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기행 (옛사람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읽기)

내면기행 (옛사람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읽기)

$27.15
Description
이끼 낀 묘비를 더듬어 읽으며 다가올 나의 죽음을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정
“죽음에 대처하기 어렵다.(處死者難)” 사마천 〈사기〉의 말이다. 동양의 현자들은 죽음이 나를 무로 이끈다는 사실에 직면했기에, 그에 대한 담론을 펼치며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는 했다. 죽음이 가져올 내 존재의 무화(無化)를 극복하는 강력한 기획이 바로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쓰는 일이다. 이 책 〈내면기행〉은 한문학자 심경호 교수의 안내를 따라 58편의 자찬묘비(自撰墓碑)를 읽는다. 고려 시대의 조촐한 비석에서 조선의 대학자가 극구 단순하게 남긴 묘비를 거쳐 구한말 이국의 땅에 묻힌 지식인의 묘지까지, 옛사람의 죽음과 삶을 읽는 일은 곧 나의 죽음, 나의 삶을 깊이 생각하는 일이 된다.
저자

심경호

1955년충북음성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국문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일본교토대학문학연구과박사과정(중국문학)을수료하고교토대학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고려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1998년국문학연구회논문상,2002년성산학술상,2006년시라카와시즈카기념제1회동양문자문화상,2011년연민학회학술상을수상했으며한국학술진흥재단(현한국연구재단)선정제1회인문사회과학분야우수학자로뽑히기도했다.
이책『내면기행』은『한시기행』,『산문기행』,『나는어떤사람인가:선인들의자서전』과함께옛사람의자취를찾아떠나는기행연작의첫째권으로,2010년우호인문학학술상을수상했으며영어,독일어,중국어로번역출간될예정이다.
저서로『강화학파의문학과사상』(공저),『조선시대한문학과시경론』,『국문학연구와문헌학』,『다산과춘천』,『한문산문미학』,『한국한시의이해』,『한시의세계』,『한시의서정과시인의마음』,『김시습평전』,『여행과동아시아고전문학』,『국왕의선물』,『참요』,『한국한문기초학사』(전3권),『자기책몰래고치는사람』,『책,그무시무시한주술』,『오늘의고전』,『김삿갓한시』(근간),『안평』(근간)등이있다.역서로는『심경호교수의동양고전강의논어』(전3권),『주역철학사』,『불교와유교』,『일본한문학사』(공역),『금오신화』,『한자학』,『역주원중랑집』(공역),『한자백가지이야기』,『선생,세상의그물을조심하시오』,『증보역주지천선생집』(공역),『서포만필』,『삼봉집』,『동아시아한문학연구의방법과실천』등이있다.

목차

책을엮으며

1현달하지않은것도아니고오래살았다고도할만하다―김훤,[자찬묘지(自撰墓誌)]
2청풍명월을술잔으로삼아장사지냈다―조운흘,[자명(自銘)]
3나는망명하여도피한사람이다―조상치,[자표(自表)]
4시끌시끌한일일랑도무지긴치않다―박영,[묘표(墓表)]
5[감군은]곡을늘타다가천수를마쳤노라―상진,[자명(自銘)]
6모욕과칭송도없어지고남은것은흙뿐―이홍준,[자명(自銘)]
7시름가운데즐거움있고즐거움속에시름있도다―이황,[자명(自銘)]
8대의가분명하기에스스로믿어부끄러움이없다―노수신,[암실선생자명(暗室先生自銘)]
9시신을소달구지에실어고향에묻어다오―성혼,[묘지(墓誌)]
10벼슬에는뜻을끊고농사에마음을기울였다―송남수,[자지문(自誌文)]
11느긋하고편안하게내명대로살았다―홍가신,[자명(自銘)]
12나홀로나를알뿐―권기,[자지(自誌)]
13죽은뒤에나그만두리라―이준,[자명(自銘)]
14담백하고고요하게지조를지켰노라―김상용,[자술묘명(自述墓銘)]
15그비루함이나를더럽히지나않을까염려했다―윤민헌,[태비자지(苔扉自誌)]
16슬픔과탄식없이편안한삶을누렸도다―한명욱,[묘갈(墓碣)]
17뜻은원대하지만명이짧으니운명이로다―금각,[자지(自誌)]
18대부가직분을유기했다면장사지낼때사(士)의예로한다―이식,[택구거사자서(澤?居士自敍)]
19인간의모든계책은그림자잡으려는것과같다―김응조,[학사모옹자명병서(鶴沙?翁自銘幷序)]
20서른을넘긴뒤로는다시는점을치지않았다―박미,[자지(自誌)]
21허물을줄이려했지만잘되지않았다―허목,[자명비(自銘碑)]
22몸이한가롭기에일또한한가롭다―이신하,[자지문(自誌文)]
23마음으로항복하지않겠다―박세당,[서계초수묘표(西溪樵?墓表)]
24이것이거사가반생동안겪은영욕이다―이선,[지호거사자지(芝湖居士自誌)]
25뒤뚱뒤뚱넘어지고큰재앙이이어져놀라웠을뿐―유명천,[퇴당옹자명(退堂翁自銘)]
26노새타고술병들고나가서돌아오는것을잊었다―남학명,[회은옹자서묘지(晦隱翁自序墓誌)]
27감암에서야위는것이마땅하다―이재,[자명(自銘)]
28선영아닌딴곳에장사지낸다면눈을감지못하리라―김주신,[수장자지(壽葬自誌)]
29이처럼살다가이처럼죽어,태허로돌아가니무어걸릴것있으랴―박필주,[자지(自誌)]
30입조한30년동안좌우에서돕는자가없었다―이의현,[자지(自誌)]
31슬픈일이반이고웃을일이반이다―권섭,[자술묘명(自述墓銘)]
32허물과모욕이산처럼쌓여있다―유척기,[미음노인자명(渼陰老人自銘)]
33뼈야썩어도좋다―김광수,[상고자김광수생광지(尙古子金光遂生壙誌)]
34화합을주장하던내가세상의죄인이되었다니―원경하,[자표(自表)]
35재주있음과없음사이에서노닐었다―남유용,[자지(自誌)]
36천명을즐기거늘무엇을의심하랴―조림,[자명병서(自銘幷序)]
37어리석다는평은정말말그대로가아니랴―임희성,[재간노인자명병서(在澗老人自銘幷序)]
38으레그러려니하며웃어넘겼다―강세황,[표옹자지(豹翁自誌)]
39나죽은뒤에큰비석을세우지말라―서명응,[자표(自表)]
40사람됨이보통사람보다못했다―정일상,[자표(自表)]
41나역시세속적인것을면치못했다―조경,[자명(自銘)]
42갈아도닳지않는석우가있다―오재순,[석우명(石友銘)]
43행적이우뚝하고마음이허허로워탕탕한사람이아닌가―김종수,[자표(自表)]
44기쁨과슬픔을헛되이쓰려하지않았다―유언호,[자지(自誌)]
45깨닫고보니죽음이가깝다―유한준,[저수자명(著?自銘)]
46썩은흙과함께스러지리라―이만수,[자지명(自誌銘)]
47이름이나자취나모두스러지게하련다―신작,[자서전(自敍傳)]
48나라의은혜를갚으려면먼저제몸을지켜야한다―남공철,[사영거사자지(思潁居士自誌)]
49하늘은나를버리지않고곱게다듬으려했다―정약용,[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광중본(壙中本)
50산다는것이이처럼낭비일뿐이란말인가―서유구,[오비거사생광자표(五費居士生壙自表)]
51올해의운이가버렸구나―서기수,[자표(自表)]
52전형이여기서인몰될까두렵다―유정주,[자지(自誌)]
53남들은나를늙은농사꾼으로대해주지않는다―이유원,[자갈명(自碣銘)]
54백세대뒤에라도옹의실질을알리라―김평묵,[중암노옹자지명병서(重庵老翁自誌銘幷序)]
55문을닫아걸고의리를지켰다―전우,[자지(自誌)]
56나라가망하자사흘동안흰옷을입고슬픔을표했다―김택영,[자지(自誌)]
57행적의글을스스로지어후손에게밝힌다―유원성,[모옹자명(帽翁自銘)]
58일본의신민이될수는없소―이건승,[경재거사자지(耕齋居士自誌)]

보론자찬묘비ㆍ묘지와자찬만시
원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광대한학문세계와깊이있는번역으로정평이난
한문학자심경호교수의주저〈내면기행〉
영어,독일어,중국어로번역출간예정

광대무변한동양고전의엄밀한연구와탁월한번역으로정평이있는한문학자심경호고려대교수의〈내면기행〉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
한문학연구의기초를수립한〈한국한문기초학사〉(전3권)에서동양고전의정수를풀이한〈심경호교수의동양고전강의:논어〉(전3권),명나라말의문호원굉도의전집을한중일최초로역주한〈역주원중랑집〉(전10권)까지저자의저·역서는70여종을헤아린다.그중에서도이책〈내면기행〉은주저로꼽히는‘기행’연작의첫째권으로,2010년우호인문학상을수상했다.영어,독일어,중국어로번역출간을앞두고10년만에펴내는개정증보판에는학문의원숙기에접어든저자의공력이온축되어있다.
김시습이라는비범한개인의생애와사상을탐구한〈김시습평전〉으로높은평가를받은심경호교수는역사인물을서술하는방법론에오래천착해왔다.사적의나열에그치지도,픽션에빠지지도않기위해객관적검증과주관적논평을종합하는평전서술의예를보여주는〈내면기행〉은곧58편의자찬묘비·묘지와함께읽는58인의인물열전이다.개정판에서는작가의생년기준으로연대순배치해고려에서조선말까지의역사적흐름속에서한사람이어떠한정치적행동을하고어떠한마음을지녔는지알수있다.
권기,유명천,유정주,전우,유원성등의자찬묘비가새로소개되며,근세이전자서전적글쓰기의흐름에대해서술한보론은저자의최근연구성과를반영했다.민음사에서새로선보이는본문디자인은독서에부담이가지않도록서체의크기와판면을세심하게만들었으며침상에서나여행길에서나동반할수있도록간소하게장정했다.

“근심과즐거움다하고
모욕과칭송도없어지고
남은것은흙뿐”

죽음에대면하여자신의삶을써내려간
자찬묘비(自撰墓碑)ㆍ묘지(墓誌)의세계

“우물쭈물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버나드쇼의묘지명으로널리알려져있는구절이다.“나는아무것도바라지않는다.나는아무것도두려워하지않는다.나는자유다.”이는〈그리스인조르바〉로유명한니코스카잔차키스의묘비에새겨져있다.일상속에묻혀있던우리가문득삶에대해,혹은죽음에대해생각하게하는묘비명들이다.
두서양작가의묘비명이20세기에쓰였다면,자신의묘비명을직접짓는전통은동양에서실로2000여년을거슬러올라간다.동양의현자들은간단하게달관한것이아니다.죽음뒤의구원보다죽음자체에직면했기에,그공허와두려움을극복하고자사생(死生)의의미를깊이성찰했다.죽음을앞에두고오히려‘어떻게살아야하는가’의물음을던진글쓰기가살아있으면서자기의묘비를미리짓는자찬묘비다.자찬묘비·묘지연구의권위자인심경호교수는이름없는선비에서이황·정약용·서유구등한국의근대이전지식인들이남긴58편의묘지명을한편씩읽으며옛사람의내면세계를탐사한다.
고백의기술이전승된서양과달리근대이전동양의자찬묘비·묘지에는숨은욕망,죄의참회,마음속비밀등이선명하게드러나지않는다.그러나자기자신의죽음을예상하며적는글이기에가문과이념에파묻히지않고,그순간그시대에종속되지않고내면을비교적자유롭게말할수있는언설의장이열린다.찬찬한문헌고증의바탕위에서문면속에담긴옛사람의마음을들여다보는저자를따라가면하루하루외면했던타인의죽음,나의죽음을생각하는가운데삶의의미가되찾아진다.

우리는매일잠자리에서일어나세수를하고는곧바로세간과수작한다.일상의삶을달가워하면서이세계가결함계라는사실을의식조차하지못한다.하지만생사의문제가
중대하다는점을환기하고섣달그믐이가깝다는사실을깨닫는순간,나는어디에서왔고또어느곳으로가는것일까하는물음에맞닥뜨리게된다.
한국의근대이전지식인들도영원한것에도달하지못한다는사실을깨닫고번민했으며,바로그어둠속에서자기자신을되돌아보는빛을찾아내어죽음으로부터살아돌아왔다.슬픔이저며오기도했지만,음울함속에서죽어가지는않았다.그렇기에선인들이자기의죽음을예상하면서쓴묘비와묘지에는우리의마음을흔들어놓을것들이담겨있다.─「책을엮으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