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잎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썩은 잎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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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술적 사실주의의 지평을 연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제적 데뷔작!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데뷔작 『썩은 잎』. 현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집필을 마친 뒤 칠 년여에 걸쳐 세상에 소개되지 않았던 전설적인 데뷔작으로,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거대한 시스템이 초대한 부정과 부패, 거부할 수 없이 치명적인 사랑과 죽음, 기나긴 세월 동안의 고독, 서로 다른 도덕과 경험이 부딪치며 만들어 내는 격렬한 순간, 이 모든 것을 시공간을 사용한 퍼즐 맞추기처럼 환상적이고도 생경한 풍경으로 그려냈다.

1928년 9월 12일 오후 두시 삼십 분부터 세 시까지, 이제는 은퇴한 대령 한 사람, 남편에게 버림받은 대령의 딸, 그녀의 열 살짜리 아들이 함께 앉아 있는 그 시간은 기이할 정도의 고독과 적막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밤, 대령의 친구인 ‘의사’가 세상을 떠났고 이 세 명은 의사의 시체가 마을 묘지로 향하기 전 시체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체는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쳐 망자의 안식을 취할 수 없게 된다.

의사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이유로 신의 대리인인 마을 사제도 묘지 매장을 반대하고 나섰으며, 의사가 정치적인 혼란기에 시민의 편에 서서 민중 봉기 부상자들을 치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을의 대표인 읍장도 반대에 표를 들었던 것이다. 시간이 영원히 멈춰 버린 듯한 공간 안에서 아버지와 딸과 손자는 저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일들을 되새기며 사람과 사건과 역사들 사이에서 거미줄처럼 이야기를 확대해 나간다.
저자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

저자: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

1927년콜롬비아의아라카타카에서태어나외조부의손에서자랐다.스무살에콜롬비아대학교에서법률공부를시작하지만정치적혼란속에서학교를중퇴하고자유파신문인《엘에스펙타도르》에서기자생활을시작한다.1954년특파원으로로마에파견된그는본국의정치적부패와혼란을비판하는칼럼을쓴것을계기로파리,뉴욕,바르셀로나,멕시코등지로자발적망명생활을한다.1955년첫작품『썩은잎』을출간한다.그후『아무도대령에게편지하지않다』,『불행한시간』등저항적이고풍자정신이넘치는작품을발표한다.1967년그의대표작『백년의고독』을집필하고로물로가예고스국제문학상을수상한다.1982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다.자신의작품세계와라틴아메리카의현실을통찰한수상연설「라틴아메리카의고독」을통해전세계문인들로부터‘마술적사실주의의창시자’라는헌사를받는다.이후발표한『콜레라시대의사랑』을통해다시금작품성과대중성을동시에인정받았다.그밖의작품으로『족장의가을』,『순박한에렌디라와포악한할머니의믿을수없이슬픈이야기』,『미로속의장군』,자서전『이야기하기위해살다』등이있다.평단의찬사와독자의사랑을받으며끊임없이현역으로글을써오던그는2014년향년여든일곱살로타계했다.



역자: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했다.콜롬비아카로이쿠에르보연구소에서석사학위를,하베리아나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하고전임교수로재직했다.현재울산대학교스페인중남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보르헤스의미로에빠지기』등이있고,옮긴책으로『붐그리고포스트붐』,『거미여인의키스』,『탱고』,『콜레라시대의사랑』,『내슬픈창녀들의추억』,『꿈을빌려드립니다』,『모렐의발명』등이있다.

목차

썩은잎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삶을살아가는한,우리모두를찾아오는근원적인고독
어느죽음을둘러싼삶의이야기를통한고독의성찰

1928년9월12일오후두시삼십분부터세시까지,이제는은퇴한대령한사람,남편에게버림받은대령의딸,그녀의열살짜리아들이함께앉아있는그시간은기이할정도의고독과적막으로가득차있다.
지난밤,대령의친구인‘의사’가세상을떠났고이세명은의사의시체가마을묘지로향하기전시체를지키고있었다.그러나시체는사람들의반대에부딪쳐망자의안식을취할수없게된다.의사의죽음이자살이라는이유로신의대리인인마을사제도묘지매장을반대하고나섰으며,의사가정치적인혼란기에시민의편에서서민중봉기부상자들을치료하지않았다는이유로마을의대표인읍장도반대에표를들었던것이다.
시간이영원히멈춰버린듯한공간안에서아버지와딸과손자는저마다과거와현재와미래의일들을되새기며사람과사건과역사들사이에서거미줄처럼이야기를확대해나간다.

우리는죽은사람이있는집으로갔다.굳게닫힌방은더위로숨이막힐지경이다.거리에서태양이이글거리는소리가들린다.공기는콘크리트처럼꼼짝하지않는다.강철판을비롯해모든것을뒤틀어버릴수도있다는인상을준다.시체가놓인방은여행가방냄새가나지만,나는어느곳에서도그런가방을볼수없다.구석에그물침대하나가있다.그한쪽끝이고리에매달려있다.쓰레기냄새가풍긴다.우리는망가지고거의깨져버린것들로둘러싸여있다.
―본문중에서

이제나는읍장이마을사람들의깊은증오심에동조하고있다는걸안다.그것은십년동안쌓여온감정이다.그것은마을사람들이부상자들을진료실문앞으로데려와소리쳤을(의사가문을열지않고집안에서말했기때문에)때부터시작되었다.사람들은의사에게소리쳤다.“의사선생님,이부상자들을돌봐주세요.다른의사들은치료해주려고하지않아요.”그런데도문은열리지않았다.
―본문중에서

바나나회사가마을에들어오면서‘썩은잎’처럼변한사람들,모든부정한것들에서자기자신을유폐한어느기인,기묘한애정의화신이자소문의주인공인원주민하녀,부유하고아름답던시절에대한회상과세상의적개심에노출된무력감,바람에부유하는낙엽처럼수많은이야기와생각과감정이종횡무진펼쳐지는가운데마침내소설의시곗바늘은세상에서가장고독한죽음과그죽음을지키며각자의고독을견디는세사람을가리킨다.친구이자이웃이었던의사를위하여적개심에불타는마을사람들을향해밖으로나가려는그순간,오후세시.이책을펼친독자모두마지막장을덮는순간자신의삶에서가장고독한‘결정적순간’을경험하게될것이다.

■2014년타계한현대의거장이보여주는‘문학의원점’
가르시아마르케스의천재성을증명하는탁월한데뷔작

데뷔작은작가의천재성을증명하는데매우유효한단초이다.한사람의독자에서한사람의작가가되는순간,앞으로의운명을결정하는첫작품이기때문이다.그리고노벨문학상을수상하며전세계에라틴아메리카문학의‘붐’을일으켰던불세출의거장가르시아마르케스의이‘데뷔작’은결론부터말하자면처음부터완성된작가였던그의천재성을훌륭하게증명하고있다.
스타일,세계관,상징까지작가의작품세계를구성하는수많은요소들을데뷔작에서명료하게찾아내기란쉬운일이아니다.그러나이작품은강렬한이미지와막힘없는스토리텔링,책장을넘기는손을멈추지못하게하는탄력적인구성등가르시아마르케스특유의스타일이이미일정부분정립되어있을뿐만아니라생의터전이자삶의원류인가상의지역마콘도,일가를거치며내려오는연대적인역사의서술,거대자본이가져온파국의양상,치명적이고절대적인사랑,인간본연의고독등그가일관되게천착해온주제의식이생생하게살아있어놀라움을더한다.
이작품의진가는『백년의고독』,『콜레라시대의사랑』등무수한베스트셀러로전세계독자들의사랑을받는한편,높은문학적성취로평단과문단의갈채를받으며‘작가의작가’로이름을남긴가르시아마르케스의소설적토대를최초로한눈에조망할수있는작품이라는데에있다.또한마콘도라는마술적세계로들어가는길잡이로서,21세기독자들을포함한수많은세대를사로잡은마콘도세계를구체적으로처음다루었으며,마술적사실주의를이해하고그세계로들어가는데필수적인작품이기도하다.
매혹적인필력으로읽는이의마음을사로잡아온우리시대거장가르시아마르케스,그의이‘마술적’인데뷔작은환상적이고마법같은저기나긴이야기의‘원류’를만나는기회를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