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른 아버지 (이주란 소설)

모두 다른 아버지 (이주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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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물하나에 뭘 했더라? 남자에게 차여 식음을 전폐한 뒤 말라 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군.”
능청스러운 입담 속 서늘한 통찰로 새로운 가족 서사를 쓰는 이주란의 첫 번째 소설집.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이주란의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주란은 도시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낙담과 자학이 섞인 넉살로 재현해 왔다.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신세 한탄이 아닌 뻔뻔스러운 농담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능청스러움이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로 문단에 존재감을 드러낸 이주란의 첫 소설집은 웃음과 씁쓸함이 수시로 교차된다. 찰리 채플린에게 삶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다면, 이주란에게 삶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포착된 희극과 비극의 뒤섞임이다. 쓴웃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주란만의 오묘한 비감이 소설집의 유머러스한 핍진성을 완성시킨다.
저자

이주란

저자이주란은1984년경기도김포에서태어났다.추계예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

목차

윤희의휴일
모두다른아버지
에듀케이션
누나에따르면
선물
몇개의선
우리가이렇게함께
참고인

작가의말
작품해설
차갑고치열한심정으로_백지은(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주란식업둥이의탄생
[모두다른아버지]의주요모티프는가족으로,이주란의가족서사는다양한방식으로‘가족’을무너트린다.그무너짐의시작에“모두다른아버지”들이있다.이주란소설에등장하는아버지들은‘나’와이복형제들에게모두똑같은이름을지어주거나,편의점직원에게폭력을휘둘러한쪽눈이나멀게한다.이문제많은아버지들은징그러우면서도우스꽝스럽고두려우면서도한심하다.이주란특유의입담으로희화화되는아버지라는대상은더이상어떤권위도지니지못한다.가부장중심의전통적인가족의연결고리는아버지의몰락을통해느슨해진다.
그틈을뚫고이주란식의‘업둥이들’이탄생한다.이업둥이들은부모라는성역을무력화하며자신의근원을부정하지만,동시에자신과같은부모에게서태어나함께고통받은자매(형제)만은가족으로인정하는이중성을보인다.이주란의소설속인물들을가족으로연결시키는것은몸속에흐르는피가아니다.가족구성원으로부터받은고통에대한공통된경험이다.혈연이라는질긴믿음을허상으로만들면서무너트린가족의자리에는고통으로새롭게형성되는가족이있다.

■나의것이아닌삶을살아가기
이주란의소설은농담과거리두기로삶을견디는사람들을보여준다.소설속등장인물들은마치타인의인생에촌평을더하는것처럼“내인생은내인생이아닌것같다”고서슴없이말한다.그들은인생이‘나’의소유가아니니이대로가난하고지질하게살거나,삶을포기해도된다는듯이무기력하게군다.이때소설속인물들이내비치는무기력함은희망에속지않고불행에잠식되지않기위한방어막이다.이들은태어날때부터운명적으로함께한가난과불행을똑바로응시하지않는다.한눈을팔면서자신이계속살아갈수있는소소한이유들을찾는다.「에듀케이션」에서‘나’는“다음선거를기다리면서내가할수있는일이살아있는것말고무엇인지생각했다.”고말한다.「참고인」에서의‘나’는“앞으로는절대희망적인글을쓰지않으리라”다짐한다.‘다음선거’와‘앞으로는’이라는말속에든미래는여전히밝지않지만그럼에도살아가는것을포기하지않는다.이주란의소설이미래를기다리는방식이란“이번생은망했어”라고말하면서도지금보다는나은미래를소심하게기다리는우리의현재와닮았다.

■느슨하면서도매력적인‘백치’들의목소리
자학적인농담들이곳곳에산재한이주란의문장은의식의흐름을그대로옮겨놓은듯어디로튈지예상불가능한독특한리듬으로전개된다.소설의등장인물들은거리낌없이자신을멍청하다말하고,사랑받지못하는자신을체념한다.마치스스로를보호할줄모르는백치처럼자신의부끄러운모습을내보이는데주저함이없다.이주란은우리가일상에서사용하는언어를고스란히소설로가져와‘백치의언어’를발명한다.일말의엄숙함도들어설자리를만들지않는능청스러운문장들로삶의지난함을끄집어낸다.아무렇지않다는듯가볍게말할수록삶의균열은더선명해진다.이주란의백치들이우리주변에실존하는누군가로느껴지는순간,문학과현실의경계는허물어지고희극과비극은뒤섞인다.

■수록작품소개
「윤희의휴일」
윤희는추어탕집에서서빙을하며홀로딸을키운다.이혼한전남편이진빚을갚으며딸과둘이서단촐하게살아가지만윤희는삶이점점버겁게느껴진다.딸이자랄수록무거워지는엄마로서의책임이벅차고,아무리일해도줄어들지않는빚은아득하다.거기에집주인인80대노인의추근거림까지더해져윤희를삶의끝으로내몬다.

「모두다른아버지」
‘나’는이복오빠인‘인성’으로부터아버지가요양병원에입원했다는소식을듣고강화도로향한다.아버지는‘나’의어머니외에두명의여자와더결혼했는데이복남동생들의이름을모두‘나’와똑같은수연으로지었다.‘나’는일면식도없는이복형제들과둘러앉아술을마시며아버지에대해이야기한다.분명같은아버지를두었음에도기억속아버지의모습은마치다른사람인듯다르다.

「에듀케이션」
공장에서버리는오염물질로환경오염이심각해진김포에서화자인‘나’는꿈도없이집안일을하며허송세월을보내고있다.한때동네에서못말리는날라리로유명했던‘나’지만지금은노량진에서공무원시험을준비하는남동생과사촌동생의뒷바라지를하며미래를고민한다.그런‘나’에게고모는2주에한번부모와떨어져교육시설에서사는진호를돌봐달라고부탁한다.

「누나에따르면」
‘나’와누나는섬이북한으로부터폭격을받았을때여관에함께있었다.좋아하는여자가언제나내가아닌다른사람을좋아한다는푸념에누나는나를“시정마같은새끼”라고부르며한심해할뿐이다.나는아직동정이고,누나를좋아하며,누나와자고싶지만누나는내마음을받아줄생각이없다.폭격을받은후에도누나와나를포함한마을사람들몇몇은섬을떠나지않았다.폭격이라는커다란사건을겪은뒤에도무엇하나변하지않는누나와‘나’의삶은권태를넘어이제두렵기까지하다.

「선물」
‘나’와언니는스스로를유폐한것처럼집안에만틀어박혀지낸다.한때는여느평범한자매들과같았다.엄마와두자매로이루어진세식구만으로도충분히행복하고단란했다.그렇기에아버지의비보를들었을때에도일상은흔들리지않았다.그러나아버지가편의점에서폭력을휘둘러한쪽눈을실명시킨여자아르바이트생이찾아오면서자매의삶은어그러지기시작한다.

「몇개의선」
‘나’에게는꼭한번해명하고싶은순간이있다.함께글을쓰고읽었던7년전죽은대학동기에관한것이다.‘나’는사람들과잘어울리지못하고,언제나자기만의세계에빠져있던그를싫어했다.그러나그는젊은나이에이른죽음을맞이했고,나는그의장례식에화려한옷을입은채참석하여마지막순간까지그를존중하지않았다.나는그날이후그와함께한순간들을회상하며,사라지지않는죄책감으로그에대한글을써나간다.

「우리가이렇게함께」
경찰이었던아버지는불명예스러운해임이후시골로내려가홀로칩거한다.어머니는그런아버지를다시가족의곁으로불러들이기위해한해의마지막날‘나’와언니를데리고아버지를찾아간다.언니는아버지와함께있을때마다불편한기색을숨기지않고,아버지도그런언니를어려워한다.가족이모두함께모여있지만여전히산발적으로흩어져있는것처럼대화는어긋나고,분위기는어색하다.

「참고인」
‘나’는아버지와언니에게호주로워킹홀리데이를떠난다고하며집을나왔지만사실은파주에살고있다.거짓말까지하며집을나온계기는사귀었던남자에게전화로일방적으로받은이별통보때문이었다.임신한언니는내가호주에있다고생각하며메일을보내지만,‘나’는답장을보내지않는다.그러던중언니의메일을통해지인들과함께낚시에갔던아버지가지뢰를밟아발목이날아가고,살인사건의참고인으로조사받았다는소식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