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또같이:초기역사와시간축문제
1999년,독일작센안할트주의네브라인근미텔베르크에서청동제원반이발견되었다.기원전1600년무렵의것으로추정되는이원반은하늘의움직임을담은것중에서가장오래된인공유물로밝혀졌다.이유물은당시사람들이천체를놀라울정도로정확히관측했음을보여준다.
인류의역사전체를살펴보고자한다면전지구적관점에서비교하는것이필수적이다.그런데지금으로부터약3600년전에독일에서네브라하늘원반(NebraSkyDisk)이만들어지고있을때인더스문명은전성기를이미지난상태였음을,라피타문화의사람들이태평양의섬들로진출하고있었음을아는사람은몇이나될까?게다가이모든사건은아무런인과관계가없다.우연하게도비슷한시기에일어났을뿐이다.
선사시대를다루는역사가가직면하는문제는이뿐만이아니다.네브라하늘원반은유럽전역에서나온재료들로만들어졌다.예를들면몸체는동알프스산맥의구리로만들어졌는데,초기청동기시대에광범위한상업거래망이존재했음을짐작하게해준다.그렇다면당시의중부유럽에‘세계화’같은용어를적용할수있을까?
인류의초기역사는시간축의특성을고려하고읽어야한다.국가간,대륙간에나타나는차이를지나치게강조할필요는없다.하지만농업,도시,전쟁,이주,무역같은포괄적주제로묶어느슨하게설명하려는경향에도저항해야한다.긴밀하게연결된오늘날과는다르게,서로의존적이지않은것처럼보이는사건들의원인과연관성을명확하게밝혀내는것이바로초기역사를이해하는방법이다.
세계지배를꿈꾸다:초월적군주들
가족,씨족,부족과달리국가는문명의산물이다.고대국가는점점더복잡해지는사회에대응하기위해지역과민족을뛰어넘는보편성과영속성,초월성을강조하기시작했다.
고대이집트의통치자들은신으로여겨졌다.파라오들은죽은자에대한숭배를미화하는문화를통해피라미드처럼정교한무덤을건설하면서나일강을따라상이집트와하이집트를점진적으로통합했다.
동시대의메소포타미아에서는아카드의왕나람-신이신격화되었다.그는세계의군주임을자처하며‘사방(四方,FourCorners)’의왕이라는칭호를택했다.약1700년뒤인물인,페르시아의키루스대왕도같은칭호를사용했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은당시까지알려진세계전체를정복하려고했다.인도북서부의펀자브지방에도달하고나서야세상은그가배운것보다훨씬크다는사실을깨달았다.
세계통합에관한비전은수세기뒤의로마인들이이어받았다.로마의초대황제아우구스투스는“인도왕들이이전의그어떤로마군지휘관도받은적이없는사절단을나에게종종보냈다.”라고과시했다.페르시아만까지진격한트라야누스황제는인도원정을계획했다고전해진다.
진의시황제는자신의축복이사해(四海)안의만물에,즉짐승과초목에도닿는다고주장했다.자기가하늘과동등하다는선언이었다.불멸의존재가되기를원했던황제는그의무덤가까이에테라코타군대를거느린채잠들었다.
결속의힘:법치주의
고대로부터법은분쟁을해결하는수단인동시에사회를통제하고국가를통합하는도구였다.
우르제3왕조를연우르-남무는재판관들이참고할수있도록모범적인판결사례를모아법전을만들었다.알려진대로라면관습법을성문법으로전환한첫사례였다.약300년뒤에는바빌론의함무라비가백성들에게‘정의의왕’으로보이기를기대하며법전을비석에새겼다.
그리스인들은법을영원한것으로여겨청동이나돌처럼오래가는재료에새겼고,신전같은공공장소에놓아신들의보호를받게했다.아테네의입법자솔론은애가(哀歌)에서“우리의위대한도시를파괴하고자하는자들은다름아닌시민들”이라고표현하면서법을준수하라고독려했다.훗날소크라테스는부당한사형선고를받아들임으로써법치에대한확신을입증했다.
중국에서는드높았던황제권이법으로드러났다.황제는법의근원이었다.그의승인이없으면어떠한법도효력을지니지못했다.선대황제가제정한법만이불효를이유로황제의입법권을제약했다.
212년,카라칼라황제는칙령을선포해제국내의모든자유민에게로마시민권을부여했다.시민권자에게거두는세수를늘리려는조치였는데,이는과거의정복자와피정복자가같은법아래에동등하게놓이는결과를낳았다.
무력을독점할권리:전문적인군대가탄생하다
법과군대는국가를건설하고사회를장악하는양대도구였다.특히비도덕적세계에서는결과가수단을정당화한다는논리에따라무력이윤리와법을대체했다.
최초의제국으로알려진아카드의설립자사르곤은비문에서상비군의규모를자랑스럽게밝혔다.“매일사르곤왕앞에서5400명이식사한다.”
그리스도시국가들의보병대는팔랑크스라는방진을이루어싸웠다.나란히선채로밀집대형을유지하면서적의공격에버티려면큰원형방패나갑옷같은장비가필요했다.그결과중무장을갖출수있는경제력을가진시민계급이민주주의와함께부상했다.
전한의무제는군역을받는대신에세금을거두어장기간복무할병사들을고용했다.농민을단기간만징집해구성한비전문적군대로는북방의흉노를상대할수없었다.후한의광무제는징병제를폐지했고,후한말의군벌조조는둔전을통해병사신분을세습하는제도의기틀을마련했다.
로마공화정도머나먼외국에서벌어지는전쟁에장기간동원할군대가필요했다.그에따라하층계급로마시민들이군단병으로선발되었다.퇴역하고나면토지를받을수있으리라는기대를품고입대한병사들은그들의후견인이되어줄지휘관의사병(私兵)이되어공화국을무너뜨렸다.제정으로이행한뒤에는수도로마의근위대나국경의군단이황제를옹립하고제국의운명을결정했다.
도덕률에의한정복:축의시대가열리다
보편성의추구는종교와철학,사상에서도나타났다.고대인도에서는불교같은종교가차크라바르틴(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는보편적통치자의개념을제시했다.이러한이상적군주상은야심찬통치자들에게영감을주었다.
마우리아제국의아소카는인도아대륙을정복하는과정에서저지른학살과죽음,추방에큰양심의가책을느끼고는돌에인상적인내용의칙령을새겼다.그는“나의아들들과아직만나보지못한나의후손들이새로운정복을꾀해서는안”된다고훈계한다음,“도덕률에의한정복을유일하게진정한정복으로여겨야한다.”라고마무리한다.세계역사를통틀어유례가없는선언이었다.이것은도덕률의승리였을까?아소카는불교도였기에이러한칙령을남겼을까?
인도의베다시대종교는난해한데다성직자위주였고,신이나희생제의를중시했다.그에반해잉여농산물덕택에시작된거대한금욕주의개혁운동은삶에대한근본적질문이나존재의고통을다루었고,그흐름속에서불교와자이나교같은새로운종교가출현했다.축의시대에탄생한종교들은대중의공감과지지를받으며널리퍼져나갔고,이책에서다루는시기의마지막에이슬람이등장하면서종교적다양성과문화간적응은절정에이르렀다.
시리즈의구성
한국어판은원서와마찬가지로총여섯권으로구성된다.
600이전,문명의아침
600~1350,공유된세계(근간)
1350~1750,세계제국과대양
1750~1870,근대세계로가는길
1870~1945,하나로연결되는세계
1945이후,서로의존하는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