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란무엇입니까?”
“쓸쓸함을견디는일입니다.”
삶에대한두려움과불안사이에서방황한‘인간’다자이오사무와
문학에헌신한‘작가’다자이오사무의진면목을살필수있는46편의주옥같은산문
“소재를처리하는기법,특히다자이의문체는그를독창적예술가로만든다.”-도널드킨(일본문학연구자)
“다자이오사무의글은어느것하나예사롭지않다.”-패티스미스
“다자이의글은새콤달콤한사탕처럼매우중독적이다.”-《커커스리뷰》
“다자이의문장이지닌리듬과호흡은소설이건에세이이건,읽는이를팬으로만들고마는묘한힘을발휘한다.(……)「시골뜨기」부터「여시아문」에이르기까지,다자이산문집『마음의왕자』를통해,독자는더욱진솔하고거침없는,희로애락이깃든작가의육성을속삭임처럼들을수있으리라.잔잔한공명이일어나기를,나는꿈꾼다.”-유숙자,「작품해설」에서
불안하고고독한청춘의화신이자전후시대의황폐한정신세계를체현한작가,다자이오사무의문학과삶을이해하기위해필독해야하는46편의산문을한데엮은『마음의왕자』가민음사쏜살문고로출간되었다.다자이오사무는우리나라독자에게특히친숙한일본작가로,그의대표작『인간실격』,『사양』등은여전히많은이들에게사랑받고있다.그러나다자이와그의작품을둘러싼독자의비상한관심에도불구하고정작작가의진면목을살필수있는산문은파편적으로소개되어왔을뿐,좀체일목요연하게엮인적이드물었다.이번에출간된『마음의왕자』는작가의문학인생을초기(1933)부터최후(1948)까지톺아볼수있도록결정적작품만을연대별로엄선하여수록한산문집으로,작가의애독자에겐물론그의대표작을통해이제막다자이의문학세계에입문한이들에게까지도깊은감동과통찰을선사해줄것이다.또그동안다자이에게붙어있던‘데카당스(퇴폐주의)’라는꼬리표를떼고,생활과문학에혼신을다하는‘인간’다자이오사무의맨얼굴,날것그대로의생생한목소리를체험할수있다.지금껏다자이오사무의대표작『사양』,『만년』,『달려라메로스』등을우리말로소개해온유숙자번역가가직접엮고다자이만의고유한호흡과리듬을빈틈없이살려옮긴『마음의왕자』는작가의문장자체가지닌즐거움,호소력짙은울림역시일깨워준다.
“어떤가요?학생의본디모습이란,다름아닌신의총아,이시인의모습임이분명합니다.지상의영위에선아무런자랑거리가없다해도,그자유롭고고귀한동경심으로인해,때로는신과함께살수도있는겁니다.이특권을자각하세요.이특권을자랑으로여기세요.언제까지나그대가지닐수있는특권이아닙니다.아아!그건너무나짧은기간이지요.그시간을소중히하세요.기필코자신을더럽혀선안됩니다.여러분은언제나‘육지의왕자’를노래하는동시에,또한은근히‘마음의왕자’임을자부해야만합니다.신과함께하는시기는당신생애에,지금단한번뿐입니다.”-「마음의왕자」에서
“저는진실만을,혈안이되어뒤쫓았습니다.저는,지금진실을따라잡았습니다.저는앞질렀습니다.그리고저는아직달리고있습니다.진실은지금,제등뒤에서달리고있는듯합니다.”-「벽안탁발」에서
『마음의왕자』는다자이오사무의문학역정을따라가듯,그가본격적으로작가생활을시작한1933년부터아쿠타가와상후보에오른1935년,파비날중독에시달리면서도첫작품집『만년』을출간한1936년,여러걸작을연이어써낸1938년에서1940년대초반,그리고대표작『사양』(1947)과『인간실격』을발표하고극단적선택을한1948년에이르기까지,그의문학적발자취뿐만아니라인생의결정적순간들역시한눈에펼쳐보인다.예컨대다자이는각각의산문을통해그어느작품에서보다더솔직하게,먼고향에서대도시도쿄로상경한‘시골뜨기’의불안,‘부잣집도련님’으로서의부채감,낯선이를두려워하면서도한없이그리워하는기묘한애정,죽고싶지않지만더는살아갈수없는자의우수,작가로서의긍지와지조를지키기위한분투,기성문단에대한혐오와성공하고자하는갈망등‘인간’이라면누구나가슴에품고있을법한삶의고뇌와취약성,선택의기로에서불가피하게맞닥뜨릴수밖에없는양가감정,애처롭게요동치는심경을타고오르내리는우울과분노를절절하게들려준다.
“문학에서가장중요한건,‘정성을다한다’는것이다.‘정성을다한다’고말한들,자네들은이해못할지도모르지.그러나‘친절’이라말해버리면,맨송맨송하다.배려.의기.마음씀씀이.그리말해도,여전히딱들어맞지않는다.요컨대,‘정성을다한다’는거다.작자의그‘정성을다한다’가독자에게통했을때,문학의영원성이라든가혹은문학의고마움이라든가기쁨이라든가,그러한것이비로소성립한다고생각한다.”-「여시아문」에서
“어차피자네들은게으름뱅이라,그러고는교활하게어물쩍거릴뿐이다.그러니,목숨을걸고글쓰는작가를험담하고,그야말로목매단이의발을잡아당기기같은짓을저지르는거다.언제나그렇지만,나를무의미하게괴롭히는건,자네들뿐이다.자네에대해,진절머리나는일은한가지더있다.그건아쿠타가와의고뇌를도통이해하지못하는것이다.
그늘진자의번민.
나약함.
성서.
생활의공포.
패자(敗者)의기도.
자네들은아무것도이해하지못한채,그걸알지못하는스스로를,자랑삼기까지하는듯하다.그런예술가가있겠는가.아는거라곤처세술뿐,사상이고뭐고횡설수설.벌어진입이다물어지지않는다,라는건이거다.그저사람의언동만으로,사람을판단하려한다.”-「여시아문」에서
다자이의섬세한내적풍경을아포리즘형식으로보여주는「생각하는갈대(1~3)」,자신의작품을혹평한(“작가의당장현생활에언짢은구름있어……”)가와바타야스나리에게보내는사나운응답「가와바타야스나리에게」,작가의독보적예술관을유감없이엿볼수있는「벽안탁발」,「소리에대하여」,「창작여담」,「일보전진이보퇴각」,「정직노트」,「자작을이야기하다」,그리고다자이가짊어진삶의무게와어릿광대의슬픈미소같은인생관을살펴볼수있는「하루의노고」,「답안낙제」,「술을싫어해」,「희미한목소리」,「염천한담」,「나의반생을이야기하다」,우울의수렁에서도항상천상에자리한순수한빛을동경하라고가르쳐주는「마음의왕자」,마치스스로의죽음을예견한듯애끓는목소리로,문학의본령을잊고패거리를이루는데급급한일본문단의행태를거침없이비판한「도당에대하여」,「여시아문」등다자이오사무의진실한문장은오늘날에도여전히깊은울림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