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수조

수초 수조

$12.00
Description
“얕은 물에 담긴 수초는
잘라 낸 꿈의 일부 같았다.”

과잉된 고독과 자학적 우울
내가 나를 번역하는 자폐적 회로
한국문학이 처음 만나는 어둠!
최영건 첫 소설집
저자

최영건

1990년에태어났다.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석사과정에재학중이다.2014년《문학의오늘》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싱크홀」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공기도미노』가있다.

목차

플라스틱들
감과비
더위속의잠

싱크홀
수초수조
물결벌레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나름의질서와규칙속에서,둥실둥실저혼자살아가는수초처럼허약하고도견고한소설의환상.다름아닌최영건소설이다.-박민정(소설가)

▶최영건의소설은일상에서미처감각하지못했던미세한균열을잔인하게해부한다.고요하고우아한인생아래흐르는폭발할것같은긴장감,그리고그안에서보이지않는속도로조금씩스러져가는것들은무섭고강렬하며아름답다.-인아영(문학평론가)

최영건첫소설집『수초수조』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최영건작가가대중에처음으로소개된것은장편소설『공기도미노』(민음사,2017)를통해서였다.도미노처럼연쇄적으로쓰러지는인물들의이야기를여섯개의시점으로다룬이작품은인물들각각의허위의식이충돌하며스러지는과정을통해피상적관계가숨기고있는주체와타자의관계를독창적구조로표현했다.이에화답하듯“칭찬할만한시도”라는평가와함께작품이동인문학상본심후보에오르며작가의존재감또한한국문학계에확실히각인되었다.그로부터2년만에출간하는『수초수조』는성장가능성으로서의최영건이새로운가능성으로변모했음을보여주는소설집이다.부서지고몰락하는인간군상을탐구하는시선은여전하다.그러나그들각자의고독과상처를바라보는시선은한층깊어지고넓어졌다.

■노년의시간
소설의도입부에서만나게되는「플라스틱들」,「감과비」,「더위속의잠」은늙음과젊음의대립을축으로벌어지는이야기다.노년은『수초수조』에서가장빈번하게등장하는소재이기도하다.「플라스틱들」은고부사이의갈등을,「감과비」는늙은카페소유주와젊은카페알바생사이의갈등을,「더위속의잠」은친척할아버지집에얹혀사는대학생여성의불편을다룬다.그러나각각의작품은흔한‘세대갈등’을반복하지않는다.비슷한조건의사람들사이에서발생하는일상적갈등이아니라누가봐도다른사람사이에서발생할수있는비가시화된갈등,사회적통념이감추고있는잠복된갈등을통해인간심연의고독과어둠을불러낸다.한편천천히,소리없이죽어가는것들을놓치지않는작가의시선은시간이라는불가항력에대항하는노년의심리를우아하고섬세한필치로그려낸다.비정한아름다움을환기하는문장들은단연최영건문체라부를만하다.

■약자의공간
「쥐」는일종의고딕소설이다.서서히썩어가는화려하고육중한저택을가득채운고독과우울은이집에사는인물들의심리를적절히대변하고,알량한자존심을지키기위해서로에게비난과폭력의언어를쏘아대는이들의갈등은기묘한공포감을자아낸다.「쥐」가타인을향한원색적비난으로자신을방어하는사람들의이야기라면「싱크홀」은타인을향하지못한분노를내면화한개인이왜곡된방식으로자기를지키는이야기다.두작품은최영건소설에자주등장하는또하나의특징,캐릭터화된공간성을드러내며소설의입체성을더한다.고택이가족에묻어있는불행의역사와같은공간이라면싱크홀은언제빠질지모를불안의공간이다.인물이처한상황과내면의풍경을암시하는공간의압도적이미지는아무것도말하지않지만모든것을전달한다.

■그곳,수초수조
현실적이고사실적인작품들가운데「물결벌레」와「수초수조」는단연눈에띈다.부재의감각이앞서있는작품들이기때문이다.「물결벌레」는타자없이자기존재와자기감각을증명할수없는상황을통해주체의상대성을드러내고,표제작이기도한「수초수조」는앞선여섯편의소설에서각기다른방식으로드러낸불안과불행과폭력이제거된이상적세계를보여준다.텅빈방에수초가자라있는것을본‘나’는‘나’를꼭닮은낙엽과함께수초를기르기로한다.수초로만이루어진수조속세계.주인공은폭력이난무하는자연스러움보다평화와안정만있는인공을더강렬하게원한다.강박적진술과초현실적설정을배경으로펼쳐지는「수초수조」는그완벽함으로인해역으로현실의불완전함을드러낸다.‘수초수조’는소설집에수록된작품들의공통된심해인동시에우울과고독이좀처럼떨어지지않는현대인의심해이기도한것이다.폭력이제거된세계를향한갈망.한번도본적없는그곳을최영건소설에서만날수있다.

[줄거리]
「플라스틱들」며느리인‘나’와‘나’의두딸이시어머니홀로살고있는지방의전원주택을방문한다.고부사이를이어주는남편이란존재가없어서일까.이들사이에는가족인동시에가족이아닌듯기묘한거리감이감돈다.두손녀중첫째를유독좋아하는어머니가첫째에게플라스틱블록으로만들수있는호화스러운모형집을‘나’와상의도없이선물하자모종의불편함은형태를갖기시작한다.질서정연한분위기와우아한이미지들속에잠복되어있는갈등의기미가가까스로조립되어있던가족이란모형을해체할것만같다.

「감과비」‘나’는경제적으로여유로운노인이다.‘나’에게는열두살어린라라는여자친구가있다.둘은서울의노른자땅위에카페와주택을겸한건물을소유하고있다.카페를운영하는라라는카페에서자신의취향을드러내며자기애를과시하지만젊음으로가득찬카페에서라라의취향은조롱의대상이될뿐이다.‘나’와라라는이공간의주인이지만어쩐지이들의존재는시든화분처럼겉돈다.

「더위속의잠」대학생이되어서울에서살게된‘나’는할아버지들집에머물고있다.그들의공간에기생하고있는‘나’는할아버지들의무심한행동들을보며위축되어간다.그러던중할아버지들이여행을가자커다란집에혼자남게된‘나’는남자친구를데리고오지만,할아버지가부재한집에서‘나’와남자친구는좀처럼자연스럽지못하다.

「쥐」비오는어느날불꺼진고택을배경으로,병중인아버지가부재한집에그의내연녀가방문하면서벌어지는불편한만남에대한이야기.서로가서로를굴복시키기위해날선대사를내뱉는‘최영건적캐릭터’들이벌이는신경증적대화와기능을잃은채썩어가는음울하고쇠락한공간에대한묘사가소설의깊이를더한다.

「물결벌레」친구인지호를만나기위해시골로오는기차에서만난남성과동행하게된‘나.’친구를만나기위한방문이었으나정작자신을부른지호는집에없고전화기도두고나가연락할방법마저요원하다.더욱이남자역시지호의초정을받았다고말하고,이들의관계를증명해줄수있는사람의부재로모든것은불분명해져만가는데…….

「싱크홀」백진과은하는서로를특별하게여긴다.운영하던쇼핑몰을그만두고사업을철수한백진과오랜시간이어진폭력을외면하는방식으로버텨온은하.은하는거짓말을통해자신을방어하고진실을잊어버린다.은하와백진의대화는어디에도머무르지않은채부유하며일시적감정들을받아안은채떠다닌다.

「수초수조」‘나’와낙엽이밥을먹고쇼핑을하고돌아와보니텅빈방에수초가자라있다.낙엽과‘나’는거실의수조를가져와수초를기른다.기억이라는폭력적인구조물과반대인,불안을필요로하지않는명쾌한행복.인간에의해만들어진것이아닌장소이자인간적인모든것과무관한것.‘수초수조’는불안한존재가꿈꾸는이상향인걸까.