아가신어머니도있으니,아내집안에어떤내력이있을지도모르는일이다.그러나벨라역시억울하고당혹스럽기는마찬가지다.목숨을걸고맹세하건대,벨라는남편몰래액자를치운적도,강아지를학대한적도,영수증을잃어버린적도없기때문이다.하지만매닝엄씨는그녀더러미쳤다고으름장을놓으며,하인들앞에서망신을주거나,자꾸헛소리를하면이젠벌을주겠다는식으로거짓자백을받아낸다.그리고이렇게남편이화를내고집을떠나버리면어김없이,방안을비추던가스등이희미하게흔들리고,위층에선유령같은발소리가들려온다.이런끔찍한나날이계속이어지며,마침내벨라는스스로를의심하고두려워하게된다.

“사실은아주명확한동기를가지고있지.허영심.
바로허영심에서비롯한살인이니말이야.
살인자는자신이저지른일을입에올리고싶어서안달하게된다네.
우쭐대고싶거든.”

영국런던의최고급주택가,메이페어에위치한한집안이짙은어둠에잠겨있다.기묘한흥분감과불안에사로잡힌두사람의실루엣이언뜻보인다.키가크고조각처럼우아한생김새의브랜던은이제막재미있는게임을마친듯살짝들떠있고,가무잡잡하게그을린피부에아담한그라닐로는등불마저두려워할정도로벌벌떨고있다.그렇다,이두사람은방금살인을저질렀다.젊고순수하고건강한한청년을아무이유도없이,단지허영과허세를부리기위해밧줄(로프)로목졸라살해한것이다.늘의기양양한브랜던은살인쯤은식은죽먹기라며,누군가의목숨을희롱할수있다는사실에도취해있다.그런반면,그라닐로는죄의식에사로잡힌채,그동안숭배해온브랜던에게휘둘리며넋이빠져있다.그런데이들의기행은여기서끝나지않는다.자기들이죽인청년(로널드켄틀리)을커다란궤짝속에넣어두고,그위에만찬을차린뒤사람들을초대한것이다.심지어그청년의아버지까지불러서모욕하기로작심한브랜던은완전범죄에다가선스스로에게감동하는모습마저보인다.그러나한손님,염세적이지만삶을사랑할줄아는루퍼트카델이등장하면서부터현장의기류가요동치기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