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읽을마지막기회
-프루스트전공자의완역본,갈리마르플레이아드판번역,풍부한주석작업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모두7편에이르는연작소설로서,그분량을합하면몇천쪽에이르는방대한작품이다.2013년,「스완네집쪽으로」출간백주년을맞아민음사에서는프루스트의전권완역출간을준비중이다.국내에서는최초로‘프루스트전공자’인김희영한국외국어대학교교수가“프루스트전공자로서사명감과용기를가”지고번역에모든정열과노력을쏟은작품이다.
1985년국내에서처음으로번역된판본(1954년판)과는달리,1987년프랑스플레이아드전집판으로새롭게출간된판본을번역본으로삼았으며,현재까지도계속되고있는프루스트연구자들의주석작업,그리고중국과일본등여러국가판본들을비교,참고해서진행하는,그야말로프루스트의‘정본’이라고할만한번역본이다.
역자김희영교수는이번번역작업을통해“길고난해한”프루스트의문장을“최대한존중”하여“텍스트의미세한떨림”을살리는데중점을두었다고밝혔으며,“독자의이해와작품의올바른수용을위해최대한많은주석작업을통해문화적,예술적차이를극복하고자”했다고말한다.
■20세기최고,최대의소설
-프루스트를읽지않고소설을읽었다말할수없다
프루스트이전소설들의종착지이자,프루스트이후소설들의출발점이될만큼문학사에빼놓을수없는위대한작품으로평가받는마르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타임스》,《르몽드》등세계유력일간지에서20세기최고의소설로꼽히며,엘리엇,모루아,발레리,베케트,보부아르같은거장들뿐만아니라들뢰즈,리비에르,벤야민등의비평가,철학자들에게도큰영향을끼친소설이다.
17∼18세기소설들이인간내면보다는인간이몸담고있는사회의모습과거대한자연의힘을담아내려고했다면,프루스트는오로지‘인간’그리고그인간‘의식의흐름’그자체에생각과펜을맡긴채유례없이장대하고유려한대작을완성해냈다.
코르크로문틈을막고천식과싸우며14년에걸쳐써낸이작품은모두7편,몇천쪽에달하는이“20세기최대의문학적사건”은‘나’라는화자의성장과시선에따라한인간이품을수있는온갖사유를담아낸다.그속에유년기의기억,사랑과정념,질투와욕망,상실과죽음,예술,사회,문화,정치,역사등그야말로‘인간삶’의총체적인모습들이생생하게살아움직이며독자들로하여금“진정으로가장큰체험”(버지니아울프)을하게해준다.
“진정한삶,마침내발견되고밝혀진삶,따라서우리가진정으로체험하는유일한삶은바로문학이다.”라는프루스트의말처럼『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우리가‘소설’을통해얻고바라고체험하고희망할수있는모든것을담고있는작품으로,그누구도프루스트를읽지않고는소설을읽었다고할수없을것이다.
■유년,사랑,정념,예술,그리고죽음까지
-19세기를관통해20세기를거쳐오늘날까지이르는인간삶의총체적서술
프루스트는오랜시간에걸쳐대가들의작품을모작하거나번역하며이전세대모든문학과예술을책이라는공간으로끌어들이려고했다.이런그의시도는현대소설의선구자라는명칭뿐만아니라현대사유의중심에그를자리하게했다.독일문예비평가벤야민에따르면프루스트의소설에서중요한것은삶에서의실제‘체험’이아니라그런체험의“기억을짜는일”이며프루스트는낮동안짰던실을밤이면풀어헤치는‘텍스트’라는개념을누구보다도가장잘이해한작가다.텍스트의어원인‘직물’이라는단어가의미하듯,프루스트는“끝없는글쓰기”를통해끊임없이텍스트를짜고풀고덧붙이며한권의책속에우리모든삶을담으려했던것이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무엇보다사랑에관한담론이다.어린‘나’는스완의딸질베르트를짝사랑하고,스완은화류계출신여성오데트를욕망한다.어린소년의풋사랑,환상이라는옷을입고아름답게채색된첫사랑,엄마에대한소년의집착,질투로얼룩진욕망,그리고금기와죄의식에사로잡힌동성애등,이작품은온갖사랑의형태에따른아름다운,혹은비극적인서술로가득하다.
프루스트는사랑을‘그사람을소유하려는고통스럽고도미친욕망'이라고정의한다.우리가누군가를사랑하는것은곧그에대한완전한소유를의미한다.그러나타자를완전히소유한다는것은이세계의법칙으로는불가능하다.이런소유에대한욕망은주체를광기와혼미의소용돌이로몰고가며그리하여사랑의대상은쾌락의대상이아닌탐색과고통의대상이된다.그러나주체를사로잡는이강렬한질투의감정은부정적인것만은아니다.이감정은진실에대한열정을되찾게해주며비록그열정이사랑하는사람에게만관계되는부분적인왜곡된것이라할지라도마비된우리영혼을일깨워자신을돌아보게하며삶의진실에보다근접하게해준다.프루스트의소설은이처럼사랑또는정념에내재하는고통에의해주체가그불가능의지평을극복하고새로운삶을지향한다는점에서우리시대의가장아름다운사랑이야기라고할수있다.
스완에게고뇌를알게한것은바로사랑으로,사랑이고뇌를숙명적으로만들고,독점하고,특별하게만든것이다.그러나내경우처럼,사랑이아직우리삶속에그모습을드러내기전에고뇌가먼저마음속으로들어오면,고뇌는사랑을기다리는동안막연하고자유롭게,정해진목적없이,오늘은이감정에서다음날은저감정으로,어떤때는자식으로서의애정에,또어떤때는친구에대한우정으로표류한다.-작품속에서
외과의사의말대로그의사랑은더이상수술할수없는병이었다.-작품속에서
누구나사랑을하면더이상다른누구도사랑하지않게되는법이다.-작품속에서
또한화자는예술에대한성찰을멈추지않는다.스완은오데트를사랑하지않지만그녀가이탈리아르네상스시대화가보티첼리의그림에나오는여인과닮았다고생각하는순간사랑에빠진다.콩브레시골부엌하녀는지오토의「우의상」에나오는처녀‘자비’와흡사하다.뿐만아니라모네와마네,터너,그리고베네치아유파의카르파초등도작품속에자리한다.
음악역시셸링과쇼펜하우어등독일낭만주의철학에영향을받은뱅퇴유의등장을통해그“말로표현할수없는”(하지만프루스트의유려한문체로말해지는)세계를탐색한다.
이처럼생시몽,라신,발자크,플로베르,보들레르로이어지는문학가들,지오토,카르파초,베르메르,렘브란트,휘슬러,모네,르누아르등의화가들,그리고바그너,드뷔시,생상스,프랑크같은음악가들,뿐만아니라성당과채색유리,종탑,장식융단과보석세공,의복,화장,사진,요리에이르기까지문화와예술전반에걸친성찰과섬세한묘사는“총체적예술로서의문학이미지”를구현한다.
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한소년의유년기를거쳐사랑을알게되고,예술을향유하며한시대를살아나가는,그럼으로써인간내면과삶의총체적모습을담고있는기념비적인대하소설이라할수있을것이다.
■이책에쏟아진찬사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조이스의『율리시스』와더불어20세기2대걸작중한편이다.이들을읽지않고문학을논할수없다.”-T.S.엘리엇
“세상에는두종류의사람,프루스트를읽은사람과읽지않은사람만이있다.”-앙드레모루아
“생명력이가득넘쳐흐른다.”-폴발레리
“한없이다시읽고또읽고싶은작품.”-시몬드보부아르
“진정으로내게가장큰체험은프루스트다.이책이있는데과연무엇을앞으로쓸수있단말인가?”-버지니아울프
“한인간삶의가장완벽한재현.”-알랭드보통
프루스트전공자의번역으로새롭게만나보는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1.시대,인물,문화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한정확한텍스트번역
오늘날의의미와다르게사용되는단어의이해를위해당시발간된사전이나자료를활용하였다.이를테면게르망트부인이착용한목장식(cravate)을목도리또는넥타이로,르그랑댕이맨넥타이(lavalliere)는나비넥타이로옮긴번역본이있는데,이는넥타이변천사를이해하지못하고오늘날의사전적인의미를그대로적용한데서오는오류다.이런어휘상의오류는종종텍스트의모순을야기하여나비넥타이가“자랑스러운고립과고귀한독립의깃발처럼그의가슴에서계속팔락거린다”고표현된다.
또는화자가어린시절책을읽던덮개달린버드나무의자(guerite)는움막또는파수막으로번역되기도했는데,사실조그만시골정원에파수막이있을수있는지의문을던지게한다.2편에나오는카바레(cabaret)라는단어도마찬가지다.카바레란단어가당시에는고급레스토랑을의미하는데도그냥‘카바레’로옮긴것은인물성격규정에혼란을자아낸다.프랑수아즈의요리를칭찬하기위해,그것도가장신중한언어를사용한다는외교관입에서‘카바레’음식을비교하는부분은독자를어리둥절하게만든다.
이런시대적인풍습과프랑스어의다의성에대한이해부족에서비롯되는대표적인오역이작품앞부분에나오는콩브레종소리장면이다.손님이울리는작은종소리와문이열릴때나는요란한쇳소리,그리고이런소리를내지않기위해집안사람이‘연결장치를벗겨일부러소리가나지않게’한다는부분이다.당시에는전기가보편화되지않아서문에종을달고끈을당겨종소리를울렸는데단순히sonner라는동사를‘소리내지않고’로번역하거나,declencher라는단어를‘걸쇠를벗기다’라는한가지의미로만잘못규정한것이다.
사실이문단은손님들이들어올때는줄을잡아당겨수줍은듯조용한종소리가나지만,집안식구들은끈을잡아당기지않고그냥문을열어요란한쇳소리가난다는이분법적인대립을통해내부인과외부인사이에존재하는극복할수없는간극을보여주는대목이다.또한이는토요일이면점심식사를한시간앞당겨그런사실을모르는사람들을‘야만인’취급하는콩브레사람들의‘편협한국수주의’로귀결되는데,이와같은폐쇄적인콩브레의지형도는훗날작품이진행되면서드레퓌스사건으로인한유대인배척파와유대인지지파,1차세계대전때에는국수주의자와친독파로확대되면서20세기초반의그소용돌이치는사회상으로연결된다.작품의의미작용에핵심적인단초가되는부분이오역으로그의미가가려져버린단적인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번역이프루스트를우리나라에알리는데큰기여를했다는것은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2.작품의이해를돕는풍부한각주
더욱이[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예술에대한작품이다.문학,음악,미술,연극,건축,조각등고대에서중세를거쳐현대에이르기까지모든장르를망라한예술에대한성찰이담겨있어서양문화와예술사를잘모르는독자들은작품을이해하는데에어려움이있을수있다.
성경이나신화,다른예술작품에대한암시가독자에게불러일으키는반응은서구독자와다를수밖에없지만그차이를최소화하기위해주석작업이반드시필요하다.루이16세나중세,루이15세,제정시대의실내장식품이나고대조각,르네상스시대미술에대한설명없이는스완과오데트의대화를이해하기가힘들다.이런맥락에서기존번역서들이1986년이후새로이발간된판본을참조하지못한것은커다란결점으로지적될수밖에없다.많은주석을단새로운프랑스판본들은,프랑스독자들역시프루스트를이해하기위해서는문화,예술에대한지식이필수적임을시사한다고할수있다.더우기서양미술사나종교사에대한지식이없는우리독자들에게는더욱필수적이라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주석의필요성을말해주는한대목을예로들어보면「스완네집쪽으로」의서두에서켈트족의윤회설에대한언급이나온다.이부분은작품의마지막에이르면“드루이드승려의관을쓴떡갈나무”로회귀한다.이렇게켈트족종교인드루이드교의떡갈나무로작품을마무리한것은기억에의한부활의이미지를각인하고작품의순환적인성격을강조하기위한것으로,드루이드교가무엇인지모른다면이해할수없을것이다.
3.읽기좋으면서도생생하게살려낸프루스트의호흡
번역이란작품의문학성과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