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짓다 (문호와 명작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손)

작가를 짓다 (문호와 명작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손)

$15.80
Description
카카오 브런치 금상 수상작
네이버 오디오 클립 연재작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연재작

서로 달라 보이는 복싱과 작가 활동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링 밖에 선 이들이다. 그들은 선수와 한 발짝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은 로프 뒤에서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른다. 간절히 승리를 기원한다는 점에서 응원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응원은 아니다.
“링 밖에 내가 있다,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함께 퇴장해 줄 내가 링 밖에 있다.” 그들은 그저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링 밖에 선 이의 신호가 멈추지 않는 한 작가들은 언제까지고 경기를 이어 나갈 것이다.
『작가를 짓다』는 바로 링 위에 선 이들 그리고 링 밖에 선 이들의 신호를 담고 있다. 작가의 대단하지 않은 시작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언제까지고 링 위에 머물 수 있도록 소리쳐 주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을 작가의 집 앞, 혹은 지금도 작가가 경기를 치르고 있는 링 가까이로 데려다주었으면 좋겠다.
-본문에서

위대한 작가는 홀로 탄생하지 않는다,
문호와 명작을 만들어 낸 숨은 영웅들을 만나다

카카오 브런치(https://brunch.co.kr) 금상 수상작, 네이버 오디오 클립 및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연재작 『작가를 짓다』가 전면적인 개고 끝에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수년 동안 다양한 팟캐스트를 기획, 제작한 저자 최동민은 이제껏 관성적으로 이뤄져 온 ‘작가 중심’의 작품 분석을 넘어, 시공을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또 읽히는 명작과 그것을 창조해 낸 작가 곁에 늘 함께해 온 ‘위대한 조력자’의 존재를 샅샅이 규명해 내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를 작가 홀로 맞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투쟁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그 어떤 거장도, 그 어떤 눈부신 걸작도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은, 일종의 건축물처럼 착상과 설계, 시공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 헌신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물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내려면 작가 자신의 재능과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듯이 작가와 작품 또한 동일한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난다.
저자

최동민

저자최동민

글을쓰고팟캐스트를만든다.[책읽는라디오],[이동진의빨간책방],[김태훈의책보다여행],[더드라마],[독자적인책수다」등다수의프로그램을제작,기획했다.

목차

들어가는말|링밖에선이들을위하여

1로맹가리와새벽의약속,니나카체프
2레이먼드카버에게이정표를제시한고든리시
3제임스조이스의마지막창을내준실비아비치
4스티븐킹의완벽한시작과끝,태비사스프루스
5안톤체호프의우체통에도착한하나의심지,그리고로비치
6J.R.R.톨킨에게격려의나팔을불어준C.S.루이스
7헤르만헤세의꿈을조각한베른하르트랑
8애거서크리스티에게주어진첫번째미스터리,매지
9조지오웰,사형수그리고코끼리들
10J.D.샐린저를세상과이어준단하나의연결고리,《뉴요커》
11오에겐자부로의빛과온도,오에히카리
12줄리언반스와팻카바나,예감은틀리지않았다

맺음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빅토르위고가될거야.프랑스대사가될거야.위대한장군이될테고,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을거야…….”
어머니의거친기대와희망은로맹에게연결된사랑의탯줄이었다.그것이로맹을살게했다.그것이로맹을프랑스인으로,전쟁의승리자로,위대한예술가로만들어주었다.그런그녀앞에서로맹이이룬모든영광은게으른지각생이었다.앞으로얻게될모든작품과제복역시마찬가지였다.
로맹은그녀의무덤앞에책과훈장그리고백합을놓았다.모든영광을그곳에놓고나자로맹은소년이되었다.한심할정도로작아진모습의로맹은어머니의곁에누웠다.두사람의얼굴에쏟아진햇살은이제야아침을가리키고있었다.겨우아침이었다.약속을지킬시간은아직충분했다.
로맹은마지막으로게으름을피우기로했다.로맹은조금더어머니곁에누워있기로했다.-[로맹가리와새벽의약속,니나카체프]에서

“그는훌륭한편집자예요.정말영리하고편집에있어매우예리한사람이었죠.그래요,아마도그는위대한편집자일겁니다.그리고확실한건그가제편집자이면서친구라는점입니다.이두사실은저에게거대한행운입니다.”
카버의말처럼리시는미국의많은작가들에게있어영리하고훌륭하며위대한편집자였다.그리고카버에게는그의문학이가야할길의이정표를보여준편집자였다.게다가그는편집자이기에앞서카버의열렬한독자였고카버의작품을정확히이해하며열광해주는인물이기도했다.
과하다고말할수있는편집에도카버의작품이절묘하게본질을잃지않았던것,그리고가능한최대의독자에게다가갈수있었던것.이두가지는고든리시이기에가능한일이었다.
만약카버의문학세계에리시가제시한이정표가없었더라면어땠을까?확신할수는없지만예측할수는있을것이다.카버의삶은더욱처참했을테고빈술병만이바닥을굴러다녔을것이다.그끝에남은것이라고는서랍속에잔뜩쌓인종이뭉치가전부였을지모른다.[레이먼드카버에게이정표를제시한고든리시]에서

밤12시.화장실에가려고일어난히카리를기다렸다가담요를덮어준겐자부로는아들과짧은대화를나누고잘자라며인사를건넸다.그짧은시간의반복이어느덧몇십년째였다.그런반복이끝나고아침해가떠오르면이제겐자부로의차례였다.그는원고지에글을쓰기시작한다.
원고지밖에서는구부정하게앉은히카리가음악을듣고있고거실엔히카리의음악소리와겐자부로의펜소리가교차하며퍼졌다.이풍경이겐자부로의글이었다.이풍경으로겐자부로와그의펜은길을잃지않을수있었다.잠시안개가끼고어둠이내린다해도그풍경에는‘빛’이라는이름을가진아이가있으니걱정할것이없었다.점심을먹자는아내의목소리에겐자부로는잠시펜을내려놓고히카리의곁으로다가간다.여전히음악에집중하고있는히카리의어깨에양손을올리자익숙한온기가손을타고전해진다.
히카리는오늘도같은온도였다.겐자부로는오늘도글을쓸수있었다.-[오에겐자부로의빛과온도,오에히카리]에서

어떠한일이든성공한뒤에돌아보면도중에생긴실패나위기마저도지극히당연한결과에이르기위한필연적인과정처럼보일터다.하지만성공이담보되지않은상태에서실제로위대한작품을써내기란여간어려운과업이아니다.우리가도서관에꽂힌모든책의존재를하나부터열까지알지못하듯,우리가익히하는거장들도처음에는정녕대단하지않은첫줄을끼적이며실패와좌절,잊히거나주목받지못하리라는두려움에몸을떨어야했다.누구는자신의재능을확신하지못했고(로맹가리,안톤체호프,애거서크리스티,줄리언반스),또어떤이는생계를책임져야하는삶의절대적인요구속에펜을꺾을뻔하기도했으며(레이먼드카버,스티븐킹),작품자체가곤경에처하거나한계에직면한창조력탓(제임스조이스,J.R.R.톨킨,헤르만헤세,조지오웰,J.D.샐린저,오에겐자부로)에작가로서의삶이흔들리기도했다.우리는이모든작가들의뛰어난작품을읽고음미하며그경이로운승리에감동한다.하지만그들의삶과작품을가만히들여다보면,모든이들의인생이그러하듯위태로운순간과깊디깊은절망이크게소용돌이치고있음을어렵지않게알아챌수있다.이러한갖가지역경속에서,흔들리는작가의손과마음을붙잡아펜촉이다마르기전에한붓으로명작을써내려간이들은과연누구일까?저자는바로이숨은영웅이자진정한주인공,위대한조력자라할수있는이들의얼굴을하나하나조명해내기위해『작가를짓다』를썼다.작가와작품곁에부모,배우자,자식혹은편집자와스승,멘토,친구등의모습으로자리해온그들의존재가,지금이순간에도무수히많은독자들에게깨달음과위로의계기를마련해주는‘문호와명작이라는웅장한건축물’에새로운빛을드리우고있다.

가장고독한작업에조차진실한사랑과무한한지지가스며있다,
작가와작품이라는따스한건축물아래서참된인간성을회복하다

매일매일이루헤아릴수없을만큼많은책들이쏟아져나온다.어떤책은반짝인기를얻다사라지고,또어떤책은변변한주목조차받지못한채쓸쓸히퇴장할지도모른다.그런반면어떤책은시간과공간을초월해한없이읽히고,끊임없이사랑받는다.이렇듯불멸의고전은늘하나의신비이자경이다.
만약어떤명작혹은거장을하나의‘건축물’이라가정한다면,우리는앞선수수께끼에대한일말의단서를찾아낼수있을지도모른다.독자들은어려움에처하거나고민에빠졌을때,혹은과거를반성하고미래를내다볼때‘고전이라는건물’속으로찾아들어가거센비와혹독한더위를피하고,다시살아나아가야할인생의여로를점검해본다.위대한작품과작가가우리들에게깨달음과위로를전해주고,숙고의계기를마련해주는것은,그것의탄생자체가열렬한믿음과절대적인지지,헌신적인사랑과불가분의관계에놓여있기때문이다.
가장고독해보이지만‘글쓰기’라는작업엔언제나참된인간성의민낯이스며있기에,우리는그건축물의실내로,하다못해처마밑으로달려들어가잠시휴식하기를,가끔은깊은생각에잠기기를주저하지않는것이다.
자신의생명을담보로아들의성공을기도했던어머니(니나카체프),작가스스로는발견하지못한무한한가능성을간절히확신했던편집자들(고든리시,실비아비치,윌리엄맥스웰,거스로브라노,윌리엄숀,팻카바나),작가의든든한지지자이자가장열성적인팬이었던가족들(태비사스프루스,매지,오에히카리),또그들의분신이자영혼의동반자라할만한멘토들(그리고로비치,C.S.루이스,베른하르트랑),그리고운명을뒤바꿔버린잊히지않는경험(사형수와코끼리)에이르기까지작가와작품의탄생배경에는놀랍도록끈끈한인간애와신뢰,거룩한희생과모든어려움을불사하는용기가깃들어있다.결국위대한작품속엔늘이토록뜨거운온기가남아있는것이다.따라서독자들이괴롭거나외로울때마다한권의책속,아니집안으로발길을옮기는건지극히당연한일이리라.각박한현실속에서인간성을회복하기에이보다더훌륭한보금자리가또있을까.『작가를짓다』는‘문호와명작이라는건축물’을가리키는이정표로서지금여기에펼쳐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